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젊은 시각] 기업의 인문계 홀대 이래도 되나/공현정 대학생 명예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4.20 18:26

수정 2010.04.20 18:26

대학생에게도 계급이 있다. 수능 성적으로 매기는 대학 서열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 기업 공채 시즌을 맞아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상경계열과 인문계열 지원자의 ‘신분 차이’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대학가에서는 상경계열 학생에게는 부러움의 눈빛을, 인문계열 학생에게는 동정의 눈빛을 보내는 게 마치 새로운 행동강령(?)으로 자리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장 실무에 투입할 수 있어 재교육 비용이 적게 든다는 이유로 채용 시 상경계열을 우대하고 있는 대다수 기업이 바로 전공 간 암묵적 우열의 주범이다.
이 때문에 경영·경제학과가 아닌 문사철(문학·사학·철학) 학과의 졸업생은 희망 기업은 물론 ‘취업 스터디’에 지원조차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졸업을 준비해야 하는 4학년이 되고 나서 부랴부랴 상경계열 복수전공을 시작하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는 형편이다.

기업에서 시작된 이 같은 경영학 바람은 대학가에도 불어 닥쳤다. 지난해부터 경영대 정원을 늘리고 회계 과목을 졸업 필수 교양으로 지정했던 중앙대가 지난달 인문대학 전공 통합을 포함한 구조조정 개혁안을 확정했다. 대학당국이 전공 간 계급의 차이를 인정한 것으로도 모자라 학생들이 ‘신분 상승’을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부추기는 모양새라는 지적도 나온다. 졸업생의 취업 경쟁력을 높여준다니 학생 입장에선 고맙지만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회계를 비롯한 경영학이 기업 생활에서 유용한 학문이라는 데 반대할 이는 찾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과연 누구나 배워야 하는 학문인지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 직장인의 실무에 필요한 회계 지식은 사내 연수에서 배우는 것만으로는 되지 않는 것인가. ‘대학은 학문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뻔한 말을 차치하더라도 기업에서 말하는 우수한 인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 회계지식이 아닌 인문학적 소양이라고 하면 억지논리인가.

많은 최고경영자(CEO)가 창조 정신과 기업가 정신을 기르기 위해 경영학이 아닌 대학 내 인문학 강좌를 수강하고 있는 것이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정작 누구보다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기업 CEO가 교육 훈련비가 아깝다는 이유로 상경계열 전공생만을 선호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뽑아 놓고 보니 인문학 전공생이 독창적으로 일을 잘 하더라”는 그들의 인문학 찬양은 졸업을 미루면서까지 경영학을 복수 전공하는 취업준비생에게 가혹하기까지 하다.

훗날 기업이 말하는 ‘우대 전공’이 되기 위해 누구나 경영학을 배우는 요즘 대학생이 취직할 쯤에는 신입사원 연수에서 뒤늦게 인문학을 가르치는 것이 아닐까 우려된다.
인문학의 중요성이 더 잊혀지기 전에 신입사원 채용 공고의 ‘인문계 전공 우대’라는 글귀를 찾을 수 있길 바란다.

/hj2327@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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