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처럼 연인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시기도 없다. 어린 자녀를 둔 가족들도 크리스마스를 그냥 지나치기는 어렵다. 크리스마스를 포함한 연말 시즌이 공연가 최대 성수기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크리스마스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클래식과 발레 무대를 소개한다.
◇클래식이 좋을까=예술의전당이 매년 마련하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콘서트’(23일·예술의전당 콘서트홀)는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김대진을 비롯해 백주영(바이올린), 김성은(비올라), 채재일(클라리넷), 이윤정(오보에) 등 젊은 연주자들이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금호아트홀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이들은 플랑의 ‘고성으로의 초대’를 비롯해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모차르트의 ‘춤추라, 기뻐하라, 행복한 영혼이여’ 등 이 계절에 어울릴 만한 곡들로 프로그램을 짰다.
하피스트 곽정이 펼치는 ‘크리스마스 이브 콘서트’(24일·세종체임버홀)와 일본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가 선사하는 ‘크리스마스 선물’(25일·예술의전당 콘서트홀)도 연이어 열린다. 곽정은 그가 이끄는 ‘하피데이 앙상블’과 함께 5대의 하프가 들려주는 크리스마스 캐롤을 연주하고 유키 구라모토는 디토 오케스트라, 플루티스트 최나경, 카운터테너 이동규 등과 함께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카치니의 ‘아베마리아’ 등을 들려준다.
26일 서울 광화문 세종체임버홀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박민정과 유키 모리가 연주하는 ‘크리스마스 액추얼리&굿바이 콘서트’가 열린다. 리투아니아 출신의 바이올린 거장 야사 하이페츠의 제자인 두 사람은 플래너터리 체임버 앙상블과 함께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 엔야의 ‘온리 원’,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 등 비교적 대중적인 곡들을 연주한다.
클래식과 재즈, 국악이 어우러지는 독특한 콘셉트의 무대도 열린다. 14일 서울 남산국악당과 21일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연이어 열리는 ‘크리스마스 스위트 콘서트-사랑만들기’다. 쇼스타코비치의 재즈 모음곡 ‘왈츠’,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 비틀즈의 ‘렛 잇 비’ 등이 연주되는 이 무대에는 재즈 색소포니스트 이정식을 비롯해 피아니스트 박경훈, 국악인 오정해 등이 출연한다.
◇발레가 좋을까=크리스마스 이브 날 밤 호두까기 인형들이 벌이는 모험을 춤으로 묘사한 ‘호두까기 인형’도 빼놓을 수 없는 크리스마스 레퍼토리의 하나다. 올해는 모두 5가지 버전의 ‘호두까기 인형’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우선 국내 무용계의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18∼24일·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과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22∼31일·유니버설아트센터)이다. 웅장한 볼쇼이 버전을 무대에 올리는 국립발레단은 김지영·김현웅, 박세은·이영철 등 국립발레단 주역 무용수들을 전면에 내세웠고 아기자기한 느낌의 키로프 버전을 공연하는 유니버설발레단은 황혜민·엄재용, 강예나·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등 ‘특급’ 무용수들을 낙점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경기 의정부 예술의전당(18∼19일), 국립발레단은 경기 고양 아람누리(25∼27일)에서도 공연한다.
한국적인 안무와 연출로 색다른 느낌을 선사하는 서울발레시어터의 ‘호두까기 인형’은 경기 과천시민회관(11∼12일)을 시작으로 용인 여성회관(18∼19일),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24∼26일), 서울 창동 열린극장(30일∼내년 1월 3일) 등 4곳에서 연속 공연된다. 제임스 전이 새롭게 안무를 짠 서울발레시어터 공연에는 클라라와 왕자의 결혼식에 등장하는 각 나라의 전통춤에 한국춤을 가미하는 등 기존 작품과는 전혀 다른 즐거움을 제공한다.
‘발레 강국’으로 통하는 러시아 무용수들이 직접 내한해 꾸미는 무대도 있다. 오는 31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빅톱시어터 무대에 오르는 벨라루스 국립발레아카데미의 ‘시르크 넛’과 22∼26일 경기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노보시비르스크 국립오페라발레극장의 ‘호두까기 인형’이 그것이다. ‘시르크 넛’은 발레에 아트서커스를 접목시킨 독특한 콘셉트의 무대로 튀튀를 입은 무용수들 외에도 아슬아슬한 묘기를 선보이는 벨라루스 국립서커스단 단원들이 특별출연한다.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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