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현대제철소 충남 당진 일관제철소 부두에 20만t급 원료수송선이 입항했다. 호주에서 철광석 20만t을 실은 ‘스타매티스’호. 연속식 하역기로 사흘간 하루 6만여t씩 철광석을 육지로 실어날랐다. 보통 이 과정에서 바람에 날리는 원료먼지는 제철소의 최대 골칫거리다. 하지만 당진제철소는 원료를 실어나르는 작업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조용하다. 원료 하역에서 고로에 투입되는 길이 ‘밀폐형’이기 때문. 연속식 하역 시스템으로 실어올린 원료는 밀폐형 컨테이너벨트를 타고 대형 돔이 덮인 원료저장고에 보관된다. 세계 철강업계 첫 시도이자 현대제철 녹색경영의 상징이다.
■정몽구 회장 “가자! 친환경제철소로”
“세계 어디서도 시도하지 않은 친환경 제철소로 짓겠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지난 2006년 일관제철소 건설 첫 삽을 뜨면서 말한 첫 일성이다. 가장 먼저 착공 지시를 내린 곳도 ‘밀폐형 원료 저장고’. 전 세계 어떤 일관제철소도 시도하지 않았던 획기적인 도전이다. 이후 정 회장은 현장을 찾을 때마다 “건설비용이 더 들더라도 환경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라”며 친환경 설비공정을 일일이 챙겼다. 그 결과 ‘원료 저장서부터 제품생산 후 폐기물 처리까지 세계 유일의 친환경 제철소’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당진제철소 건설에 투입된 환경 투자비는 5300억원으로 전체 투자비(6조2300억원)의 8.5%에 달한다.
현대제철은 선진국에서 검증된 최적의 환경기술을 적용했다. 사전설계에서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고 발생된 오염물질을 최적의 관리시스템으로 제거한다. 철광석과 유연탄 등 제철원료를 실내에 보관하는 ‘밀폐형 원료처리시설’이 대표적이다.
오명석 현대제철 사업관리본부장은 “바람과 비를 막아주는 밀폐형 원료 보관시설 덕에 원가절감뿐 아니라 환경보호까지 가능해졌다”며 “일관제철소는 물론 석탄을 원료로 사용하는 발전소, 시멘트업계 등의 벤치마킹대상이 되고 있다”고 했다.
■폐기물 처리도 ‘그린’
철강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와 오·폐수도 까다롭게 관리한다. 배기가스는 법적 규제치보다 엄격한 농도로 관리된다. 배기가스 굴뚝자동측정장치(TMS·Tele-Monitoring System)가 오염도를 실시간 감시, 관리한다. 대기오염 물질 가운데 처리가 가장 까다롭다는 소결공정 배기가스도 최신 필터기술을 접목해 처리한다. 미세먼지는 전기 집진기로, 황산화물(SOx)과 같은 오염물질은 두 번에 걸쳐 제거한다. 우선 흡착탑과 백필터로 구성된 설비로 1차 제거한다. 이후 2단 활성탄흡착설비를 이용해 황산화물, 질산화물(NOx), 다이옥신 등을 처리한다. 오·폐수 처리도 꼼꼼하다. 화학반응조와 생물학반응조 등을 통해 사전 처리한 다음 활성탄 흡착설비 등 고도처리시설을 통과시킨다. 오염물질이 제거된 물은 해안선에서 300m 떨어진 해저에서 심해로 방류한다.
■부생가스도 에너지로 재활용
철강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와 부산물도 그냥 버리지 않는다. 부생가스 발전을 통해 에너지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것. 때문에 에너지 재활용률은 80%다. 제철소 주요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가스와 열기를 최대한 수집, 자체발전소를 가동하는 동력으로 활용하거나 기체를 데우는데 사용하고 있다.
특히 고로와 코크스 설비, 제강설비 등에서 발생하는 고온의 부생가스를 활용, 시간당 321㎿h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이를 연간 전력량으로 환산하면 무려 280만㎿h에 이른다. 연간 80만t의 석탄이 생산하는 전력이다.
■철강부산물은 ‘또다른 자원’
철강부산물도 100%에 가깝게 재활용한다.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은 콜타르, 조경유 등과 같은 화성(化成)부산물과 슬래그 부산물, 분진, 슬러지, 스크랩류다.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화성부산물은 피치, 카본블랙, 벤젠, 톨루엔, 자일렌, 인산질 비료 같은 화학산업 분야의 원료로 전량 재활용한다. 연간 800만t 조강생산량을 기준으로 연간 18만t에 이르는 화성 부산물이 나온다. 고로· 제강공정에서 발생하는 슬래그 부산물은 슬래그 시멘트나 도로 노반재, 골재 등으로 재활용된다. 연간 354만t이나 나온다. 66.1㎡(20평)아파트를 짓는데 약 54t의 골재가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이 정도 슬래그는 매년 66.1㎡ 아파트 6만5000가구를 짓는데 소요되는 골재량과 맞먹는 셈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골재 자원이 산림 파괴를 통해 생산되는 점을 고려할 때 슬래그의 골재 대체재 활용은 자연생태계를 보전하는 녹색경영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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