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를 이틀째 점거 중인 민주당 의원들과 단상 진입을 시도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18일 또다시 충돌했다. 여야는 원내대표회담을 추진하는 등 해결책 모색에 나섰으나 정상화 여부는 미지수다.
한나라당 소속 심재철 예결위원장과 한나라당 예결위원 2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18분 회의장에 입장, 전체회의 개회를 시도했다. 심 위원장이 의장석에 접근하려 하자 이미 단상을 점거한 민주당 의원 20여명이 이를 몸으로 저지하면서 양측 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심 위원장은 “내 자리를 비켜달라. 계수소위 자체를 구성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민주당은 ‘준예산이 편성되는 한이 있더라도 밟고 지나가라’고 할지 모르지만 이래선 안된다”고 항의했다. 좌석에 있던 양당 의원들도 “단상에서 빨리 내려와라” “영수회담부터 수용하라”며 고성을 주고받았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여야 원내대표와 예결위 간사 등 ‘4자회담’을 민주당에 제안하고 “계수소위를 가동하면서 4자회담을 여는 ‘투 트랙’ 방식으로 4대강 예산부분에서 삭감할 것은 삭감할 범위를 찾아보자”고 말했다.
민주당은 원내대표 회담에는 응한다는 입장이면서도 4대강 예산은 대통령이 풀어야 한다는 인식에 따라 ‘대통령+여야대표 회담’을 연 뒤 대안이 나와야 농성을 푼다는 방침이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날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우리의 점거는 협상을 위한 투쟁으로 굳건히 버텨내자”며 “한나라당이 협상안을 들고 나와 타결되면 모두 순리대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민주당 의원들과 정면 충돌은 가급적 피하면서 점거 사태로 빚어진 늑장 예산 처리에 대한 여론의 비판에 기대면서 강행처리의 명분을 쌓아 갈 것으로 보인다. 예산안 단독처리에 대비해 예산안 수정동의안을 만들어 놓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수정동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지난 1993년 이래 16년 만에 처음으로 계수조정소위가 가동되지 않은 채 예산안이 처리되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khchoi@fnnews.com 최경환 김학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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