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멈추지않는 두근거림.. 심장질환 초기 경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1.13 18:18

수정 2009.11.13 18:18



40대 노총각 김모씨는 새로 들어온 여직원 때문에 가슴 뛰는 일을 겪었다. 그동안 자신이 찾고 있었던 이상형과 매우 흡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뛰는 가슴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해져 그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그녀를 생각하지 않을 때도 멈추지 않고 계속됐다. 나중엔 가슴부위가 욱신거리는 통증까지 나타났다. 한참의 고민 끝에 병원을 찾은 김씨에게 내려진 진단은 부정맥. 단순히 이상형을 만나서 가슴이 뛰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부정맥을 의심할 수 있는 심계항진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심계항진,심장질환의 전조증상

‘심계항진’은 심장이 뛰는 것이 느껴져 불쾌한 기분이 드는 증상을 통틀어 말한다. 심계항진은 운동 후나 힘든 일을 한 후에 나타나는 느낌과는 다르게 불안감이나 긴장감을 유발시키고 심하면 가슴부위의 통증과 호흡곤란을 유발한다.

심계항진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나타난다. 내과적인 원인으로는 부정맥이 가장 흔하다. 일반적으로 맥박은 1분당 60∼100회가 정상인데, 정상보다 빨리 뛰거나 불규칙적으로 뛴다면 부정맥에 의한 심계항진을 의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단순 부정맥은 흥분, 과로, 스트레스에 의해 누구에나 흔히 나타나며 별다른 신체의 손상을 초래하지 않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부정맥이 생긴 이유가 심장질환에 의한 것일 때다.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심장 기형, 선천성 심장병,심부전 등 심장질환에 의해 생긴 부정맥을 방치하면 흉통과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나 실신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돌연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몸의 모든 대사가 지나치게 활발해지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이나 갱년기 증상 역시 심계항진을 유발한다.

내과적인 문제를 찾을 수 없다면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등 정신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 특히 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과로했을 때 일시적으로 맥박이 빨라질 수 있다. 심계항진은 모든 심장질환의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경보와 같은 증상이기 때문에 결코 간단히 여기고 넘어가서는 안되며, 반드시 의사와 상의하여 원인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스트레스·음주·흡연이 원인

40대 이상의 직장인들에게서 나타나는 심계항진은 특별한 심장질환이 없이 과도한 스트레스 및 음주와 흡연, 과로가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나 과로가 원인이 되어 심실이나 심방이 조기수축 됨으로써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끼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심계항진의 원인이 되는 상황을 피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증상이 호전된다.

실제로 최근 직장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로 심계항진 및 불안감을 호소한 43세의 한 직장인 남성에게 24시간 심전도 모니터링 검사를 실시한 결과, 심실 조기 수축이 발견됐다. 이후 금주, 금연, 및 카페인 음료를 제한한 후 증상이 완화됐다.

불안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흔하게 심계항진이 나타날 수 있다. 또 특별히 심장질환이 없다하더라도 몸 안의 스트레스 호르몬이 많이 분비돼 심장계통에 영향을 주어 심계항진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내과에서 자세한 검사를 해도 그 원인을 찾아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 때는 약물적인 치료보다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정신과적인 원인을 파악해 치료해야 한다.

■어떻게 치료하나

일반적으로 심계항진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알려져 있지 않다. 콜레스트롤 수치를 낮추고 적당한 운동을 하는 등의 심장병 예방을 위해 알려진 일반적인 생활방식을 지키는 게 좋다.


심계항진을 보이는 환자들에게는 먼저 부정맥의 원인을 찾기 위해 심전도검사, 24시간 심전도 모니터링 검사, 이벤트기록 검사(1주∼6개월간 관찰), 심초음파, 경식도 심초음파, 전기생리적 검사, 갑상선 기능 검사 등을 시행한다. 특별한 증상이 없는 단순 부정맥의 경우는 특별한 치료 없이도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기질적 심장질환을 동반한 부정맥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정밀 진단 및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을지대학병원 순환기내과 김정희 교수는 “평소와 달리 가슴이 뛰는 데 특별한 원인이 없다면, 그것도 지속적으로 계속 가슴이 두근거린다면 혹시 내 몸이 보내는 이상신호가 아닌 지 의심해 봐야한다”며 “심계항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겨울철에 증상이 더 빈번해짐으로 약물치료를 확실하게 하고 새벽 운동을 삼가야 하며 평소 자신의 맥박을 수시로 체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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