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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CEO에게 듣는다] (16) 신병준 순천향대학교병원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4.19 17:47

수정 2010.04.19 17:47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순천향대병원은 ‘조용한’ 병원 중 하나다. 하지만 의료계의 변화에 따라 이 병원도 힘찬 몸짓을 시작하고 있다. 일단 강점인 혈관센터를 개소하고 병원 투자에 대한 가닥도 잡았다. 지난 9일 순천향대병원의 변화에 앞장설 신병준 원장을 만나 병원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순천향의료원에 대해 소개해달라.

▲지난 2일 순천향대병원 개원 36주년 기념식을 했다. 1974년 향설 서석조 선생이 순천향대병원을 설립했다. 이후 1978년 순천향의대, 1979년 구미병원, 1982년 천안병원, 2001년 부천 병원을 오픈해 대학과 4대 병원을 갖추고 있다. 의료원의 모태는 한남동에 위치한 병원이라 할 수 있다.


―순천향대병원의 특징은.

▲설립자의 취지가 ‘인간사랑의 정신’이다. 이를 말뿐 아니라 몸소 실천했다. 이 때문에 다른 병원에 비해 사람 냄새가 많이 나는 병원이라고 생각한다. 환자뿐 아니라 직원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인간사랑의 정신이 느껴지기 때문에 직원들도 마음으로 존경한다. 병원 곳곳에 흐르고 있는 이 정신이 병원의 미션이다.

―경영철학은.

▲나는 원래 단순한 의사다. 순천향대병원 원장을 맡아 경영에 뛰어든 지 3개월이 조금 지났다. 일단 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이다. 어떤 집단이든지 커뮤니케이션에 경색이 오면 발전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은 위의 뜻이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외에도 아래에서 위로, 또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 등 세 가지가 원활하게 이뤄져야 그 조직이 발전할 수 있다. 둘째는 무슨 일을 하든지 나 자신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원장뿐 아니라 직원한테도 해당되는 것이다. 맡은 일에서는 프로가 돼야 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병원이 발전할 수 있다. 이게 경영철학이다.

―병원 발전 계획은.

▲병원 분위기가 좀 침체돼 있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듣는다. 임기 내 이를 바꾸고 싶다. 하루아침에 되지 않겠지만 이를 이루려면 확고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병원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36년 전에는 순천향대병원이 최고의 명품 병원이었다. 당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제일 좋은 병원’이라는 호칭이 붙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서울 강남에 크고 좋은 병원이 들어서다 보니 입지가 점점 약화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병원이 옛날에 가지고 있던 위상을 다시 찾는 게 목표다. 이 때문에 순천향대병원을 진정한 명품 병원으로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우선 국제병원평가위원회(JCI) 인증을 받을 계획이다. 대략 2년 정도로 계획을 잡고 있다.

―JCI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병원 투자도 같이 이뤄져야 하는데.

▲JCI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환자의 안전이다. 환자의 안전에 대한 인식이 돼 있느냐 이를 실천할 수 있는 프로토콜이 있느냐가 중요하다. 물론 시설투자도 중요하다. 다른 병원들이 JCI 인증을 받기 위해 20억원가량을 들였다고 하는데 우리 병원은 지은 지 오래되고 노후됐기 때문에 시설 투자 비용이 많이 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필요한 투자는 해야 한다. 어느 쪽에 역량을 집중하느냐가 문제다. 병원 내에 활성화돼 있는 분야인 소화기센터, 일반외과 등에 투자를 하는 것이 순천향대병원의 투자 1순위가 될 것이다.

―순천향대병원의 명의들을 소개해달라.

▲순천향대병원은 소화기병센터, 혈관센터, 소아청소년과 등에 명의들이 많다. 소화기병센터에는 소화기내과장인 이준성 교수, 조주영 교수, 김진오 교수 등이 열심히 하고 있다. 유방암 전문으로 하는 이민혁 교수는 일반외과 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일반외과 문철 교수는 우리나라 만성신부전환자의 혈관수술 분야에서 독보적이다. 문 교수는 취미와 특기가 수술이라 밤 10시까지 수술을 하는 의사다. 최근 혈관센터를 개소했는데 이 교수의 영향이 크다. 소아청소년과 분야에서는 어린이대사성질환 전문인 이동환 교수, 아토피를 전공하는 편복양 교수도 명의다. 이외에도 무릎 관절경을 주로 하는 이병일 교수는 기술적으로는 최고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정형외과에는 본인도 있다. 이외에도 많은 교수가 있다.

―최근 개소한 혈관센터는 주로 만성신부전환자가 많이 오나.

▲개소를 준비할 때부터 만성신부전환자의 혈관수술을 염두에 뒀다. 이 환자들은 평생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이 많다. 병원에서도 이를 감안해 수술해 입원하는 것보다 낮 병동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뇌혈관도 같이 다뤄야 하기 때문에 신경외과, 방사선과가 같이 운영하고 있다. 이 센터는 지난 3월 17일 준공한 후 오픈했다.

―외국인 진료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외국인 진료소로는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입지라고 말할 수 있다. 일단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한남동, 이태원 지역에 병원이 위치해 환자들이 병원을 찾기 편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방문하는 환자보다는 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많다. 이 때문에 예전부터 영어·일어·중국어·스페인어·포르투갈어·프랑스어 등 다양한 나라의 언어가 지원된다. 지난해 외국인 환자가 1만5000명가량 방문했다. 외국인 환자 진료 시스템과 경험은 어느 병원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건강관리법은.

▲건강을 위해 매일 아파트 계단 걷기를 최소한 30분 동안 한다. 집이 26층인데 올라갈 때는 걷고 내려갈 때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올라갈 때는 근육운동이 되지만 내려갈 때는 무릎에 충격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또 내려갈 때는 힘이 덜 들기 때문에 심박동수가 떨어져 운동 효과가 줄어든다.

■신병준 원장은

순천향대학교병원 신병준 원장은 외부 활동을 많이 하는 의사 중 하나다.

지난 2003년에는 척추포럼을 열어 무분별한 척추수술에 대해 경고를 한 적도 있다. 오는 5월 말쯤에는 척추외과학회 회장에 취임할 예정이다.

이런 활동들은 지난 1월 순천향대병원장에 취임하는 발판이 되기도 했다. 침체된 병원 분위기를 바꿀 만한 인재가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3년을 순천향대병원과 함께 해왔기 때문에 누구보다 병원 사정을 꿰뚫고 있기도 하다.

신 원장은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때문에 병원 홈페이지에 '백가쟁명'이라는 게시판을 개설해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듣고 있다.

물론 신 원장은 의사 특유의 신중함도 가지고 있다.

"입은 먹을 때와 말할 때 사용하는데 사람들이 먹을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데 말하는 것은 조심하기가 어렵다. 가능하면 말을 적게 하는 게 좋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척추포럼 활동도 이러한 신중함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당시 척추수술이 무분별하게 행해지는 상황을 보면서 대학에 있는 사람들이 사회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수술을 남용하는 의사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의사 사회 내에서 반성하는 모임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스크 진단을 받고 성급하게 판단해 1주일이나 열흘 만에 수술하는 경우가 많다"며 "척추수술 환자들도 수술이 꼭 필요한지 확실하게 인식한 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56세 △충북 음성 △서울대 의대 △서울대 의대 석사 △정형외과 전문의 △순천향대의대 박사 △서울대학교병원 전임의 △순천향대학교 척추외과학 교수 △미국 필라델피아 토머스제퍼슨대학 교환교수 △프랑스 파리 세인트 빈센트 드 바울 병원 펠로 △순천향 척추센터 소장 △순천향중앙의료원 기획조정실장 △순천향대학교병원 원장(현) △대한척추외과학회 회장 취임(예정)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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