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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폭행 빈발 “아들 둔 부모도 겁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0.11 22:05

수정 2009.10.11 22:05



최근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아동 성폭행 문제가 사회 문제로 부각되자 학부모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우리 아이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감으로 보호자와 함께 등교하는 학생이 크게 증가하고 있기도 하다.

■“아들 둔 학부모도 안심 못해”

여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이 잇따르면서 “딸 키우기가 겁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남자아이를 둔 부모들 역시 “혹시 우리 아이도…”라는 생각에 불안해하기는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이모씨(38·여·서울 양천구)는 “남자 아이들이 어릴 때 성추행을 당하면 탈선이나 일탈행위를 하는 등 제대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는데 행여 성추행인줄 모르고 당할 수 있어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박모씨(39·경기 수원)도 “남자 아이가 성폭행이나 추행 당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성폭행 사건 때문에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며 “‘설마’ 하는 생각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아들 녀석에게 매일 교육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초등학교 2학년 때인 지난 1979년 초등학교 앞 문구점 주인에게 강제로 포옹과 입맞춤 등을 당했다는 정모씨(39)는 “당시에는 그 같은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지만 지금에 와서는 수치심과 남들한테 말하지 못하는 비참한 비밀로 마음 고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생 등하교, 부모 동행 증가

지난 9일 오전 서울 양천구 A초등학교 인근에는 학부모, 할머니, 할아버지 등의 손을 잡고 등교하는 저학년 어린이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학교측은 특히 자녀가 하교하기를 기다리는 보호자들을 위해 별도로 쉴 곳을 마련, 의자를 준비해뒀으며 이날 오후 일부 학부모들은 뜨개질을 하면서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예년에 비해 등하굣길을 함께 하는 보호자가 20% 이상 늘어난 것 같다”며 “예년에는 주로 어머니 위주였으나 최근에는 할머니, 할아버지 등 가족들이 교대로 아이들을 등하교 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서울 강서구 B초등학교에서도 보호자의 손을 잡고 등교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학교 관계자는 “최근 아이들을 데리러 오는 부모들이 예년에 비해 10% 이상 증가했고 학교도 항상 불안한 마음에 아이들의 등하굣길 안전에 신경을 쓰고 있다”며 “유괴 사건, 성폭력 사건 등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해 교육자로서 참 안타깝기만 하다”고 씁쓸해 했다.

/pio@fnnews.com 박인옥기자 손호준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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