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아침] ‘충청권’이 먹잇감?/김두일 사회부 차장

김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1.29 18:11

수정 2010.01.29 18:11

중국의 사상가 장자는 중국 역사상 성군 중의 성군으로 추앙받는 순임금을 '양고기'에, 백성을 '개미'에 비유했다. 개미는 사람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물 가운데 가장 작은 부류에 속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개미는 부지런하고 성실하다. 순임금은 맛있는 양고기를 개미한테 주기 위해 인재를 적재적소(適材適所)에 배치했다.

이를 통해 주변의 오랑캐를 효율적으로 정벌, 영토를 넓혀갔다. 특히 강 유역까지 통치 영역을 넓힌 뒤 홍수를 잘 다스려 비옥한 옥토를 개척, 모든 백성에게 골고루 나눠줬다.
순임금은 이 업무를 관장하기 위해 우(禹)를 기용했다. 이어 농업을 육성시키기 위해 이 분야 전문가 기(棄)라는 인물을 발탁했다. 사실 이 시절은 지금으로부터 수천년 전이니 하층민들의 생활이란 것이 원시시대나 다름 없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도 순임금은 교육을 담당하고 법을 관장하는 전문가를 배치하는 등 국정 운영의 효율성을 높였다.

그러니 역사 속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대로라면 이 시대 백성들은 태평성대를 누렸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래서 장자는 순임금을 맛있는 양고기에 비유했을 것이고 양고기를 아주 좋아하는 개미를 백성에 비유했을 것이다. 속성상 양은 개미를 좋아하지 않는다.

장자는 그의 주된 사상 무위이치(無爲而治·일부러 하지 않아도 다스려진다)를 이런 실례를 들어가며 설파했다. 백성들의 본성은 편안함과 안락 등 본디 순박하기 때문에 양고기만 있으면 무위로 다스려진다고 믿었던 모양이다. 역사는 장자를 냉소적이고 허무한 인생관을 가졌다고 평가한다. 더 심하게는 소극적이고 퇴폐적이라고까지. 그러나 장자의 분명한 생각은 인위적이고 세상을 현혹시키는 행태만큼은 철저하게 배격했다는 것이다. 이랬던 장자가 순임금을 이렇게 평가했으니 순임금이야말로 성군의 대명사임에 틀림없을 것 같다.

이런 순임금도 도읍, 지금으로 말하면 행정수도를 세 번이나 옮겼다고 한다. 성군이기에 그랬을까. 그때마다 백성들은 잘 따랐다고 한다.

정부가 지난 27일 세종시 수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야당들의 반대는 차치하고라도 여당내 반대를 넘어서기가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정부 여당의 세종시 수정안과 한나라당 반대파의 수장격이라 할 박근혜 전 대표가 뽑아든 '원안 고수, 플러스 알파'가 충돌하면서 충청권의 민심을 포함, 국론은 분열될 대로 분열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충청권 방문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가오는 설 명절을 앞둔 시점이어서 무게감은 더 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충청권을 중심으로 국론은 또 다시 요동칠 게 뻔하다.

그러나 사실 이 엇갈린 두 주장을 엄밀히 따져 보면 방법이 상반돼서 그렇지 충청권을 잘 되게 해주겠다는 목적은 매 한가지 아닌가. 그래서 충청도민은 이들에게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에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지금의 불을 댕겨놓지 않았던들 언감생심 꿈에서인들 충청권에 대한 이런 구애가 있었겠는가. 더 과거로 가면 김대중 전 대통령도 충청권을 애틋하게 바라봤다. 김종필 전 총리의 의원내각제를 받아들여 호남·충청간 공동 정권을 만들겠다는 약속 말이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친박계와 친이계가 이런 판국이라면) 깨끗이 갈라서는 게 낫다"며 불난 집에 부채질하기에 나서는 등 정국은 충청권을 둘러싼 이전투구의 장으로 변하고 있다.

다시 장자 얘기로 돌아가보자. 장자의 우화를 보면 어느 날 그가 사냥을 나갔다. 과수원을 지날 때 나무에 까치 한 마리가 내려앉는 것을 보고 냉큼 화살로 조준했다.
까치는 자기가 조준당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다른 사냥감을 노리고 있는 게 아닌가. 까치의 목표물은 사마귀였으며 사마귀 또한 아무것도 모른 채 시절 좋게 노래하고 있는 매미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사냥꾼 장자를 겨룬 이는 누구였을까. 사나운 맹수였을까. 장자는 활과 시위를 거두고 급히 집으로 돌아갔다.
이처럼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 뒤에 다가올 화근을 모른 채 사냥감만을 바라본다면 국민이 내리는 평가는 자명할 뿐이다.

/diki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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