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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유통·택배..기습 폭설에 멈춰선 ‘물류동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1.04 20:54

수정 2010.01.04 20:54


■산업계 물류 피해 현장

가구제조사 A사는 4일 오전부터 5일 가구 설치 일정을 취소해달라는 전화에 시달렸다. 기존 가구 철거나 벽지, 마루 등의 공정 작업이 폭설로 연기되면서 가구 설치도 연기해달라는 전화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4일 오전 중에만 내일 시공할 곳 중 30%가 일정 연기를 요청해 왔다”며 “날씨 상태가 좋지 않으면 시공 연기가 더욱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경기 인천지역의 철 제품 제작업체인 B사는 쏟아지는 폭설로 인해 전국 도매점으로 출고해야 할 물량 운송을 금지했다. 이 회사는 작업 강행으로 상품 파손 및 안전 사고 발생이 우려돼 해당 물류 기업과 함께 기상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며 대기한 뒤 출고작업을 속개할 계획이다.
업체 관계자는 “당장 급한 물량이 아니면 출고를 전면 금지했다”고 말했다.

물류 업체들은 이날 수출·수입 물량, 택배 물량 등의 수송 지연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비상체제로 돌입했다. 특히 도로통제 구역이 많아 화물 상하차가 어려운 지역은 화주와 협의해 운송을 하루이틀 정도 미루고 택배 물량도 고객들에게 안내 문자 메시지를 보내 양해를 구하는 등 무리한 운행을 자제하고 있다.

■인천항 하역 작업도 전면 중지

기습폭설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의 물류동맥이 사실상 멈춰섰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인천항 내 하역 작업은 전면 중단상태다. 또 수도권 지역을 돌면서 기업들에 물량을 받아 배에 선적하는 물류작업도 멈춘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4일 오후 2시 기준으로 인천, 평택, 대산, 동해, 울산항은 하역 작업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라며 “차량 진입도 어렵고 화물이 눈에 젖을 우려가 있어 하역 작업은 미뤄두고 제설작업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날 화물 운송은 평소 대비 60%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도권 공단인 시화공단의 원자재 보급 창고 역할을 하고 있는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한국산업단지공단 시화물류센터에는 이날 인천, 부산 등에서 들어와야 할 컴퓨터 및 전자제품 부품을 실은 컨테이너 차량 10여대 중 1대도 못 들어왔다. 물류센터 관리 담당 최재영 과장은 “이번 주 내내 원자재 수급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공단 지역 제조업체들이 쉬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경남, 전라도권은 화물선적이 가능해 오전에 차량들이 정상 운행했다.

■택배 업계 비상근무체제 돌입

성인 1인당 연간 30회 이상 이용하고 지난해 11억개, 약 2조5000억원의 시장으로 성장한 생활밀착형 택배 시장은 이번 폭설로 유례없는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택배의 경우 평소 대비 40% 정도의 물량만을 소화하고 있다.

대한통운, 한진, CJ GLS 등은 이날 폭설로 택배 차량이 집하장에서 출발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강남지역 등 아파트가 많고 큰 길이 많은 지역은 서행 운전으로 택배 물량을 나르고 있지만 비탈길과 언덕이 많은 강북 지역은 택배 차량이 운행을 포기한 채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대한통운 관계자는 “직원들을 수도권 곳곳에 파견해 실시간으로 운행 가능 정보를 파악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오늘보다 내일이 더 문제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택배 물량은 주말과 월요일에 주문이 폭증해 보통 화요일에 고객들에게 배달되는 물량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늘도 문제지만 날씨가 추워지고 제설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당분간 고객들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택배업체들은 폭설로 작업자 낙마사고나 비탈길 차량 미끄럼 사고 등이 많이 발생함에 따라 현장 직원들에게 안전사고 예방교육은 물론 스노 체인 등 동절기 대비 안전장치 장착을 의무화 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기자

■유통업계 물류 피해 현장

눈폭탄을 맞은 4일 유통가와 식품업체는 하루종일 바쁜하루를 보냈다. 특히 홈쇼핑과 온라인몰도 폭설로 인한 배송지연 사태를 줄이기 위한 노력과 함께 5일 배송지연에 대한 대책마련에 분주했다. 또한 우유, 두부 등 당일 배송제품을 생산하는 식품업체도 눈폭탄을 뚫을 배송작전을 짜는데 주력했다.

■홈쇼핑 등 배송지연 불가피

홈쇼핑과 온라인몰 업체들은 4일 고객들에게 도착할 것으로 예정된 물품들이 1∼2일가량 배송이 지연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GS샵은 차량 진입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주요 대로와 아파트 지역을 중심으로 배송하고 있으나 고지대와 골목길 등 차량 진입이 어려운 일부 지역은 기상상태를 관측하며 배송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GS샵 배국원 물류센터장은 "고객들에게 빠른 배송은 물론 택배기사들의 안전도 중요하기 때문에 고지대와 골목길 등 위험 지역의 배송은 최대한 자제할 계획"이라며 "소비자의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롯데닷컴은 백화점 상품의 배송의 경우 매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구로센터로 입고해 배송지연을 최소화하고 있다. 특히 배송 지연의 장기화를 방지하기 위해 전담 택배사와 긴급(특별)배송팀을 구성할 계획이다.

옥션은 이날 오후 1시 홈페이지에 갑작스러운 폭설로 '굿스플로' 배송서비스를 포함한 모든 택배사의 집하와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는 공지를 올렸다. G마켓도 판매자별로 고객들에게 문자나 전화로 지연을 통보는 한편 오후에 배송지연 관련 공지사항을 고지했다.

■5일 새벽 눈폭탄을 뚫어라

유업체 등 당일배송 제품을 생산하는 식품업체는 5일 새벽 배송작전을 짜는데 주력했다. 고지대와 골목길 등 위험지역은 제품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우유 강덕원 홍보팀장은 "우유 배송을 철도나 비행기로 할 수 없기 때문에 도로가 통제되면 배송이 불가능하게 돼 눈이 그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유업, 빙그레 역시 5일 새벽 배송 가능 여부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유업체의 경우 목장에서 원유를 가져와야 하기 때문에 도로가 통제되면 배송뿐 아니라 목장에서 공장으로 원유 공급도 불가능하게 돼 아예 생산이 중단될 우려도 있다.

아울러 한국야쿠르트도 배달원인 '아쿠르트 아줌마'의 안전사고 등을 우려해 일부 지역에 대한 배달 중지를 검토하고 있다.


/yoon@fnnews.com 윤정남 고은경 박신영기자

■사진설명=서울, 수도권 지역에 대설경보가 내려진 4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앞길에서 폭설에 미끄러지고 있는 택배차량을 백화점 직원들이 힘겹게 밀고 있다. /사진=박범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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