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의왕시의 한 재건축 조합원아파트 82㎡를 사들인 김모씨는 이달 입주를 앞두고 지난달 황당한 등기 우편물을 받았다. 재건축 조합 명의로 날아온 이 우편물에는 위탁등기 비용으로 80여만원이 필요하니 입금하라는 내용과 함께 고지서가 들어있었다. 김씨는 약 2년 전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를 위탁등기하면서 비용이 인지대를 포함해도 20만원 안쪽이었는데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다른 법무법인에 확인해 보니 위탁등기비용이 15만원이면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김씨는 즉시 재건축 조합측에 “다른 법무법인의 위탁등기비용보다 4배 이상 비싼 이유가 무엇이냐”며 “비용을 낮추지 않으면 다른 법무법인을 통해 개별등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조합 관계자는 “조합에서는 공동으로 위탁등기를 할 법무법인을 정한 것 뿐이고 비용은 법무법인에서 알아서 할 문제”라며 “지정된 법무법인 외에는 등기가 불가능해 무조건 해당 법무법인을 통해 등기를 해야 한다”고 퉁명스럽게 받아쳤다. 김씨는 너무 화가 나 다른 법무법인을 통해 개별등기를 추진했지만 재건축 조합이 지정한 법무법인이 아니면 필요한 서류에 도장을 찍어주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어 아직까지 등기를 못하고 있다.
일부 재개발·재건축 조합의 이기주의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조합의 밀실·파행운영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끝나 조합이 해체된 뒤에도 조합 관계자들이 주민대표자 지위를 그대로 이어받는 경우가 많아 사업 과정뿐만 아니라 입주 후에도 조합 이기주의는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단지에서는 일반 분양자들이 조합 관계자들의 횡포에 맞서기 위해 별도의 모임을 구성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커뮤니티 시설 운영 일방 결정
서울 서대문구의 한 재개발단지는 얼마 전 주민대표와 주민들 간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단지 안에 실내골프연습장과 헬스장 등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갖추고 있는 이곳은 주민대표자(동대표)들이 입주민총회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커뮤니티센터 운영권을 외주업체에 넘기면서 소동의 발단이 됐다. 이 시설들은 당초 주민자치회에서 운영할 때는 이용료가 관리비에 몇 천원씩 추가돼 나오는 정도로 저렴했지만 최근 시설 운영을 외주로 넘기면서 골프연습장, 헬스장, 에어로빅장 등 항목당 월 1만원씩 부과돼 가구당 커뮤니티 시설 이용료가 많게는 3만원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이 단지 한 주민은 “주민자치로 운영할 경우 필요인력 2명을 항시 고용해도 외주업체에 주는 돈의 30% 정도밖에 안드는 데 무슨 꿍꿍이로 외주를 줬는지 모르겠다”며 “조합일을 맡아 보던 몇 사람이 동대표 등으로 자연스럽게 단지 운영 업무를 승계하면서 자꾸 파행이 빚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서울 서초구에서 지난해 입주한 한 재건축 단지도 커뮤니티시설 외주 운영을 놓고 조합(조합청산이 안 끝나 주민대표가 없는 상태)과 주민들 간에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커뮤니티시설은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반상회 등 커뮤니티 모임도 비조합원은 왕따
서울 서초구의 한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서는 일반분양을 받아 입주한 입주자들은 아예 반상회 등 각종 아파트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조합원 가구로 구성된 부녀회가 단지 내 직거래장터나 주말장터 등을 일방적으로 운영하자 일부 일반분양 입주자들이 항의를 하면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 단지의 부녀회와 반상회 모임에는 일반분양자들의 참석이 배제되고 있다.
이 단지의 한 일반분양 입주자는 “동대표 등 주민자치 조직을 구성하는 내부 규정에 ‘후보자는 조합원 자격이어야 한다’는 어이없는 내용을 정해 놔 구청 등에 민원을 제기해 놓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반분양 입주자들은 조합원 입주자에 맞서 별도 모임까지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건설사에 비도덕적 요구도 서슴지 않아
조합들의 횡포는 여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조합원들의 집값을 높이기 위해 일반분양가를 현재 집값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고가에 책정하는 편법을 쓰는 경우도 있다. 대형 건설사의 재건축 담당자는 “일반분양 물량이 적은 재개발·재건축단지에서는 일반분양 물량 중 5가구 안팎의 대형 면적대의 분양가를 초고가로 책정해 분양하는 경우가 있다”며 “당연히 미분양이 나지만 이는 상대적으로 조합원 주택이 싸게 보이도록 해 조합원 주택의 가격을 자연스레 올리기 위한 술수”라고 말했다. 그는 “분양가 책정때 처음에는 터무니없어 동의를 하지 않았지만 한참 지난 다음에 보니 미분양된 주택을 할인분양을 통해 모두 팔았더라”며 “하지만 나중에 할인분양을 통해 산 사람도 당초 분양 예정이던 분양가보다는 높게 산 것”이라며 조합의 상술에 혀를 내둘렀다.
/kwkim@fnnews.com 김관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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