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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美’를 말하다] 구삼열 서울관광마케팅주식회사 초대 CEO

강문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04 18:02

수정 2010.02.04 18:02

▲ 구삼열 서울관광마케팅주식회사 대표이사 /사진=박범준기자

"한국의 아름다움은 '단아함'으로 표현할 수 있다. 소박하다고 하면 부족하지만 높은 산의 웅장함부터 한옥 내외부의 고운 맵시까지 치장하지 않은 자연스러움·조화가 한국의 미(美)이다."

구삼열 대표이사는 서울관광마케팅주식회사 초대 최고경영자(CEO)로 고려대 법대를 나와 국내 영자지, AP통신 유럽특파원 등 20년이 넘는 기자생활을 마치고 1993년 5월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유엔에 진출, 공보국장·특별기획본부장을 역임했다. 유니세프 한·일 겸임대표, 아리랑국제방송 대표, 외교통상부 문화협력 대사 등 40여년 가까이 세계 무대에 한국을 알리는 데 주력해 왔다. 구 대표이사는 현재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관광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정트리오의 일원인 첼리스트 정명화씨의 남편이자 서울시교향악단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인 정명훈씨의 매형이다.

서울관광마케팅은 서울시는 물론 시티드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호텔신라, 앰배서더호텔, 롯데관광, 하나투어 등 16개 업체가 출자한 회사다. 회사 이름 그대로 서울을 해외에 알리기 위한 마케팅과 투자유치, 컨벤션사업 등을 수행한다.

―요즘 서울시를 외국에 홍보하는 데 바쁠텐데 근황은.

▲바쁜 와중에서도 시간이 나면 음악회나 갤러리, 특히 새로 생긴 한식당에 가서 음식맛을 보곤 한다.

―언론인으로서 음악에도 조예가 깊다고 들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클래식을 듣고 즐겼다. 오페라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듣고 레코드 판을 모으고 하니 음악적인 상식이 많이 쌓였다.

―유럽 특파원, 유엔 근무 등 해외에서 40여년을 생활했는데 외국인이 보는 과거와 현재 한국, 한국인의 모습은 어떤지.

▲1960·70년대만 해도 외국인에게 한국은 없었다. 과거 흑백사진이나 영상물에서 보여지듯 한국전쟁을 치른 직후 황폐한 거리와 민둥산, 전쟁고아가 넘쳐나는 모습이 한국의 실상이었다. 오죽하면 당시 뉴욕영화관에서 한국의 고아를 돕자는 모금함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의 삼성이라는 기업이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 기업이 되었듯 외국인의 시각이 많이 변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런 인식의 변화도 일부 지식인층의 몫일뿐 일반적인 외국인에게는 한국은 아직도 먼 나라이다. 그래서 한국을 알리려는 노력을 좀 더 집중해야 한다.

―정명화·경화·명훈씨 등 '정트리오'와 더불어 오랫동안 한국을 해외에 알리는 일을 몸소 실천해 왔는데.

▲예전에는 한국 사람이 외국에 나가는 일이 무척 드물었다. 그러다보니 어쩌다가 외국에 나가면 애국심이 생기고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했던 것 같다.

―서울관광마케팅 사장으로 부임한 지 2년여가 다가오는데 성과는.

▲서울로 대표되는 한국은 이제 외국에 많이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부족한 것은 한국을 관광 오는 도시, 나라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에 가면 볼 것, 먹을 것이 많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다행히 최근에는 세계 언론에서 한국을 주목하고 있고 성과도 있다. 최근 발표된 통계를 보면 서울이 2008년 기준 세계 7위, 아시아 2위의 컨벤션 개최 도시로 성장했다. 2015년에는 세계 5위의 컨벤션 강국으로 거듭나도록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의료관광·수학여행·중국 노인관광 등 새로운 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아직은 시범 단계이지만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과 서울을 해외에 알리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외국인 관광객의 가장 큰 불만은 언어소통의 문제다. 서울관광마케팅에서는 IT 강국의 이미지에 맞게 'i가이드' 'e가이드'를 만들어 'u투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공항에서 입국하는 외국인에게 도로와 식당·호텔을 찾을 수 있도록 아이폰에 탑재해 무료로 임대하고 있다. 3월 중이면 영·중·일어 공연예약 등 콘텐츠가 풍부해질 예정이다.

―동남아 등에서 불고 있는 한류를 체계화할 수 있는 방안은.

▲한류라는 것이 아직은 드라마 등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계적 유행에 편승해서는 오래 못간다고 본다. 한류의 본질은 우리 한국인들의 '끼'가 작용한 것이다. 우리의 멋을 외국 사람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보기좋게 가다듬고 설명해야 팔릴 수 있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도 많은 활동을 하는데.

▲슬로푸드, 웰빙푸드로 상징되는 한식의 우수성을 그동안 외국에 알리지 못해 온 것이 사실이다. 관광은 먹는 게 무척 중요하다. 세계적인 요리사들이 오래 전부터 동양적인 맛을 많이 가미해 새 메뉴를 만들어 내고 있지만 중국과 일본에 비해 한국적인 요소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11월 개최된 '어메이징 코리아 테이블 페스티벌'에 참가했던 미국, 유럽의 유명 셰프들이 "한국에도 세계적인 맛이 있다"며 가능성을 인정했다. 앞으로는 한식의 세계화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관광이란 우리 문화를 이용해 우리를 세계에 내놓는 것이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컬처노믹스'도 결국 문화를 경제 발전에 쓰자는 것 아닌가. 이를 위해선 우선 한식에 대한 국민의 자부심을 키워줘야 한다.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실천에 옮겨야 한다. '우리 음식이 최고'라고 말만 할 게 아니라 셰프를 아끼는 나라가 돼야 한다. 요리사와 손님이 서로 존중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가 돼야 한다. 값싼 플라스틱 용기에 음식을 담아 내고 식사를 마치지도 않았는데 후식 과일에 이쑤시개를 꽂아 갖다 놓는 것도 문제다.

―'한국의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한국의 아름다움은 단아함이다. 소박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지만 꾸미지 않음 속에서의 조화, 치장하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그것이다. 높은 산의 웅장함부터 한옥 내외부의 맵시, 목기 등에서 퍼져나오는 한국의 선을 좋아한다. 같은 유럽이라도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의 선이 다르다. 우리의 선은 요란한 선이 아니라 자연스러움이다. 자연과 조화된 초가집, 기와집 등 시골 풍경이 그런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많이 부족해 보인다. 한국의 미는 '정중동'이 아니라 '동중정'이다. 외국인이 보는 한국인은 다이내믹하고 '빨리빨리'를 외치지만 그 속에서 정(靜)을 찾고 즐기고 동(動)에 대한 충전을 하는 멋을 아는 사람들이다.

―2012년까지가 한국방문의 해로 외래관광객 1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우리는 어떤 수용태세를 가져야 하는지.

▲외국인 관광객 유치는 슬로건으로 되는 게 아니다. 입소문으로 와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나가야 지속적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배려'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한국사람은 친절하고 정이 많지만 아직도 외국인에 대해서는 무뚝뚝하고 불친철하다.

외국인들이 와서 어디에 묵고 무엇을 먹는지, 이런 관심이 있으면 1500만명 유치도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국가가 발전하고 랭킹순위가 올라가면 최근 아이티 사태나, 국내 외국인 근로자 문제, 다문화 가정 등 모든 면에서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
우리 사회가 보다 배려하고 성숙해지면 한국은 타고르의 시처럼 '동방의 등불'이 될 것이다.

▲ 한식의 화려한 색감(왼쪽), 한옥 기와의 단아한 선.

/mskang@fnnews.com 강문순기자

후 원: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 한국방문의해위원회

인터뷰 동영상 tv.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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