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26일 오전 서울 중구 위원회 대회의실에서 국민보도연맹 직권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진실화해위는 2006년 10월 이 사건을 직권조사키로 의결하고 3년여간 조사를 벌여왔다.
국민보도연맹 사건은 전국규모의 조직으로 한국전쟁 발발 전후로 수만명 이상이 희생된 사건이며 단일 사건으론 피해자수가 매우 큰 사건이라고 진실화해위측은 전했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국민보도연맹원 등 요시찰인에 대한 경찰의 연행·구금조치는 1950년 6월 25일 전쟁 당일부터 한강이남지역에서 전국적으로 실시됐고, 각 지역에서 연행된 보도연맹원들은 경찰서 유치장, 창고, 공회당 등에서 길게는 3개월 가까이 구금돼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구금된 요시찰인들은 고문과 폭행이 동반된 분류작업(A·B·C)을 거친 뒤 구금됐으며, 이 가운데 ‘A’로 분류된 주요 간부들은 7월 초순경에, 나머지 예비검속자들은 군·경이 퇴각하는 과정에서 집단 희생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검찰과 경찰 주요간부들은 ‘보도연맹원의 규모가 약30만명에 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가운데 확인된 희생자는 모두 4934명에 이른다고 진실화해위는 전했다.
특히 청도, 울산, 김해 등의 경우 해당지역 보도연맹원 가운데 약 30∼70%가 학살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각 군별로 적게는 100여명 많게는 1000여명이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진실화해위는 설명했다.
진실화해위는 “당시가 전쟁이라는 국가위기상황이더라도 국가가 국민의 인신을 구속하거나 처벌하기 위해서는 적법한 근거와 절차가 있어야 한다”며 “경찰과 헌병, 우익단체 등은 임의적으로 예비검속한 구금자들을 집단살해했다”고 지적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국가에 대해 공식사과와 아울러 재발방지를 위한 법·제도적 조치 마련, 피해보상을 위한 배·보상법 제정, 화해와 국민통합을 위한 조치를 강구할 것 등을 권고했다.
국민보도연맹은 1949년 단독정부를 수립한 이승만 정권에 의해 결성·운영된 관변 단체다. 당시 정권은 ‘보도 연맹에 가입하면 이전 좌익활동에 대한 면죄부를 주겠다’고 선전, 회원들을 모집했으며 불과 1년여만에 3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단체에 가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형제나 부모 중 좌익활동 경험이 있는 경우 가족 전체가 강제 가입되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hong@fnnews.com홍석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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