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서울 소공동 롯데빌딩 26층 집무실에서 만난 신동빈 한국방문의해위원회 위원장(롯데그룹 부회장)은 매우 겸손하고 반듯한 인상이었다. 이날 신 위원장은 ‘한국의 미’에 대해 우리의 음식과 술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좋은 ‘한국의 아름다움’이라고 말했다. /사진=박범준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55). 그의 또 하나 직함은 한국방문의해위원회(이하 ‘한방위’) 위원장이다. 지난 9월 23일 한방위 이사회에서 새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평소 세계 각지를 누비며 일하는 현장경영 스타일인데다 한방위 위원장까지 맡았으니 요즘 그야말로 눈코뜰 새 없이 바쁜 그다.
신 부회장과의 인터뷰는 바쁜 일정 속에서 어렵사리 이뤄졌다. 지난 3일 서울 소공동 롯데빌딩 26층에 있는 그의 집무실에 들어서자 반갑게 맞는 따뜻한 미소가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말로만 듣던 신 부회장 특유의 성실함과 신중함도 묻어났다. 대그룹 부회장이면서 한방위 위원장이 말하는 ‘한국의 미’를 듣기 위해 그와 마주하고 앉았다.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
▲특별한 건강관리 비법은 없고 시간이 좀 나거나 업무가 비교적 여유로운 주말이면 현장을 직접 찾아갑니다. 그렇게 현장을 둘러보면서 하루에 두세 시간씩 걸어 다니는 거죠. 또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 해외 출장이 잦다보니 음식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비빔밥을 자주 먹어요. 건강에도 좋아 언제 어디서던지 즐겨 먹는 메뉴입니다.
―한국방문의해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은 소감은.
▲사실 한국방문의해 위원장직 제의가 들어 왔을 때 많이 망설였습니다. 평생 기업만을 경영해 온 사람이 이런 국가적인 일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이었죠. 하지만 호텔을 비롯한 리조트, 쇼핑(백화점·면세점), 여행사(JTB) 등 관광 관련 기업을 운영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위원장직을 최선을 다해 수행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위원장님이 생각하는 ‘한국의 미’는.
▲우리 한국이 외래 관광객에게 매력적인 관광지가 되기 위해서는 ‘볼거리’ 못지않게 ‘먹을거리’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최근 정부와 민간이 모두 한식의 세계화를 기치로 내걸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건 매우 반가운 일이에요. 지난 7월 한국방문의해위원회가 영국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개최한 ‘코리안 디너’ 행사에는 셰리 블레어 전 영국총리 부인을 비롯해 영국 문화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지요. 이때 모든 한식 코스요리를 맛본 뒤 기립 박수로 화답하며 우리 음식의 맛과 멋에 대해 극찬했다고 해요. 우리의 음식과 술이야말로 세계 어디에도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는 ‘한국의 아름다움’이라 생각합니다.
―일본에서 자랐지만 ‘한국의 미’와 관련된 추억이나 이야기가 있다면.
▲지금도 매년 5월이면 아버지(신격호 롯데회장)께서 고향인 울산 울주군 둔기리에서 마을 잔치를 펼쳐요. 고향 마을이 댐에 수몰되면서 흩어졌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거죠. 40여년 가까이 이어온 행사인데 저도 매년 빠짐없이 가족들과 함께 참석합니다.
이때만은 바쁜 일상을 벗어나 친척, 가족들이 모여 서로 안부를 묻고 즐겁게 하루를 보내죠. 아마도 한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이라고 생각해요. 자연 풍광이 아무리 아름답고 문화유산이 좋아도 남을 배려하는 인간미가 없으면 별로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따뜻한 인정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 인정은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것이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느끼지 못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한국의 미’는.
▲간혹 ‘좁은 땅덩어리에 사람만 많다’고 우리나라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건 그렇지가 않아요.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만 봐도 형형색색 다른 옷으로 갈아 입는 우리 땅이 정말로 아름답지 않나요. 땅이 좁다는 건 곧 가까운 거리에 가볼 만한 곳이 있다는 것이고 많은 사람들 덕분에 어딜 가든 그 곳의 인심을 듬뿍 느낄 수가 있다는 얘기죠. 다시 말해 아침에 서울에서 출발해 전남 순천만의 갈대와 철새를 보고 남도의 한상 차림을 맛보고 돌아올 수 있는 나라,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구석구석으로 떠날 수 있는 나라란 거죠. 이런 우리 땅 자체가 강점이고 아름다움이라 생각합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오도록 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내관광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보는데,
▲차를 가진 사람들은 막히는 도로 교통 때문에, 차가 없는 사람들은 몇 번이나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여행을 선뜻 떠나기가 힘든 게 사실입니다. 외국인들의 경우는 더할 나위가 없겠죠. 저희 위원회는 지방관광 활성화를 위해 외국인 선호 관광지를 중심으로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분산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방한객의 80% 이상이 서울 등 대도시로 편중됨에 따라 지방이 다양한 관광지로의 해외관광객 유치가 취약한 실정이에요. 따라서 서울과 지방 관광지간에 정기 관광버스를 운행하는 방안 등 외국인들이 좋아하고 가기 편리한 곳을 설정하기 위해 현재 논의 중에 있습니다.
―외국 손님이 한국에서 음식을 추천해 달라고 한다면.
▲우리나라에 좋은 음식이 너무 많죠. 그 가운데서 한정식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한정식은 우리나라 전통적인 코스요리로 한 번의 식사에 다양한 음식을 접해볼 수 있어 매우 좋아합니다. 가끔 외국에서 손님이 오시면 소개하고 대접도 하곤 하죠.
―한국 관광은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유치와 관광수입 130억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물론 관광업계, 국민들은 어떤 수용태세를 갖춰야 하나.
▲한국방문의 해 기간 중 무엇보다 관광 수용태세를 개선하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따라서 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부, 지방자치단체, 관광업계, 국민들까지 자발적으로 외국인 맞이 태세를 준비해 갈 생각입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하드웨어적인 관광인프라 개선을 중점으로 추진하고 관광업계와 국민들은 소프트웨어적인 관광서비스를 중점으로 개선하기 위해 사업을 전개해 나가야 되는 거죠. 또한 한방위는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과 환대에 대한 인식을 확보하기 위해 언론과 공동으로 환대서비스 캠페인을 실시하는 것을 비롯해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위한 서포터스 운영, 참여형 온라인 이벤트 등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적극 펼쳐나갈 예정입니다. 지방자치단체와 공동으로 고품질, 표준화된 환대(Hospitality)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관광 종사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교육사업을 확산시키고 이를 통해 관광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등 외국인 수용여건 개선의 초석을 마련하도록 힘쓰겠습니다.
―오는 11일 ‘2010-2012 한국방문의 해’ 개막과 함께 3년간 위원회의 활동이 기대된다. 무엇에 가장 역점을 둘 생각인가.
▲앞으로 한국방문의 해 기간 중 국민 환대서비스 개선을 비롯해 해외 홍보마케팅 전개, 외래관광객 유치 인센티브 프로그램 운영, 7대 특별이벤트 개최를 통한 한국관광의 브랜드 구축 등 4대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할 예정입니다.
특히, 외래 관광객들에게 친절하고 정이 넘치는 한국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재방문과 입소문을 높이기 위한 환대서비스 개선을 위해 여러 사업들을 준비하고 있어요. 먼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통해 관광산업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의식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송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할 생각입니다. 외래 관광객이 가장 먼저 만나는 관광업 종사자들부터 일반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교육을 통해 환대 서비스의 질적 개선에 힘쓸 겁니다. 또한 국민들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서포터스(가칭 미소국가대표)를 운영하고 손수제작물(UCC), 사진공모전, 파워 블로거 등 온라인 마케팅도 시행할 예정이에요. 마지막으로 국민환대 의식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관광서비스 품질과 관광저해 요인을 개선할 수 있는 서비스 평가시스템을 만들어 운영할 계획입니다./dksong@fnnews.com·공동기획: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 한국방문의해위원회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한국방문의해위원회 위원장 약력
△54세 △일본 아오야마 가쿠인대 경제학부 졸업 △미국 컬럼비아대 대학원 졸업(MBA) △노무라증권 런던지점 근무 △일본 ㈜지바 롯데마린즈 대표이사 △일본 ㈜롯데리아 전무이사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부사장 △㈜롯데닷컴 대표이사 △㈜롯데제과/호남석유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호텔 롯데 정책본부 본부장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전국경제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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