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우즈도 흥분하면 게임 망친다.. “평정심을 가져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1.09 18:27

수정 2009.11.09 18:27



지난 8일 막을 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 HSBC챔피언스는 몇 가지 점에서 우리에게 아주 값진 교훈을 남긴 근래에 보기 드문 명승부였다.

어떤 면에서 그것은 ‘2인자’ 필 미켈슨(미국)이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의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둬 120만달러의 우승 상금을 벌어 들인 것 이상으로 소중하다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우승까지의 과정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스포츠가 제 아무리 승자의 기록이라 하지만 어떻게 이겼느냐 못지 않게 어떻게 졌느냐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홈페이지(PGATOUR.com)는 우즈의 이번 패배를 ‘TKO(Technical knockout)’라면서 미켈슨이 완승을 거두었음을 인정했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에 적시된 내용들은 주말 골퍼들이 자신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반드시 교훈으로 삼아야 할 덕목이 아닌가 싶다.

■절대 흥분하지 마라

우즈는 미켈슨에 2타 뒤진 채 마지막 라운드에 임했다. 최근 가진 네 차례의 맞대결에서 비록 미켈슨이 세 차례나 이겼다고는 하지만 최종 라운드면 으레 경쟁자들을 주눅들게 하는 이른바 ‘붉은 셔츠의 공포’를 감안한다면 역전 가능성은 충분했다. 하지만 4번홀(파3)에서 더블보기를 범하는 등 전반 9홀에서만 3타를 잃어 버린 우즈에게서는 더 이상 황제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얼굴은 웃음기가 사라진 지 이미 오래여서 잔뜩 굳어 있었고 샷 미스를 하게 되면 클럽으로 땅을 내려찍는 행동으로 갤러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에 비해 미켈슨은 게임이 그다지 잘 풀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살인미소를 잃지 않았다. 극도로 흥분한 상태서 평정심을 잃은 우즈와 시종일관 여유를 가진 미켈슨의 대결은 사실상 그것으로 끝이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나치게 긴장하지 마라

세계적인 톱스타들도 주말 골퍼들에게서나 나올 법한 실수를 범할 수 있다는 걸 이번 대회서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16번홀(파4)에서 보여준 우즈와 미켈슨의 플레이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진풍경이었다. 원온이 가능한 이 홀에서 티샷이 그린 왼쪽 러프에 빠진 미켈슨의 실수가 먼저 나왔다. 미켈슨은 64도 웨지를 잡고 트레이드 마크인 플롭샷으로 두 번째샷을 구사했지만 볼은 그냥 그 자리에 있었다. 긴장한 나머지 헤드업을 해 클럽 소울로 볼 헤드를 스치고 지나가 오히려 볼 라이를 더 어렵게 만들고 말았다. 우즈는 핀까지 약 40야드를 남긴 상태서 페어웨이에서 친 두 번째샷이 뒤땅을 때려 볼이 그린 앞 항아리 벙커에 빠지는 실수를 범했다. 이로 인해 우즈는 선두 추격 의지를 접어야만 했다. 1타차 단독 선두로 마지막 18번홀(파5)만을 남기며 우승을 눈 앞에 두었던 어니 엘스(남아프리카공화국)는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친 두 번째 샷이 약간 패샷(fatshot)이 되면서 해저드로 빠져 보기를 범해 미켈슨에게 우승을 넘겨 주어야만 했다. 투온이 충분한 거리에서 나온 실수였기 때문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이 모든 것은 지나치게 긴장한 나머지 근육이 경직돼서 나온 결과였다.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하라

우즈의 참패는 자신의 플레이를 하지 못한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어쩌면 2인자에게 져서는 안된다는 강박관념에 스스로 발목이 잡혔는지도 모른다. 우즈가 마지막날 상위 20위권 선수 중에서 유일하게 언더파 스코어를 기록하지 못한 것이 그 방증. 특히 마지막 18번홀에서 러프를 전전하다 결국 세 번째샷을 그린 뒤쪽 해저드로 집어 넣어 보기를 범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우즈답지 않은 플레이였다. 상대를 꼭 이겨야 한다는 집념이 크면 클수록 결코 자기 자신의 플레이를 펼칠 수 없다는 것을 여실히 입증해 준 대목이었다.

■절대 포기하지 마라

16번홀 두 번째샷 미스로 미켈슨은 최대 고비를 맞았다. 헛 스윙을 했을 경우 대다수 플레이어들은 원래 들고 있던 클럽으로 다음샷을 그대로 하는 것과 달리 미켈슨은 재빨리 클럽을 바꿔 들었다. 처음 시도했던 플롭샷이 아닌 범프 앤드 런샷(bump & run shot)으로 공략하기 위해서였다. 볼이 머리만 살짝 보일 만큼 러프에 깊이 박혀 있어 세 번째샷을 간신히 그린에 올렸다.
핀까지는 7m가량의 훅 라인이어서 결코 쉽지 않은 파퍼트였지만 미켈슨은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파세이브에 성공했다. 결국 그 퍼트는 그의 우승을 견인하는 원동력이 되었고 미켈슨은 경기 후 “오랫 동안 내가 했던 퍼트 중에서 가장 훌륭한 퍼트였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처하더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면 반드시 보상을 받게 된다는 걸 웅변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golf@fnnews.com 정대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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