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대학병원 CEO에게 듣는다] (12) 제일병원 목정은 원장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3.22 16:58

수정 2010.03.22 16:58

서울 충무로 관동대 제일병원은 최근 여성암센터를 오픈했으며 앞으로 신관 건축, 분원 설립 등 굵직한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같은 투자는 개원 50주년인 2013년을 겨냥한 ‘마스터플랜’에 따라 진행 중이다. 제일병원은 2013년까지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계획이다. 여성질환 전문이라는 기존 기반은 다지는 한편 여성암 관리병원 전환, 임신·출산 관련 클리닉 확대 운영, 차별화된 서비스 강화 등을 통해 제2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개원의나 중소형 병원에서 분만을 기피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대표 여성 전문병원으로 여성의 건강을 책임지겠다는 의무감도 배어 있다. 제일병원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목정은 원장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제일병원에 대해 소개해 달라.

▲제일병원은 지난 1963년 서울부인암센터라는 간판을 걸고 출범했다. 이 때문에 철저히 여성건강에 초점을 맞춰 여성질환 치료와 연구에 매진해 왔다.
산부인과를 중심으로 내과, 외과, 소아과, 비뇨기과, 정형외과, 가정의학과, 정신과, 피부과, 안과 등 16개 모든 진료과를 임신, 출산, 불임, 여성암, 갱년기 질환까지 연령대별로 발생할 수 있는 여성질환에 맞춰 토털 의료서비스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 특히 여성질환 진료실적 1위(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및 출산분만 건수 부문 전국 1위(대한병원협회)를 굳건히 지키며 대한민국 여성의학 발전 분야에서 선구적 역할을 담당해 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제일병원이 그랜드 오픈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어떤 의미가 있나.

▲개원 46년이 된 지난해 12월 그랜드 오픈을 선언했다. 2006년 12월 ‘새희망 비전 2013 마스터플랜’을 선포한 이후 3년 만에 환자 중심의 최고급 진료환경 개선공사를 모두 마무리짓고 새롭게 변신했다. 과감한 투자로 단기간에 여성암센터 신축, 본관 병실, 외래진료실, 건강증진센터, 산후조리원, 전공의 교육수련관, 교수 연구동 등 병원의 모든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했다. 특히 지난 2월 오픈한 여성암센터를 통해 산과 중심 병원에서 부인과를 포함한 여성암 관리병원으로 전환했다. 개원 50주년을 앞두고 제2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이전에도 여성암 치료를 하고 있었는데 여성암센터를 신축 오픈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나.

▲제일병원은 1963년 민간병원 최초 ‘부인암센터’와 1995년 국내 최초 대규모 ‘유방검진센터’를 설립하면서 여성 건강검진의 특화된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제일병원은 연간 10만건 이상의 부인암 검사, 4만건 이상의 유방 검진을 시행하고 있다. 이번에 오픈한 여성암센터는 지하 3층∼지상 5층(약 3000㎡)으로 단일 부위 암센터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여성암센터는 타 병원 암센터와 달리 진단과 치료시스템을 유방암, 자궁암, 난소암, 갑상선암 등 여성암에 집중·세분화했다. 최근 다른 병원도 여성암센터를 오픈했는데 장비와 시설은 비슷할 것이다. 다른 점은 충분한 의료진 확보와 시스템이다. 우리 병원은 부인암만 전공한 세부전문의 8명이 진료를 맡고 있다. 암진단은 병리조직검사에 의한 것인데 8명의 의사가 여성암만 진단하기 때문에 빨리 진단이 내려진다. 이 때문에 1∼2일 사이에 암환자 진단과 치료계획 수립이 가능하며 수술도 1주일 안에 할 수 있다. 또 여성암센터를 오픈하면서 선형가속기(LINAC), 양전자방출 단층촬영기(PET-CT), 감마카메라(G-CAMERA), 64채널 초정밀 컴퓨터 단층촬영기(64CH MD-CT), 감마스캔(BSGI), 핵자자기공명장치(MRI) 등 최첨단 의료장비를 새롭게 도입했다. 또 서울에 장기 투숙이 불가피한 환자들을 위해 보호자와 함께 지낼 수 있도록 고급 콘도형 숙소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병원 인근 아파트 2채를 고급 콘도형으로 꾸며 환자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TV, 냉장고, 전화기, 취사시설 등 모든 편의시설을 갖췄다. 또 방사선 치료와 관련된 특진비를 받지 않고 있다.

―제일병원은 임신·출산으로 유명한데 특화진료가 있다면.

▲임신 중 태아와 임산부 위험관리에 집중되었던 진료시스템을 임신 전후까지 확대했다. 이에 따라 임신·출산과 관련된 클리닉이 16개나 된다. 임신 전부터 예비부부들의 계획임신을 돕고자 올해 초 국내 처음으로 임신 전 상담클리닉을 개설했다. 또 임신 초기에 임신인 줄 모르고 약물을 복용해 불안해하는 임신부를 위해 임신 중 약물클리닉(마더리스크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한다. 임산부의 심리적 안정을 돕고자 지난달 오픈한 임산부 멘탈피트니스 클리닉을 비롯해 임신부와 태아에게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합병증 등을 조기에 진단·치료하는 유전질환클리닉, 쌍태임신클리닉, 선천성기형클리닉, 고위험임신클리닉, 고령임신클리닉, 조기진통클리닉, 임신성당뇨클리닉 등 임신부에 맞게 전문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저출산 문제로 타 병원은 산과를 줄이고 있는데 제일병원은 반대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분만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병원이 몇 개 남지 않은 게 사실이다.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위험한 일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개원의나 중소형 병원에서는 분만을 기피하고 있다. 제일병원은 대한민국 대표 여성 전문병원으로 여성의 건강을 책임지겠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경영상 어려움이 있더라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제일병원 역시 산과 진료시스템이 조금이라도 불안정했다면 다른 사업 추진이 어려웠을 것이다. 산부인과 진료에 있어 산과는 여성에게 가장 의미 있고 우선시되는 진료다. 여성에게 있어서는 하나의 권리와도 같다. 제일병원은 그 의무를 다하기 위해 산과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해 나갈 것이다.

―제일병원은 고객서비스 개선에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고객서비스 차별화 전략은.

▲병원에는 여성환자가 많은데 이들이 섬세하기 때문에 고객서비스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이에 국내 병원으로는 처음으로 기존 CS팀의 기능을 강화·업그레이드한 새로운 개념의 ‘감성마케팅과’를 신설했다. 또 매년 부서별 감성서비스 경진대회를 열어 고객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환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함으로써 고객만족도도 높여 나가고 있다. 이 외에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서비스교육을 실시하는 ‘서비스디자인스쿨’을 개설·운영하고 있다.

―진료 외에 연구분야 투자계획은.

▲현재 제일의학연구소에서 불임연구팀, 유전학연구팀, 내분비연구팀이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여성암센터 개원 이후에는 분자종양연구팀을 신설해 연구분야를 암분자 생물학으로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 항암 표적치료제 개발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신관 건립, 분원 설립 등 제일병원의 2013년 마스터플랜에 맞춰 사업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퇴계로 4가에 새롭게 들어설 신관은 대로변에서 직접 병원으로 진입이 가능해짐에 따라 가장 큰 불편사항이던 병원 접근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분원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았지만 먼 지방 환자들이 서울까지 찾아오는 불편을 덜도록 지방에 설립할 예정이다.

■목정은 병원장은

목정은 관동대 제일병원 원장은 국내 산부인과 역사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후 석·박사를 마치고 1971년 경희대병원 산부인과 설립 멤버로 의사생활을 시작했다. 서울아산병원이 오픈하면서 이 병원 산부인과 초대 주임교수 및 과장을 지냈다. 이후 분당차병원 초대 여성병원장을 거쳐 제일병원 원장으로 부임했다.

목 원장은 "제일병원이 갖고 있던 예전의 명성을 되찾는 게 책무이자 미션"이라며 "마스터플랜이 끝나는 2013년에는 세계 최고의 명문 여성 전문병원으로 자리김하기위해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목 원장이 취임한 2007년 제일병원은 침체기를 걷고 있었다.

설립자인 고 이동희 박사가 1996년 삼성그룹에 경영을 위탁했지만 결과가 그리 좋지 않았다.
2005년 제일의료재단으로 명칭을 바꾼 제일병원은 재도약을 꿈꿨다. 목 원장은 5년간 적자였던 강릉아산병원을 흑자로 바꾼 경영자였기에 병원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았다.


목 원장은 "제일병원에서 출산했다는 것을 인정받는 시기가 있었다"며 "최근 병원이 규모의 경쟁에 들어가면서 제일병원이 침체기를 맞은 게 사실이지만 중소병원임을 특화하면 예전의 영화를 충분히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70세 △경남 사천 △서울대 의대 △서울대 대학원 박사 △미국 MD앤더슨암센터 연수 △경희대병원 산부인과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초대 주임교수 및 과장 △서울아산병원 부원장 △국제부인암학회 학술대회 조직위원장 및 대회장 △강릉아산병원장 △분당 차 여성병원장 △관동대 제일병원 10·11대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