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이대동대문병원을 이대목동병원으로 통합한 이화의료원은 지난해 3월 여성암전문병원을 개원하면서 전국병원으로 도약했다. 이어 오는 3월 2일 암병동을 오픈하고 올해 하반기 양천메디컬센터 위탁경영을 시작한다. 제3병원 부지선정 등 굵직한 사안도 앞두고 있다. 다음은 이화의료원 서현숙 의료원장과 일문일답.
―이화의료원의 장점은.
▲이화의료원은 123년 전 우리나라 최초 여성병원인 ‘보구여관’으로 출발했다. 여성 중심의 진료를 하면서 여성질환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했다. 이대라는 특성 때문에 여성의료진이 많아 다른 병원과 달리 여성, 남성 의료진의 수적 균형이 잘 잡혀 있다. 이로인해 ‘성인지의학’에 대한 접근이 수월해졌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질환치료 진단을 위한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으며 여성암전문병원까지 개원하게 됐다.
―성인지의학은 어떤 것인가.
▲성인지의학은 1980년대 미국 컬럼비아대학 여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다 여성, 남성의 반응이 다른 것을 발견한 게 시작이다. 이 여의사는 암을 전공했는데 치료하다 보니 어떤 암은 여성의 치료율이 높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남성과 여성이 차이가 있기 때문에 치료결과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 게 성인지의학이다. 국내에서는 2005년 이화의료원이 처음 관심을 가졌다. 보통 임상시험을 할 때 모든 치료 연구가 남성 위주로 되어 있다. 여성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자는 취지에서 2005년 성인지의학학회를 만들었다. 성인지의학은 의학 전반에 걸쳐 남성과 여성의 치료반응, 적응도 등을 살펴보는 것이다. 현재 주로 연구하는 분야는 뇌혈관, 심장, 심전소화기계 등이다. 성인지의학으로 접근하면 치료방법이 다 달라질 것이다. 이 분야는 여성 전문병원으로 시작한 이화의료원이 선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여성암전문병원도 성공적으로 오픈했다.
▲여성암전문병원은 지난해 3월 개원했다. 성인지의학을 토대로 여성암을 접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여성암전문병원은 유방암, 갑상선암, 부인암 등 여성이 많이 걸리는 암을 주로 진료한다. 다른 대학병원도 여성질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지만 이화의료원만큼 전문성을 갖춘 병원은 없다고 생각한다. 오픈 이후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유방암, 갑상선암은 200% 증가했고 부인암은 100% 늘었다. 지방에서도 환자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전국병원화됐다고 평가한다. 내부적으로는 여성병원 123년 노하우와 성인지의학 접근의 접목을 통한 차별화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3월 2일에는 암환자를 위한 암병동을 오픈한다. 지금은 과별로 흩어져 입원해 있는 암환자들을 이대병원 본관 4층에 마련한 100병상 규모의 병동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암환자에게 코디네이터가 1대 1로 붙어 그들을 수발할 계획이다. 다른 병원과 차별화된 호텔과 같은 병상을 꾸민다.
또 암병원과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여성 검진센터를 오픈했다. 여성만을 위한 검진공간은 다른 대학병원에는 없다.
여성암만 차별화되다 보니 여성만 치료하는 게 아닌가 오해할 수도 있다. 이화의료원이 타병원에 비해 남성질환을 치료하지 못한다는 것은 아니다. 성인지의학은 남성과 여성의 차이에 대해 연구하기 때문에 남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연구한다.
―연구분야는 어떻게 하고 있나.
▲성인지의학을 중심으로 임상의학센터와 암연구소를 같이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뇌, 우울증, 소화기계질환 3개 질환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 뇌는 치매와 뇌혈관질환을 연구한다. 여성의 뇌졸중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우울증도 여성의 발생비율이 남성에 비해 훨씬 높다. 또 소화기계질환 중 선종(폴립)의 빈도가 여성이 높다. 다른 질환에 대해서도 염증 등 약의 반응이 다를 수 있어 소화기계에서 임상실험을 하고 있다.
연구소는 성인지의학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여기서 연구된 내용을 실제 임상에 적용하고 있다. 특히 치매와 우울증은 남성과 여성의 약을 다르게 쓰고 있는 중이다.
―이대목동병원이 만들려고 하는 맞춤식 암센터는.
▲여성암전문병원을 성공적으로 오픈한 이후 여성암뿐 아니라 목동병원의 브랜드 파워를 높이고 제2의 전문화·특성화를 위해 ‘암 협진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맞춤식 암센터다. 암환자의 경우 의사가 환자의 상황에 따라 맞춤치료를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큰 병원도 환자에게 맞춤식 진료를 하지 않으면 치료결과가 잘 나오지 않는다. 목동병원은 특히 위, 대장암 쪽으로 전문화시킬 계획이다. 여성암병원과 똑같이 환자가 오면 그날 진료하고 1주일 이내에 시술하게 된다. 암진단을 받으면 이화의료원에 몸을 맡기고 치료를 할 수 있게 하겠다.
―양천메디컬센터 준비계획은.
▲2007년 12월 서울시와 위·수탁 협약을 체결한 후 현재 6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지하 4층, 지상 7층 건물에 350병상이 들어간다. 올 하반기에 개원할 예정이며 내과, 신경과,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비뇨기과, 마취과, 진단검사학과, 영상의학과가 주축이 돼 노인성 질환을 치료한다. 노인환자가 아니라 나이가 들면 생기는 병이 전문이다. 이 병원을 성공적으로 개원하고자 준비 중이다. 이화의료원이 제3병원 오픈을 앞두고 있는데 양천메디컬센터를 그 중간 단계의 전초지로 생각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제3병원 건립추진은 어떻게 되고 있나.
▲올해 하반기에 부지를 확정할 예정이다. 현재 제3병원은 5개 부지를 놓고 검토 중이다. 동대문병원이 서울에 있었기 때문에 서울을 염두에 두고 있다. 입찰이 진행되고 있어 조심스럽지만 김포공항 쪽이 가장 유력하다. 대학도 같이 운영되고 해외환자 유치, 연구개발(R&D) 등도 생각해 양천메디컬센터, 목동병원을 잇는 메디컬클러스터로서 걸맞은 부지를 유력지로 검토 중이다. 서울 강서지역뿐 아니라 전국적인 병원, 세계에서 환자를 유치할 수 있는 최첨단 병원을 지을 계획이다.
■ 이화의료원 서현숙 의료원장은
이화의료원 서현숙 의료원장을 만난 것은 설 연휴 다음날인 지난 2월 16일. 자연스레 명절 뒤 집안 이야기부터 대화가 시작됐다. 그가 꺼낸 첫 이야기는 '신(新)현모양처'다.
서 원장은 "요즘은 '자신이 행복해야 가정이 행복하다'는 신현모양처가 늘어나고 있다"며 "예전 시어머니의 생각으로 며느리를 대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사회의 변화는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80년대 컴퓨터가 처음 등장했을 때 지금처럼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지만 요즘은 일상적인 일이 돼버렸다"고 설명했다. 시대의 변화와 혁신을 몸소 체험한 그는 최근에는 스마트폰에 빠져 있다. 변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런 그의 생각은 의료원 경영에도 적용되고 있다.
그는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변화와 혁신'을 꼽는다.
이대목동병원과 이대동대문병원의 성공적인 통합, 고객 중심의 새로운 진료시스템 구축, 이대여성전문병원과 여성건강증진센터 개원 및 조기 안정화 등은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그가 보여준 탁월한 경영성과다.
하지만 도전 뒤에는 병원의 안정이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뤄진다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 병원에도 적용된다"며 "이화의료원은 다른 대학과 달리 어려움을 겪으면서 노사가 화합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큰 발전을 이룰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이화의료원을 의료인이 몸을 맡기는 병원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서 원장은 "음식을 만드는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먹는 음식이 가장 좋은 음식"이라며 "의료인들이 자기 몸이 아플 때 맡길 수 있는 병원, 의료인이 일하고 싶은 병원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61세 △서울 △이화여대 의대 졸업 △이화여대 의학박사 △미국 뉴욕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 방사선종양학과 전공의 및 전임의 △이대목동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과장 △이대목동병원 유방센터 소장 △이대목동병원 교육연구부장 △이대목동병원 병원장 △이화의료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현) △대한방사선종양학회 회장(현) △사립대의료원장협의회 회장(현)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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