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1797∼1828)는 흔히 ‘가곡의 왕’으로 불린다. 그가 31년의 짧은 삶을 살면서 내놓은 작품은 1000곡에서 딱 2곡 모자라는 998곡. 이중 60%가 넘는 633곡이 리트(Lied), 즉 독일 가곡이다. 그중 백미는 그가 말년에 빌헬름 뮐러의 시에 곡을 붙인 연가곡 ‘겨울나그네’다. 모두 24곡으로 이뤄진 노래 중 다섯번째 곡인 ‘보리수’는 종종 단독으로도 불려질 만큼 유명하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지휘자’라는 관용구를 달고 다니는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정명훈(56)과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세계적인 성악가 연광철(44·베이스)이 ‘겨울나그네’를 위해 의기투합했다. 오는 19일과 21일 인천 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르는 ‘겨울나그네’다.
이번 무대에서 마에스트로 정명훈은 반주자로 피아노 건반 앞에 앉는다. 정명훈은 지휘자로 더 유명하지만 지난 1974년 21세 때 한국인 최초로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준우승(피아노 부문)을 차지하는 등 피아니스트의 길을 먼저 걸었다. 1978년 명지휘자이자 스승인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를 만나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지휘자로 지휘봉을 잡은 뒤에도 그는 간간이 피아노 앞에 앉는 것을 즐겼다. 정명훈이 국내에서 피아노 반주자로 나서는 것은 지난 2006년 세계적인 메조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 내한공연 이후 3년 만이다.
정명훈에 비하면 이름이 덜 알려진 편이지만 베이스 연광철의 이름 앞에 ‘거장(마에스트로)’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지난 1993년 플라시도 도밍고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린 연광철은 독일 베를린 슈타츠오퍼국립오페라단 단원으로 활동한 실력파. 베를린 국립오레라단 시절 함께 활동했던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의 권유로 바이로이트 바그너 페스티벌에 데뷔한 그는 현재까지도 대표적인 ‘바그너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난해하기로 유명한 바그너의 음악을 그만큼 소화하는 성악가가 없다는 것은 이제 불변의 사실이다.
정명훈과 연광철의 인연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명훈의 파리 바스티유 국립오페라 고별 무대였던 베르디 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1994년)에서 연광철이 비교적 작은 역할이긴 하지만 ‘피에트로’라는 역을 맡으며 그 자리를 함께 했던 것. 최근 기자들과 만난 연광철은 “이번 공연은 그때 이후 두번째 호흡을 맞추는 자리인데 개인적으로 무척 영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휘자 출신 피아니스트는 단순히 피아노 악보에 그려진 소리를 치는 것이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다양한 소리를 피아노에서 끄집어내는 것 같다”며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3만3000∼11만원. (02)518-7343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