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약에 의존하다 약을 끊을 경우 심하게 수반되는 두통을 ‘약물반동성두통(rebound headache)’이라 하는데 주위에서 생각보다 흔하게 발병한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시각이다.
가장 큰 원인은 진통제의 습관적인 과다복용이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윤경봉 교수는 “대개 3개월 이상 습관적으로 진통제를 과다복용할 경우 몸이 진통제에 의존하게 돼 이러한 증상이 나타난다”며 “진통제의 약효가 조금 낮아져도 두통이 다시 오고, 이를 끊으면 극심한 두통이 몰려와 환자들이 약을 끊지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경우에 따라선 원래 앓던 두통의 몇 배 이상 통증이 발생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이는 특정 성분의 진통제 사용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고 일반적인 진통해열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 등 거의 모든 약물에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진통제 등이 환자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통제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하대병원 신경과 나정호 교수는 “두통약을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할 수 있어 이러한 문제가 더 발생된다”며 “일단 진통제 의존증상이 생기면 환자 스스로 이를 통제할 수 없고, 병원에서 막아줄 수도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중앙대학교병원 신경과 박광열 교수도 “특히 60∼70대 여성분들 중엔 조금만 아파도 진통제를 4∼5정씩 ‘후하게’ 나눠주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그렇다고 이런 분들이 약국에서 일반의약품을 구매하는 것을 아예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전문의들은 약물반동성두통을 혼자 견뎌내기 힘들 경우엔 입원을 권장했다. 박 교수는 “1∼2주 이상만 약을 끊으면 약물반동성두통에서 해방돼 전보다 훨씬 개운한 상태가 될 수 있지만 너무 힘들 경우 전문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입원하는 것도 좋다”며 “특히 병원에선 환자의 진통제 재복용을 감시하고 서서히 다른 대체약물의 용량을 늘려 약물반동성두통을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 교수도 “만성두통의 경우 철저한 진단, 예방, 행동습관조절 등으로 근본적 치료를 모색해야지, 진통제 과다복용만으론 해결되지 못한다”며 2주 가량의 입원도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했다.
장기간 진통제를 복용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도 걱정이다. 윤 교수는 “원래 진통제를 장기간 복용하다보면 콩팥이나 간, 위장관 등에 무리가 올 수 있는데, 약물반동성두통 환자들은 이미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매일 주기적으로 권장량의 수 배를 복용한 상태여서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머리가 아파 약을 사 먹어도 두통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면 ‘약을 더 먹어야 하나보다’고 생각하지 말고 병원 의료진의 조언을 받아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kueigo@fnnews.com 김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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