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주도로 국회는 31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일반 및 특별회계 등을 포함한 292조8000억원 규모의 새해예산안을 전격 처리한 데 이어 이날 오후까지 김형오 의장이 심사기일을 지정한 국세기본법개정안 등 예산관련 부수법안도 ‘속전속결’로 직권상정을 통해 의결하면서 민주당 등 야권이 강력 반발하고 있기 때문.
민주당은 특히 한나라당 주도의 예산안 및 예산부수법안 전격 처리를 국회법을 무시한 탈법적 날치기로 규정하고 ‘원천무효’을 위한 법적 투쟁에 돌입키로 하는 등 새해 벽두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회법 처리의 부당성을 법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헌법소원 제기 등 강력한 쟁송 채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안-예산부수법안 “속전속결 직권상정”
이날 표결은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의원들이 참여했고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여야간 합의처리 원칙을 깨고 예산안을 단독처리한 데 대해 의장석 주변에서 강력 항의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국회는 또 야당 의원들이 예산안 의결 뒤 본회의장을 퇴장하고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김 국회의장이 오전 심사기간을 지정한 국세기본법 등 예산부수법안도 직권상정을 통해 통과시켰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안건은 새해 예산안을 비롯해 부가가치세법 개정안 등 총16개 안건.
새해 예산 수정안을 비롯해 기금운용계획 수정안, 언론진흥기금운용계획안, 임대형 민자사업(BTL) 한도액안, 만기도래하는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채권의 원리금 상환을 위해 2010년도 발행하는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채권에 대한 국가보증동의안(수정) 등이 있다.
또 2010년도 수출보험계약체결한도에 대한 동의안, 부가가치세법 개정안(대안), 개별소비세법 개정안(대안),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대안),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대안), 국세기본법 개정안(대안), 국세징수법 개정안(대안), 조세범처벌법 개정안(대안), 자유무역협정의 이행을 위한 관세법의 특례에 관한 법률 개정안(대안), 지방세법 개정안(대안), 정부조직법 개정안(수정) 등도 처리됐다.
■민주, 김의장 사퇴촉구..4대강 사업 저지 다짐
민주당은 예산안 처리가 탈·불법적인 날치기 처리라며 원천무효인 만큼 헌법소원 제기 등 강력한 ‘법적 무효 투쟁’에 나설 것임을 강조하는 한편 국회법을 무시한 채 날치기 처리에 동조했다면서 김형오 의장이 사퇴를 공식 촉구했다.
특히 새해부터 다시 전열을 정비, 정부의 4대강 사업 추진을 강력히 저지하는 투쟁모드에 돌입할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정세균 대표는 본회의장 기습처리 후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가진 ‘날치기 예산처리 규탄대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참으로 참담하다. 어떻게 대한민국 국회가 이 지경으로 불법천지가 돼 버렸는가”라며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의 일방적인 요구에 김형오 국회의장과 한나라당이 하수인 역할을 하면서 국회법은 완전히 유린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예결위 예산결산 통과 관련해 이렇게 장소를 바꿔 일방적으로 여당의 의원총회에서 예산안을 통과시킨 일은 과거에 없었다”고 한 뒤 “이는 명백히 국회법 위반이다. 예산 부수법안을 직권상정하는 과정에서 명백하게 국회법 절차를 위반했기 때문에 원천무효”라고 밝혔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오늘 처리된 예산 부수법안은 기일지정 자체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직권상정의 요건조차 갖추지 못해 원천무효”라면서 “민주당은 이러한 국회법 무시 유린행위에 대해 명백하게 법적으로 진실을 가려낼 것”이라며 강력한 법적 투쟁에 나설 것임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특히 국회법 무시 등을 이유로 김 의장에 대한 자진사퇴를 공식 촉구하는 등 원내외적 투쟁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이 원내대표는 “오늘 저녁 국회 예산처리 과정에서 두 번씩이나 국회법을 어긴 것은, 국회의 권위를 지켜야할 국회의장으로서 본인의 직무를 완전히 버린 것”이라며 “국회의장은 사퇴해서 이 죄를 씻을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수자원공사가 추진하려는 4대강 사업은 철저하게 대운하 사업”이라며 “수자원공사는 치수사업을 할 수 없는 기관이기 때문에 수자원공사가 지금 대운하 사업하는 것은 명백히 불법이다. 민주당은 이 부분에 대해 법적 투쟁을 통해 이 사업을 무력화시킬 것이며 내년부터 더 가열찬 정치적 투쟁을 통해 대운하 사업을 기필코 막아내겠다”고 덧붙였다.
■새해정국 “시계 0”
민주당이 4대강 사업에 대한 철저한 방어를 선언한 데다 1월11일 발표될 예정인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계획을 둘러싸고 또 한번 여야간 첨예한 갈등이 예상된다.
일단 예산안 의결을 막아내지는 못했지만 4대강 사업 진행에 대한 시중 여론의 부정적 의견이 많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4대강 사업 반대 투쟁에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민주당 일각에선 세종시 수정안이 나오는 대로 1월중 임시국회 소집을 통한 강력한 대정부질문이나 현안 질의 등을 통해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부당성과 부적절성 등을 집중 성토하자는 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4대강 예산을 포함한 내년도 예산안 처리의 부당성을 법적으로 투쟁하는 한편 정부의 4대강 사업 집행을 모든 정책적 수단을 동원해 ‘보이콧’하자는 입장이다.
결국 새해예산안 처리과정에서 불거진 여야간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지면서 세종시 수정안 발표를 기점으로 여야간 대치전선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2월 임시국회 처리가 예상되는 쟁점 법안인 한은법개정안을 비롯한 나머지 쟁점 법안 처리를 놓고 여야간 또 한차례 격돌이 예상된다.
게다가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어서 여야간 힘겨루기는 더욱 치열해지면서 파행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이다.
/haeneni@fnnews.com정인홍 김학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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