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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각] 여대생 ‘생리 공결제’ 논란/정성엽 대학생 명예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2.29 17:45

수정 2009.12.29 17:45



여학생의 심한 생리통으로 인한 결석을 ‘공적인 결석’으로 처리해주는 생리 공결제(公缺制)를 둘러싸고 대학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여대생들의 복지 향상과 양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해 지난 2006년부터 각 대학에 도입되기 시작한 이 제도는 현재 상당수 대학에서 운영되면서 여학생들의 호응이 높다.

그러나 최근 대학가에 공결제가 악용되는 사례가 다수 드러나면서 남학생들을 중심으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남학생들의 경우 역차별까지 거론하며 폐지를 요구하기도 한다. 실제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여학생들은 5번 빠져도 A, 남학생들은 5번 빠지면 F’라는 비아냥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또 징검다리 연휴가 있는 경우 같은 수업을 듣는 상당수 여학생들이 같은 날 공결을 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한다. 일부 여대생들은 수업에 지각을 할 것 같거나 약속이 있어 수업에 빠지게 되면 “그냥 공결 하지 뭐”하는 태도로 제도를 악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결국 서강대의 경우 ‘생리결석과 일반결석의 패턴 및 차이점이 없어 일반결석의 대체 수단일 이유가 높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내세워 공결제도를 폐지했으며 이화여대, 숙명여대를 포함한 주요 여대의 경우 역설적이게도 생리 공결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대학들은 공결제 가능 일수를 한 학기 5일에서 3일로 줄이고 시험 기간에는 공결을 인정하지 않는 등 제도적 개선책 마련에 나섰으나 ‘한 학기 생리하는 날짜를 5번에서 3번으로 줄이고 시험기간에는 아예 하지 말라는 말처럼 들린다’는 한 여학생의 푸념처럼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생리 공결제는 당초 취지가 그렇듯 여대생들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임에는 틀림없다.
생리에 대해 쉽게 말하기 힘든 가부장적 풍토가 남아 있는 사회에서 생리통을 감기 몸살쯤으로 둘러대야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러나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 만큼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요구되는 것도 사실이다.
존치냐, 폐지냐 하는 이분법적인 접근보다는 악용에 대한 피해는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인식 전환과 함께 여학생들을 배려하기 위한 교내 시설물 도입, 여학생 휴게실 확대와 같은 시설물 확충 등을 통해 양심적·제도적 보완을 함께 이뤄나가야 할 것이다.

/luvkoffe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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