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세계 경제가 경기침체 막판의 초기 회복세에 진입한 가운데 그 강도와 지속성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다. 전통적인 경기순환적 우려와 함께 다음과 같은 정책적 긴장이 성장세를 꺾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보호주의 △환율 △통화·재정 출구정책 △공공부채 폭발 등이 그것이다.
깊은 침체 뒤의 회복세는 강한 것이 일반적이다. 미 경제는 2차대전 이후 2차례의 깊은 침체를 겪은 뒤 이후 3년간 연평균 6%가 넘는 성장세를 거둔 바 있다.
그렇지만 지금 이 같은 전망은 그 누구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회복세는 대개 느리고 고통스럽게 진행되기 때문이다.정책 입안자들이 이번 침체에 대한 정부의 대규모 개입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삼았던 1930년대 대공황의 실제 규모를 확인해 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1929∼1933년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30% 줄었고 실업률은 25%에 육박했다. 세금 인상부터 중앙은행의 잘못된 정책 결정, 미국의 스무트-홀리 관세 같은 전 세계적인 보호주의 움직임에 이르기까지 정책 판단 착오는 깊은 침체를 대공황으로 몰고 갔다. 이 같은 정책 오류를 지금 반복해서는 안될 것이다.
세계 지도자들이 국제통화기금(IMF) 자본을 확충하고 국제 금융규제 공조 노력에 나서고 있지만 교역과 환율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미국의 보호주의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 무역질서를 재편하게 될 도하라운드 협상 재개는 실질적으로 아무런 소득이 없다. 진전이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비관세 장벽은 국내 이익을 위해 마치 잡초가 무성해지듯 확산되고 있다.
환율 긴장 역시 고조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통화증발에 나서고 장기국채 매입을 늘리는 가운데 금리인상이 이례적으로 더디고 늦게 진행되고 있다. 미 공공부채가 폭발 일보 직전까지 치닫고 있어 결국 미국의 채무 급증과 인플레이션을 만들어 내고야 말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은 거시경제에 단기 인플레이션 위협이 없는 상태다. 근원 물가지수는 유로권과 미국 모두에서 하락할 것으로 보이고 일본의 경우는 디플레이션이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은 인도, 중국 등 일부 개도국에서 위협이 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의 저우샤오촨 총재는 국제시장의 기축통화를 달러대신 주요국 통화 바스켓으로 대체하자는 제안을 내놓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위안화 문제에 강력히 대응할 것"을 천명하고 있으며 미 의회는 미 재무부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보복관세가 가능토록 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위안화 저평가가 주된 원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국제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는 금융위기를 부른 원인이기도 하다. 사실 아시아 개도국, 일본, 중동의 무역흑자는 2001년 2000억달러로 되지 않던 것이 2008년 1조달러 이상으로 급증했다. 반면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적자규모는 4250억달러에서 9000억달러 이상으로 늘었다. 이 때문에 세계 경제가 반드시 피해야 할 것은 바로 무역전쟁이다.
유로는 최근 흔들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부에서는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에도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유로는 지금까지 성공적이었다. 다만 이는 독자적인 통화정책과 환율 충격 흡수 수단을 포기한 데 따른 가격 투명성과 거래비용 절감 효과였다.
환율을 조정할 자체 통화가 없는 상태에서 충격을 흡수할 유일한 수단은 실업률이 낮은 곳으로, 예컨대 남유럽에서 북유럽으로 노동력을 이동하는 것이다. 이 같은 노동력 이동은 유로권 안에서 심지어는 유럽 국가들 안에서보다도 미국에서 오히려 더 쉽다.
그러나 세계경제 최대 위협요인은 금융기관과 관련된 문제보다도 바로 공공부채 폭발이 될 것이다.
IMF는 미국의 GDP대비 부채 규모가 2014년에는 85%까지, 독일은 82%, 프랑스 85%, 이탈리아 126%, 일본은 144%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회복세가 이어지면서 이 같은 공공 부문의 부채는 점차로 민간부문, 지방정부, 개도국의 대출을 갉아먹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오랜 기간 성장이 정체되면 치유 불가능한 상태로 빠질 수도 있다./정리=dympna@fnnews.com 송경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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