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박현주가 만난 아트人] ② 차대영 한국미술협회 신임 이사장

박현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1.21 17:07

수정 2010.01.21 17:07

▲ 키 180㎝, 체중 90㎏이 넘는 큰 덩치에 흰 머리카락을 올백으로 넘긴 차대영 당선자는 마치 '백호' 같았다. 한국미협 신임 이사장 당선 이후 각계 기관장 인사를 시작으로 행보가 바빠진 차대영 당선자는 "미술인들의 복지와 실추된 미협의 권위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뛰겠다"고 말했다.


기호 3번 차대영 후보, 제22대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당선. 개표 발표 순간 함성이 쏟아졌다. 지난 9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한국미협 이사장 선거는 3파전 속에 박빙으로 어느 해보다 뜨거웠다. 차대영 신임 이사장 당선자(54·수원대 교수)는 2만7000명의 미협 회원 가운데 1만230명이 참여, 4260표를 얻었다. 2위와 836표 차이였다. 이번 선거는 서울에서만 열린 예전과 달리 대전·대구·광주·부산·제주 등 전국 8개 권역에서 동시에 열렸다. 서울·경기·인천권역의 1투표구인 올림픽홀은 3000석 객석을 꽉 채운 채 정치권의 선거 못지않은 열기로 후끈했다.

한국미협 이사장은 ‘미술계의 대통령’이다. 차 당선자는 지난 2004년 20대 이사장 선거에서 낙선 후 6년의 와신상담 끝에 두번째 도전에 성공했다. 그동안 서울미술협회 부이사장, 21C한국미술문화연구소 대표, 한국미술국제교류협회장을 맡아 미협을 이끌어갈 능력을 키워 왔다.

지난 15일 서울 경운동 한국미협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차 당선자는 “배고프고 소외된 미술인들을 위해 ‘진심’을 다해 뛰겠다”고 말했다. 공약으로 내걸었던 기업아트메세나 펀드를 우선 조성, 기업이 화가들의 작품을 매년 정기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동안 미협은 미술대전 비리에 따른 도덕적 문제로 신뢰를 얻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올해는 미협이 출범한 지 50주년이 된다. 미술인의 화합과 미협의 권위회복을 주장하는 차 당선자의 추진 정책을 들어봤다.

―두번이나 미협 이사장에 출마했다. 정치적이라는 시선도 있다.

△6년 전의 고배가 새롭게 기억난다. 미협이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람의 문제다. 더 이상 미협의 권위가 실추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작가로서 많은 전시와 작품 활동은 활발했지만 미협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해 미술인으로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책임감을 느꼈다. 정치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 미술인들이 얼마나 힘들게 작업을 하고 있고 혜택을 못 받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작가로서 순수한 마음과 미협의 단체로서 새롭게 미협이 거듭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출마를 결심하게 된 동기다.

―그래서인지 복지정책이 세심하다.

△전업작가들은 대부분 고립되어 있다. 무직자 대우를 받으면서 사회 복지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다. 정부에서 관심을 갖고 추진하고 있는 예술인 공제조합과 연계, 미술인 공제조합을 설립할 계획이다. 건강보험, 산재보험, 국민보험 등 4대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미술인들도 작품을 담보로 대출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금융권과 협의를 진행하겠다. 생활고에 찌들고 있는 미술인들을 위해 복지혜택을 늘릴 방침이다. 각 지회 지부의 추천을 받아 회원 자녀 300여명에게 매년 1억20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또 원로 화백들을 실질적으로 예우하겠다. 65세 이상 원로 회원께는 회비(7000원)를 면제하고 미협이 주관하는 장례위원회를 만들어 한국미협회장을 전국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 그리고 회원들의 전시도록 발송 시 할인혜택을 받는 우편물로 전환하고 회원증을 통해 미술관을 무료 입장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하겠다.

―기업아트메세나는 무엇인가.

△미협은 독립적인 예산 확보가 절실하다. 미술대전 비리로 그나마 지원되던 정부 보조금마저 끊어졌다. 기업인이 연결된 민자유치를 통해 재원을 확보할 방침이다. 기업아트메세나는 지난해 말 이미 50여 기업들로 구성되어 출범식을 가진 바 있다. 미술인과 기업인·변호사·의사 등 전문가를 연계하는 총 20억원 규모의 ‘메세나 아트 펀드’를 조성, 기업이 화가들의 작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그는 서울미술협회 부이사장 당시 아트메세나로부터 두달 만에 4억5000만원의 지원금을 모은 경험이 있다) 궁극적으로 기업의 지속적인 후원으로 회원들의 창작활동을 돕겠다는 의지다.

―20억 메세나펀드는 어떻게 운영하나.

△기금이 확보되면 오는 12월 ‘미술인의 날’에 전국 미술문화 축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미 서울 양재동 aT센터 2만평 공간을 확보했다. 일회성 행사가 아니다. 매년 미술인의 날에 맞춰 원로부터 청년작가까지 한자리에서 굿판을 벌일 계획이다. 위축된 미술시장 속에서 화랑 시스템상 소외받는 미술인들이 너무 많다. 전체 미술가 가운데 월 수입이 100만원도 안 되는 작가들이 절반을 넘는다. 원로 작가들의 경우 전시를 하고 싶어도 대관이 아닌 이상 전시 기회가 쉽지 않다. 메세나 기금을 통해 원로 작가 초대전, 여성작가전, 청년작가전 등을 무료로 개최하고 국제비엔날레 및 아트페어를 추진, 다양한 유통 창구를 만들 계획이다.

―미협의 실추된 명예회복을 강조하고 있다.

△3년 전 매스컴을 통해 미술대전의 폐단이 보도되면서 미협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미술인의 자부심이었던 미술대전은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되어 일부 회원들은 미술대전 입상경력을 부끄럽게 생각할 정도다. 미술대전 시스템 변화를 위해 독립법인화를 추진하겠다. 미술대전을 독립법인화하면 운영과 심사가 더욱 투명하고 공정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는 2월 20일 출범식을 앞두고 있다. 각오는.

△6년 전 미협 이사장은 혼자 되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느낀 것은 저 혼자 당선된 것이 아니고 미협 회원 전체의 승리라는 것을 알았다. 초심을 잃지 않고 흔들리지 않겠다. ‘호시우보’의 자세를 견지하겠다.

임기(3년) 동안 개인전도 않겠다. 공약을 지키는 것으로 회원들에게 보답하겠다.
22대 미협을 통해 미협의 권위회복과 미술인 화합의 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hyun@fnnews.com 박현주 미술칼럼니스트

■차대영 한국미협 신임 이사장 약력 △54세 △경기 평택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대학원 △개인전 55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 △한국미술 작가상 △마니프 서울 국제아트페어 대상 △오사카 아트페어 우수작가상 △한국미술협회 상임이사 △서울 미술협회 부회장 △한국미술 국제교류협회 회장 △수원대학교 미술대학 교수(현)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