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호주오픈, 태극기 대신 인공기 게양 파문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2.15 13:31

수정 2009.12.15 13:31

▲ 지난 6일 막을 내린 원아시아투어 호주오픈에서 인공기가 게양되었던 것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국제적인 골프 토너먼트에 태극기 대신 북한의 인공기가 게양된 것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다.

문제가 된 대회는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부터 나흘간 호주 시드니의 뉴사우스웨일즈CC에서 열린 호주오픈이다. 이 대회는 호주골프협회(AGU) 주관으로 열리는 호주 최고 권위의 내셔널 타이틀 대회로써 올해는 출범 원년을 맞은 원아시아투어로 개최됐다.

이 같은 사실은 호주오픈에 이어 호주PGA선수권대회까지 2주간 호주투어를 마치고 14일 귀국한 선수들을 통해 전해졌다. 이번 대회에는 21명의 한국 선수들이 출전했다. 선수들에 따르면 연습 라운드를 위해 지난달 30일 경기장에 도착했더니 국기 게양대에 태극기 대신 인공기가 걸려 있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했다는 것. 현장을 최초로 발견한 것은 박성국(21)의 아버지 박용윤(50)씨였다. 박씨를 비롯한 선수들은 “어떻게 북한 인공기가 걸릴 수 있느냐”며 분개했고 이민창(22·슈페리어)의 캐디로 참여한 유영재(35·포틴 아카데미 팀장)씨가 대회조직위원회에 이를 정식으로 항의했다.


유씨에 따르면 “내셔널 타이틀 대회인 호주오픈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느냐”며 강한 유감을 표시하자 조직위측은 “정말 미안하다. 빠른 시정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는 것. 하지만 경기장에 태극기가 모습을 나타낸 것은 그 다음날 오후나 되서였다. 한국 선수들의 항의를 받고 인공기를 바로 내렸지만 태극기를 곧장 구하지 못하므로써 다소 늦어졌다고 조직위측이 해명했다고 유씨는 전했다.

이번 대회 참관차 호주 현지를 방문한 송병주(36) 한국프로골프투어(KGT) 경기운영국장은 “나도 월요일날 인공기가 게양된 현장을 목격하자마자 대회 관계자를 만나 어떻게 된 상황이냐고 따져 물었더니 ‘대회 운영 대행을 맡았던 대행사가 남북의 개념을 잘 몰라 빚어진 일이었다’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와 함께 원아시아투어 이사진으로서 이 투어 출범의 산파역인 대한골프협회(KGA)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대회조직위원회에 엄중 항의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협회 김동욱전무(64)는 “현장에 있지 않아 좀 더 진상을 파악해 봐야 하겠지만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라며 “외교적 관례를 무시한 이와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되지 않도록 호주골프협회측에 철저한 재발방지책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인공기 게양이라는 중차대한 사고 뿐만 아니라 티타임을 이른 시간이나 아예 늦은 시간에 편성하거나 조편성을 한국선수끼리 한 조로 묶는 등 불이익을 당했다는 것. 원아시아투어로 열렸던 올 코오롱-하나은행 한국오픈 등 국제대회가 자국 선수와 외국인 선수간의 차별없이 티오프 시간과 조편성이 이루어지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다.

원아시아투어는 대한골프협회를 비롯해 일본골프투어(JGTO), 중국골프협회(CGA), 호주 PGA 주축으로 아-태 지역 골프발전과 수준 높은 프로대회를 유치하고 골프협회와 회원의 권익 신장을 목적으로 올 1월부터 출범한 투어다.
신설대회보다는 기존 대회를 투어로 전환하면서 기존으 아시안투어와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 대회는 코오롱-하나은행 한국오픈이 올해 열렸고 내년에는 서울오픈(가칭) 등 2∼3개 대회가 원아시아투어로 열릴 전망이다.
JGTO측이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아시안투어와의 관계를 고려해 미온적 입장을 취하고 있어 이 투어의 성패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golf@fnnews.com정대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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