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컴퓨팅

[세계로 뻗는 게임 한류] (2) ‘국가대표 게임’-엔씨소프트 아이온

백인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2.08 21:12

수정 2009.12.08 21:12



"무엇보다 세계 시장을 상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분야에 우리는 종사하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만 보고 가다간 원하는 작품을 만들 수 없죠."

아이온은 '생존을 위해 글로벌 대작을 만들어야 한다'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의지를 반영한 첫 작품이다. 이 게임은 외신들의 극찬에서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북미유럽의 주요 게임전문매체인 MMORPG닷컴은 "서양의 온라인 다중역할수행접속게임(MMORPG)에서나 기대할 수 있는 방대한 스토리와 퀘스트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스트래틱스(STRATICS)는 "MMORPG 장르 내에서는 아트 스타일에 있어 경쟁작이 없을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아이온'은 게임한류의 최전선에 서 있는 게임이다. 제작사 엔씨소프트는 아이온의 해외 매출 덕에 지난 3·4분기 사상 처음으로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액을 넘어섰다. 엔씨소프트의 3·4분기 매출액과 영업익은 각각 1663억원과 566억원으로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112%, 630%가 는 수치다.
아이온은 올해 엔씨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세계시장 겨냥한 개발이 성공기반

'아이온'의 성공 원동력을 두고 게임업계에서는 블록버스터 영화의 그것과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개발 초기부터 전 세계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준비한 것이 제대로 먹혀들었다는 것. 한국 MMORPG에 익숙한 일본·대만 등의 기존 시장뿐 아니라 서양 이용자들에게까지 어필하기 위해 정교한 캐릭터 외모 만들기 시스템을 장착하는 등 그래픽 면에서 동·서양 게이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접점을 분석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또 음악 작업은 세계적인 뉴에이지 뮤지션 양방언씨를 영입, 3년간의 작업을 통해 아이온이 공개됨과 동시에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 앨범을 별도로 판매하기도 했다. 대작 영화의 마케팅 방식이다. 엔씨소프트는 이 같은 아이온 개발작업에 4년의 기간과 230억원가량의 제작비를 투자했다. '아이온'을 기존의 리니지 시리즈와 완전히 구별되는 새로운 프랜차이즈로 삼겠다는 목표로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4월 중국 진출을 시작으로 7월 대만과 일본, 9월 북미·유럽에 진출하면서 아이온은 지금까지 어떤 국내 게임도 넘보지 못했던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위협하는 게임으로까지 성장했다.

■적기 서비스제공…성공 원동력

적기에 시장을 공략한 빠른 서비스 타이밍은 매출을 극대화하는 동력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국내 서비스에 이어 올해 중국과 일본, 대만에서 공개 시범서비스 시작 10일 만에 상용화를 시작한 것. 고조된 유저들의 관심을 그대로 이어가 결제율을 높여 매출을 극대화시키는 방식이다. 현지화나 사전 준비가 부족하다면 쓸 수 없는 전략이다.

발빠른 마케팅도 한몫했다.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는 정식서비스 이전에 패키지 사전 예약 판매를 진행했다. 예약구매자에게 일반 구매자보다 먼저 게임에 접속하게 하거나 게임 내 아이템을 제공하는 등 혜택을 준 것. 이를 통해 아이온은 정식서비스 이전에 예약판매고 45만장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북미·유럽 시장에서 30만장 이상의 게임 패키지가 판매된 게임은 '트리플 A' 게임으로 불린다. 아이온은 지난 11월 100만카피 판매고를 올렸다.

■'아이온'덕에 엔씨 글로벌게임 업체로 등극

서비스 1주년을 맞은 '아이온'의 누적매출은 1889억원이다. '아이온'이 한 살을 맞으면서 동시에 엔씨소프트는 글로벌 게임업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단일게임으로 1년간 벌어들인 금액 중 최고 기록이다. 증권가에선 엔씨소프트의 이 같은 고성장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정우철 애널리스트는 "아이온의 내년 북미 및 유럽에서 월정액 이용자 수는 월평균 60만명에 달할 것"이라며 "분기 평균 로열티도 50억∼55억원에 달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앞으로 해외 지역의 브로드밴드 보급률이 높아짐에 따라 반사 이득을 보게 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심준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게임 관련 업체들이 북미와 유럽, 중국 등 해외시장에서 2009년부터 의미 있는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며 "이들 국가의 초고속인터넷망 보급 속도와 온라인게임 점유율의 상승 추세로 미루어볼 때 앞으로도 실적 성장 가능성은 크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 이재호 최고재무책임자는 "지금은 수년간의 준비와 노력 끝에 아이온을 글로벌시장에 론칭해 가시적인 성과를 얻은 매우 의미있는 시기"라며 "초기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도 아이온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fxman@fnnews.com 백인성기자

■사진설명= 엔씨소프트의 대작게임 '아이온'의 캐릭터 이미지. 엔씨소프트는 이 게임으로 지난 3·4분기에 북미 242억원, 유럽 170억원, 일본 233억원, 대만 88억원의 매출을 거둬 해외지역 매출 비중이 52%를 기록했다.
이 기간 로열티 수입만 130억2000만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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