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는 관객이 뮤지컬 반주를 녹음테이프로 대체했다는 이유로 법정 공방을 벌여 관람료와 소송 비용을 되받아낸 사례가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잘못됐다’는 인식조차 없다.
■33개 작품 중 17개가 녹음테이프 반주
올해 대극장(1000석 규모 이상, 양재동 한전아트센터 999석 포함) 무대에 올렸거나 공연 예정인 작품은 모두 33개다. 이중 절반이 넘는 17개 작품이 라이브 반주 대신 녹음된 반주 테이프를 사용했거나 할 예정이다.
뛰어난 음향시설을 갖춰 ‘선호도 1위의 공연장’으로 손꼽히는 LG아트센터(서울 역삼동)는 라이선스뮤지컬 ‘지킬앤하이드’ 한 작품을 제외한 ‘15분23초’ ‘브로드웨이 42번가’ ‘영웅’(오는 26일 개막) 등이 모두 녹음테이프를 썼거나 쓸 예정이다.
지난해 말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오케스트라 피트(연주자들이 들어갈 수 있는 무대 앞 공간)까지 마련한 충무아트홀(서울 흥인동) 역시 7개 작품 중 4개 작품을 녹음테이프를 썼다.
■영국, 녹음테이프 반주 처벌
지난 7월 14일 영국의 공연 주간지 ‘더스테이지(the Stage)’는 아드리안 브래드베리라는 관객의 사례를 기사화했다. 그는 샐포드로리 극장에서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를 관람한 후 ‘라이브 연주를 하지 않는 뮤지컬은 의미가 없다’며 관람료 134.5유로와 소송 비용 50유로를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영국 법원은 ‘거래명세법(1968년에 제정된 법률로 상품 광고나 판매시 정직하게 설명할 것을 명시했다)’을 근거로 관객의 손을 들어줬다. 판사는 “녹음 테이프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은 이해하지만 관객에게 정직하지 못했던 점은 처벌받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녹음된 반주 테이프를 쓴다는 사실을 관객들에게 미리 알리지 않았다는 것은 곧 정직하지못한 상거래를 한 것으로 간주한 셈이다.
■자연스러운 일 Vs 문제 있다
반면 국내 뮤지컬 업계는 “국내 뮤지컬에서 녹음 테이프를 쓰는 것은 다분히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한다.
이에 뮤지컬 평론가 조용신씨는 “미국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트엔드에서는 아무리 작은 공연도 ‘뮤지컬은 라이브여야 한다’는 개념이 확립돼 있다”면서 “열악한 환경의 소극장 공연이야 그렇다쳐도 번듯한 대극장에 올라가는 작품들이 너도 나도 녹음 테이프를 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극장측 한 관계자는 “단순 대관일 경우 제작자들이 녹음 테이프를 쓰겠다고 결정하면 극장이 간섭할 수 없다”고 밝혔다.
/wild@fnnews.com 박하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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