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회장은 이달 초 뉴욕, 보스턴 등 미국 동부 주요 4개 도시를 순회하며 글로벌 인재 채용을 독려하고 나섰다. 국내 그룹 오너가 직접 해외출장을 떠나 젊은이들과 한국 경제의 미래와 사업 구상을 토론하는 일은 유례를 찾을 수 없던 일이다. 한화그룹의 100년 대계를 완성하기 위한 첫 단추를 ‘글로벌’이라는 화두로 꿰어나가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낸 것이다.
앞서 김 회장은 그룹의 주요 사업 영역이 국내에 기반을 두고 있어 사업구조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김 회장은 ‘글로벌’이라는 큰 바다를 헤쳐 나갈 변화가 절실했다. 이후 그룹 전체에 ‘세계 영토 확장을 위한 인프라로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라’는 절체절명의 ‘비상벨’이 울렸다. 김 회장이 ‘100년 한화’를 위해 선택한 새로운 경영 모토는 이 같은 상황인식에서 비롯된다.
더구나 대한생명의 성공적 기업공개(IPO)를 통한 유동성 확보는 그룹의 새로운 사업 영역 진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생 상장이 한화그룹 100년 대계의 밑거름이고 ‘터’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면 이제는 드넓은 평야를 쟁기로 갈고 새롭게 씨앗을 뿌린 뒤 알곡을 거둘 인재를 찾으러 태평양을 건널 차례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화그룹은 올해 2차전지 소재인 양극재, 태양전지, 동등생물의약품(바이오시밀러) 등 미래성장 사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미 지난해 ‘그레이트 챌린지 2011(Great Challenge 2011) 선언’을 통해 2011년까지 해외매출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표했다.
한화그룹의 신성장동력 발굴은 주로 한화케미칼과 한화L&C 그리고 ㈜한화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올해부터 태양전지의 본격적인 상업생산을 시작했으며 2020년까지 총 2GW의 태양전지 생산설비를 구축해 세계 시장의 10% 이상을 점유한다는 전략이다. 더불어 2015년까지 폴리실리콘 생산에서부터 태양전지와 모듈 생산에 이르기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함으로써 태양광사업 관련 제조 분야의 시너지 효과를 배가시켜 나갈 계획이다.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개발에도 나선다. 한화케미칼은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 유방암 치료제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으며 충북 청원군에 바이오시밀러 생산공장 건설에 착수하는 등 2018년까지 총 2055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한화L&C는 올 2월 전기자동차 생산업체인 CT&T와 전기차 내·외장재로 사용되는 초경량 고강도 복합소재 부품개발에 대한 공동협약을 체결하고 전기자동차 부품시장 진출을 전격 선언했다. 한화L&C는 기존 차량 외장재에 쓰이는 철강재보다 30% 이상 가벼우면서 강도와 매끄러움이 뛰어난 신소재를 개발키로 하고 향후 친환경 자동차 산업의 흐름을 주도하는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로의 도약을 추진 중이다.
㈜한화는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탄소배출권 사업에 먼저 뛰어들어 이미 90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확보했으며 총 150만t이 넘는 탄소배출권을 확보해 연간 300억원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현재 카타르, 예멘, 멕시코 등 8개 지역에서 해외유전, 가스 및 광물 등 다양한 자원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외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어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올 우량기업들에 대한 투자 검토도 보다 활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한화그룹 내 금융계열사들도 탈바꿈하고 있다. 한화손해보험은 제일화재와의 통합을 통해 업계 상위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한화증권 역시 푸르덴셜증권 인수로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한 발전이 기대되고 있다. 수년 전부터 ‘한화금융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원스톱 금융서비스의 긴밀한 협력체제를 구축해 온 한화그룹은 앞으로도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통해 한국 금융산업의 새 강자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사회공헌에도 앞장서 지난 21일 천안함 전사자 유가족에게 일자리를 최우선적으로 배려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리제이션은 한화그룹 100년의 대계일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와 우리 기업 문화의 변화를 선도하는 ‘화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win5858@fnnews.com 김성원기자
■사진설명= 한화그룹은 2011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하고 2차전지 소재인 양극재, 태양전지, 바이오시밀러 등 미래성장 사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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