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최고급 외제 디젤차 강추위에 ‘SOS’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1.18 17:38

수정 2010.01.18 17:38



경기도 일산에 사는 회사원 이모씨(40)는 지난해 12월 15일 독일 벤츠 C클래스 승용차를 샀다. 구매 후 한달여 만에 이씨는 황당한 경험을 겪었다.

5490만원이라는 거금을 투입해 장만한 벤츠가 한달도 안돼 똑같은 고장을 2번이나 일으켰기 때문이다. 고장 원인은 황당하게도 영하 16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였다.

이씨가 구입한 벤츠는 C220 CDI(디젤). 그는 디젤 연료가 가격이 저렴하고 가솔린에 비해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이라는 영업사원의 설명에 설득돼 디젤차량을 구입했다.
하지만 디젤차량은 추위에 치명적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씨는 뒤늦게 알았다.

이씨의 벤츠는 차량 등록 후 불과 일주일 만에 첫 고장을 일으켰다. 엔진 경고등에 불이 들어오는 등 차량이상을 발견한 이씨는 곧바로 정비센터를 찾았고 이후 연료 필터를 교환했다. 추위로 인해 필터 막힘 현상이 일어났다는 게 벤츠측의 설명.

경유 차량은 가솔린 차량과 달리 연료가 필터를 통과한 후 엔진으로 분사가 되는데 추운 겨울 필터가 막히는 일종의 왁싱현상이 드물게 발생한다. 왁싱현상이 일어나면 달리던 차량의 시동이 꺼질 수 있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시동 자체가 걸리지 않기도 한다.

이씨의 벤츠는 지난 1월 6일 연료필터 막힘현상으로 또다시 멈춰섰다. 윈인은 처음과 동일했다. 벤츠측은 연료 필터교환과 함께 연료유동개선제를 투입했다.

유동개선제는 영하 30도 이상의 추위도 견딜 수 있는 일종의 첨가제로 우리나라에선 거의 사용하지 않는 물질이라는 게 정유업계의 설명이다.
이씨는 차량 인도를 거부하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벤츠측에 요구하고 있지만 벤츠측은 유동개선제를 넣은 차량을 인도해 가라고 강요하고 있는 상황.

2010년형 벤츠 C220 CDI를 구매한 고객 가운데 이씨와 같은 사례가 더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 벤츠측은 “차량에 필터 히팅장치(200와트)가 장착돼 있어 이와 같은 사례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며 차량을 실내에 주차하고 겨울철 전용 경유를 사용해야만 이와 같은 현상을 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씨는 “2008년형 모델이나 2009년형 모델도 필터막힘 현상이 일어나 벤츠측에서 600와트짜리 필터히팅장치를 무상으로 장착해 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벤츠측이 근본적인 문제를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fncho@fnnews.com 조영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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