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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IT와 만난 우체국쇼핑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9.17 18:20

수정 2014.11.05 11:38



【괴산=정상균기자】 지난 15일 오후 서울에서 차로 2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충북 괴산군 소수면 입암리 괴산전통식품 생산장. 마을회관 정도 규모의 작은 참기름 공장엔 고소한 냄새가 가득했다.

추석대목을 앞두고 밀려드는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여섯 명의 아주머니들은 부지런히 일손을 놀렸다. 가마니에 수북히 담긴 깨를 씻고 기름을 짜고 포장하는 손놀림이 능숙하다. 괴산은 일교차가 큰 산간분지여서 고추, 들깨, 사과 등 농산물의 품질이 좋기로 정평이 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곳 남지 않은 청정지대다.


“추석 대목이라 요즘은 주문이 밀려요. 오늘도 100상자 정도 나갈 겁니다. 국산 깨라 가격은 중국산보다 비싸지만 품질은 비교가 안 됩니다. 한번 맛을 보고는 찾는 사람이 많아요.”

괴산전통식품 이광범 사장(59)의 말이다. 괴산참기름이 우체국쇼핑에 입점한지도 올해로 19년째다. 매출액은 한 해 6억∼7억원.

“우리 같은 농촌에선 판로개척이 쉽지 않아요. 대기업처럼 마케팅도 못하고 TV홈쇼핑은 수수료가 너무 높아 아예 엄두를 못 냅니다.”

오후 4시께 ‘우체국쇼핑(www.epost.kr)’이란 글이 크게 나붙은 승합차 한 대가 도착했다. 생산장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괴산우체국 차량이다. 우체국 마케팅담당 직원인 박봉수씨는 “이렇게 실어 가서 우체국에서 주문자별로 나눠 바로 발송한다”고 했다.

■3700개 우체국이 농산품 판로 책임져

소비자들이 우체국이나 인터넷 우체국쇼핑에서 상품을 주문하면 바로 생산업자에 전달돼 발송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1∼2일 안에 물건을 받게 된다. 생산자는 생산에만 전념하고 마케팅은 우체국이 전담하는 셈이다. 우체국은 판매액의 4%를 수수료를 받는데 이는 홈쇼핑이 받는 수수료의 10분의 1 정도다.

현재 우체국쇼핑은 전국 구석구석에 깔려 있는 3700개의 우체국을 통해 우리 농산물 판로를 열어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전국에 거미줄처럼 깔린 우체국망을 통해 홍보, 판매, 관리, 배송, 정산, 민원처리까지 원스톱으로 책임진다.

우체국쇼핑이 문을 연 지는 올해로 23년째. 1986년 순창고추장, 완도 김 등 8개 품목으로 시작해 지금은 전국팔도 7200여종의 농축수산물을 파는 규모로 성장했다. 한 해 판매액도 지난해 1500억원을 넘어섰다.

■IT 만나 경쟁력 껑충

이처럼 촘촘한 전국망이 톱니바퀴 돌아가듯 척척 돌아가는 것은 정보기술(IT) 덕분이다. 우편물류시스템인 ‘포스트넷’이 대표적. 우정사업본부가 2004년 구축한 포스트넷은 웹 기반으로 접수부터 배달까지의 전체 과정을 정보화해 이를 내·외부 시스템과 연계해 준다.

소비자들에겐 8단계 이상의 우편물 배달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는데 배달 예정시간과 배달 결과를 고객 휴대폰에 문자메시지로 발송해 준다. 물론 생산자도 배달이 완료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받는다.

여기에다 위성항법장치(GPS) 기반의 차량관제와 우편물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우편물류종합상황’도 한몫하고 있다. 홍만표 우정사업본부 소포사업팀장은 “추석이나 설 등 물량이 몰리는 명절 기간엔 도로상황, 기상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차량에 우회도로를 알려 준다”고 말했다.

우체국쇼핑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그러나 소비자 만족이 중요한 만큼 입점심사는 1년에 한번 까다롭게 한다. 입점한 이후엔 국가 공인 검사기관에서 암행검사로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홍 팀장은 “생산현장을 직접 방문해 위생상태, 원산지를 확인하는 현지실사 등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 우체국쇼핑 상품이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다”고 말했다.

/skju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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