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버린 지난날을 붙잡고 가슴 아파할 시간들이 어디 있어∼ 이왕이면 다홍치마∼.”
경쾌한 반주에 제법 흥이 나는 노래다. 하지만 목소리에는 왠지 애절한 듯한 한(恨)이 묻어난다. 가수 박운이(본명 박원희·사진). 그는 분명 가수지만 그를 알아보고 가수로 대접해주는 이는 거의 없다.
박운이가 처음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것은 16세 때. 당시 어느 지인의 도움으로 어린 나이지만 야간 업소에서 조금씩 가수로 활동을 하게 됐다. 말이 가수였지 낮에는 벽돌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했고 밤에는 무대에서 목청껏 노래를 불러야만 했다.
“안 해본 일이 없어요. 누가 ‘음반을 내주겠다’고 해서 사기를 당한 것도 수차례고 그러다 너무 지쳐 한강다리 밑에서 1년 가까이 노숙자 생활을 하기도 했으니까요.” 박운이는 그런 생활속에서도 늘 꿈만은 잃지 않았다. 그건 돈을 모아 언젠가 제대로 된 음반을 내고 가수로 데뷔하는 것. 그렇게 온갖 궂은일을 하며 고생 끝에 모은 돈으로 2005년 꿈에도 그리던 첫 음반을 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였다. 지난 5월 갑자기 쓰러져 대동맥 파혈로 12시간의 대수술을 받은 것.
다행히 지금은 건강이 회복되고 어느 작곡가의 도움으로 어렵게 또 다른 음반도 내게 됐다. 그의 이번 타이틀곡 ‘이왕이면 다홍치마’, ‘인생 희로애락’은 28년간 그가 겪어 온 무명의 설움을 넘어 한 인간의 인생 이야기를 담아 전하는 메시지와도 같다. 특히 ‘그리운 어머니’는 5년째 중풍으로 아들조차 몰라보는 노모를 그리며 부르는 노래로 듣는 이의 가슴을 적신다.
박운이는 “어머니가 가끔 정신이 들면 저 보고 ‘TV에 언제 나오냐고 하세요’. 그럴 땐 정말 가슴이 미어집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라고 말하지만 그냥 이대로 돌아가시는 건 아닌가 해서요.”
/dksong@fnnews.com 송동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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