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투자를 하는데 있어 자산배분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어떤 특정 펀드로 대박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자산배분을 통해 플러스 알파의 수익을 추구해야 한다. 내 연령대의 기대수익률이 어떻게 되는지, 생애주기에서 투자 목적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에 맞게 자산배분을 고민하는 것이 먼저다.”(이정철 대표)
우리자산운용 이정철 대표는 지난해 급등락하는 펀드수익률로 어지럼증을 겪은 펀드투자자들에게 한층 성숙된 투자를 주문했다. 원칙없는 쏠림 투자로 인한 투자자들의 손실과 문제점을 누구보다 가까이 접하면서 자산배분의 필요성을 더 절감하게 됐다.
우리자산운용이 지난 2006년 외국계와 합작사(조인트 벤처)인 ‘우리CS자산운용’이라는 이름을 거쳐 지난 5월 다시 ‘우리자산운용’으로 돌아왔다. 파생상품 투자로 큰 손실을 본 ‘파워인컴펀드’로 인한 각종 잡음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면서 조직 안팎이 정비됐다. 이젠 잠시 주춤했던 시간을 넘어 상장지수펀드(ETF)의 종가로, 은행 계열 운용사로서의 역할을 확고히 할 계획이다.
■CIO에서 CEO로
이 대표가 30년 가까이를 운용역으로 있다가 우리자산운용의 신임 대표로 취임한 게 지난해 2월이다. 얼마되지 않아 취임 이전에 판매됐던 파워인컴펀드가 문제를 일으켰고 올해는 크레디트스위스(CS)와의 합작을 종료했다.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신고식이라면 혹독하게 겪은 셈. 평판과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운용업계에서 대내외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쌓였고 조직원들도 적잖게 빠져나갔다.
이 대표는 조직원들을 하나로 묶을 목표인 ‘SPEC(안정성, 수익성·유연성, 효율성, 신뢰성)’을 설정하고 각종 인프라를 구축했다. 오랜 기간 최고운용책임자(CIO)로 있으면서 핵심 인력인 운용역들을 누구보다 효율적으로 배치해 펀드 성과를 안정적으로 낼 수 있던 것도 큰 도움이 됐다.
CEO지만 펀드 운용을 하는데 있어 거시적인 상황에 대한 의미나 큰 그림을 보여주는 것은 여전하다.
■토종운용사 vs 외국계 vs JV
이 대표는 순수 외국계는 물론 국내 토종운용사와 외국사와의 조인트벤처까지 모두 경험해봤다. 국내 운용업계에 가장 적합한 형태가 무엇인거 같냐는 질문에 지난 2005년 이전까지는 외국계와의 조인트벤처가 성과를 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좀 달라졌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운용 노하우나 리스크 관리에 있어서 외국계를 따라갈 수 없었기 때문에 외국사와의 합작이 유효했다”며 “지금은 국내 운용사들이 외국사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선진화된 상황에서 더 이상 플러스 알파를 창출하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부적으로 국내사와 외국사 간의 역할을 나누고 특화하지 않는 한 의사결정만 느리고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KOSEF’, ETF 1등 만들기
우리자산운용은 오는 2015년까지 업계 톱3 진입, 은행계열 운용사 1위를 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이런 도약을 위한 기반은 바로 ETF다.
이 대표는 “미국에서도 변액보험이나 퇴직연금 등의 자금이 본격 증시로 유입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부터 ETF 시장이 연평균 40%의 속도로 성장했다”며 “앞으로 장기투자 자금이 늘어날수록 ETF 같은 패시브(소극적) 상품의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우리자산운용의 경우 은행 계열 운용사로서 보수적인 은행 고객들에게 유용한 투자상품을 선보일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
ETF의 첫 시작은 삼성투신운용과 같이 했지만 그간 잘 키워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 따라서 지난 7월 말에 상장한 국고채ETF를 전략적으로 내세울 예정이다. 현재 상장된 국고채 ETF 중 설정액도 가장 크며 유동성도 풍부한 편이다.
그는 “국고채ETF를 이용해 자산배분 전략을 수행하는 ‘우리V다이나믹펀드’로 펀드투자자에게는 안정적인 수익을, 국고채 투자자에게는 유동성을 더 늘려주게 됐다”며 “앞으로 1년물이나 5년물 등 국고채 ETF 상품도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ETF 상품으로는 시장과 거꾸로 가는 인버스ETF나 레버리지ETF도 검토하고 있다.
해외 펀드 포트폴리오도 부족한 부분을 채울 계획이다. 중국 본토 A주에 투자하는 펀드와 인도펀드 등은 물론 글로벌 하이일드채권펀드 등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는 상품들도 고려중이다. CS와의 결별 이후 해외펀드는 BNY멜론이 맡고 있다.
■‘나이키’형 회복국면
코스피지수가 1700선까지 가파르게 오르다가 최근 주춤한 모습이다. 이 대표는 현 장세를 급락했다가 기울기가 낮게 반등세를 보이는 ‘나이키형(스포츠브랜드 나이키의 로고형태)’ 회복국면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장기적인 상승추세 속에서 시장이 기간 조정을 받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이라든지 미국의 경기 회복, 중국 경제 성장률 등을 확인해야 하지만 기울기가 낮게 회복되는 장세를 1년 정도는 더 거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이 1150원선만 깨지지 않으면 단기 조정은 무난하게 마무리될 것으로 봤지만 앞으로 어떤 섹터나 종목이 시장을 이끌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hug@fnnews.com 안상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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