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한국금융 수출의 길 대우를 배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4.15 17:33

수정 2010.04.15 17:33

최근 대우그룹의 계열사 매각을 관장하는 채권은행 사이에서 대우그룹이 짧은 기간 광대한 해외영업 네트워크를 구축한 저력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은행은 대우 계열사를 통한 금융 수출에 나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책은행 고위 임원은 "짧은 기간 탄탄한 영업망을 구축한 것을 보면 대우가 다시 평가받을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올 초부터 은행 대형화와 해외진출을 위한 경쟁이 본격화됐지만 전문가 양성이나 영업망 구축이 쉽지 않은 현실에 대한 반성과 부러움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산은금융그룹 민유성 회장은 "대형화됐다고 해서 반드시 이기는(국제경쟁) 것은 아니다"며 "일본 금융사가 좋은 예로 그동안 자산 규모는 엄청나게 커졌지만 국제 금융시장에선 맥을 못 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한 노무라는 당시 위험한 선택을 한 것일 수 있지만 위기 이후 경쟁에 대비해 국제 금융 전문인력과 영업망을 갖춘 덕분에 노무라 역사상 최초로 해외수익이 일본 내 수익을 앞지르기 시작했다"며 "헤드쿼터를 런던으로 옮긴 노무라는 이제 미국시장을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금융권의 국제화지수는 형편없는 수준이다. 전체 자산과 수익 중 해외 비중이 얼마나 되느냐를 나타내는 '초국적화지수'의 경우 외환은행 11%, 산업은행 12%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은행은 평균 4%에 머무른다. 반면 글로벌 금융사인 UBS는 87%, 씨티그룹도 50%에 육박한다.

투자은행(IB) 전문인력이나 육성프로그램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점과 정부의 결단력 부재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모 은행장은 "우즈베키스탄의 석유화학 플랜트나 원전 수출을 하고도 여기에 대한 금융지원은 전부 해외 금융사들이 가져간다"면서 "해외 은행을 인수하고 싶어도 향후 금융위기와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우려하는 정부를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대우그룹이 비록 많은 지탄을 받았지만 정부 설득을 통해 짧은 기간 해외 영업네트워크를 구축했던 속도와 결단은 평가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우건설을 인수한 산업은행은 해외 건설사업을 토대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한 금융 수출에 나설 계획이다.

/toadk@fnnews.com 김주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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