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내 중소기업 A사는 시중에서 6억원어치의 농업 분무기용 리튬이온전지를 구매했다. A사가 구매한 리튬이온전지는 삼성SDI의 제품이었다. A사는 대기업인 삼성SDI와 직거래하기가 쉽지 않아 국내 수입상을 통해 필요한 만큼의 리튬이온전지를 구입한 것. A사는 수입상이 제시한 삼성SDI 제품 증명서와 리튬이온전지에 새겨져 있는 삼성로고를 확인한 후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해당 수입상 측도 “삼성SDI 제품이 확실하다”면서 A사에 구매를 권했다. 하지만 A사는 의심스러운 마음에 삼성SDI 연구소에 해당 리튬이온전지의 진품 여부를 확인했다. 그 결과 해당 리튬이온전지는 중국산 짝퉁(모조품)으로 확인됐다. 수입상이 중국에서 삼성SDI 증명서와 로고까지 위조한 리튬이온전지를 수입해 시중에 버젓이 판매하고 있었던 것. 사정이 이렇자 A사는 해당 수입상을 상대로 소해배상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도 이번 중국산 짝퉁 리튬이온전지로 인해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그간 휴대폰, 액정표시장치(LCD) TV, 반도체 등 다양한 중국산 짝퉁이 속출했지만 농양 분무기용 짝퉁 리튬이온전지는 처음 발견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삼성이 차세대 주력 에너지 사업으로 집중 육성중인 2차 전지 중 리튬이온전지마저 중국산 짝퉁이 발견되면서 브랜드 이미지 손실을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삼성 브랜드를 가장한 불량 짝퉁 리튬이온전지가 시중에 유통되면서 품질 이상을 유발, 소비자들로부터의 피해보상 요구가 속출할 가능성도 높은 실정이다.
더욱이 불량 짝퉁 리튬이온전지는 자칫 품질불량으로 인한 폭발의 위험성도 높아 소비자의 안전상 문제도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두 달 전 해당 기업에서 농약 분무기용 리튬이온전지를 들고와서 확인해보니 중국산 짝퉁이었다”면서 “겉모양이 조잡하게 만들어져 있어 한눈에 짝퉁임을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런 중국산 짝퉁 리튬이온전지는 중국에서 제조된 후 국내 시장에 수입되는 형태로 대량 유통되는 실정이다. 이들 제품은 주로 휴대폰, 노트북, 디지털카메라 등 정보기술(IT) 기기용 제품에 대거 적용되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주요 전자상가의 수입상을 통해 유통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들 짝퉁 리튬이온전지는 삼성 등 유수 대기업의 로고와 제품 증명서까지 감쪽같이 위조해 일반 소비자로선 정품과 구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들 짝퉁 리튬이온전지의 특징은 가격이 정상가의 30∼50% 저렴하고 단시일 내 대량으로 구매할 수 있는 점이다.
그러나 이들 짝퉁 리튬이온전지는 짧은 수명, 과열, 오작동, 사호관리(AS) 불가능, 폭발위험 등 부작용이 심각해 제2, 제3의 연쇄 피해자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재사용이 가능한 배터리 기준으로 볼때 중국산이 한국산으로 둔갑한 경우 2007년도에 1건, 2008년도에 3건이었다”고 전했다.
지식경제부 반도체디스플레이과 관계자는 “한국제품으로 둔갑한 중국산 2차전지가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라며 “해당 업체에 확인 후 추후에 법적 제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hwyang@fnnews.com 양형욱 조은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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