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시대에서 수소연료시대로의 전환 키워드는 '얼음'이 될 전망이다.
얼음 속에 나노크기의 축구공 같은 공간을 마련, 수소 가스를 안정적으로 저장하는 기술이 국내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얼음 안에 수소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흔 교수팀은 수소를 원자 상태로 얼음에 저장하는 기술을 개발, 상용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진은 순수한 물에 '테트라히드로푸란'를 첨가한 후 얼려 얼음 속에 나노 크기의 축구공 같은 공간을 마련했다.
바로 이 공간에 수소 가스를 안정적으로 저장해 놓는 것이다. 수소를 포함하고 있는 얼음이 상온에서 녹으면 저장된 수소는 자연적으로 방출되게 된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활용하면 방대한 얼음 입자로 이뤄진 빙하 같은 공간에 수소를 대규모로 저장하는 것도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물로 생산한 수소를 얼음에 저장한 후 이를 최종 에너지 연료로 사용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관건은 수소 저장비율이다. 현재 연구진이 개발한 얼음 내 수소 저장 비율은 2% 수준이다. 이 교수는 "얼음 100g 당 2g 정도의 수소를 저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장비율 4%더 높여야
하지만 휘발유와 같은 에너지 효율을 얻기 위해서는 수소 저장비율이 6% 이상이어야 한다. 미국 에너지국(DOE)도 수소 에너지 상업화 기준으로 수소 저장 비율을 6%로 지정하고 있다.
극저온(영하 252도)과 높은 기압(350 기압)을 이용하는 수소저장합금, 탄소나노튜브 등 기존의 수소 저장기술도 이 비율에 이르지는 못해 실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수소 자체 특성상 저장이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수소는 가장 가벼운 기체이며 끓는 점이 영하 252.9 도의 극저온이기 때문에 새나가기 쉽고 저장이 어렵다. 또한 고압으로 수소를 압축하거나 액화석유가스(LPG), 액화천연가스(LNG)처럼 액화시켜서 사용하려면 비용부담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폭발성에 따른 위험도 크다.
이 교수는 "전 세계가 수소 저장 기술 개발에 열중하고 있지만 저장 비중을 6%대까지 올리지는 못하고 있다"면서 "획기적인 연구성과가 나오지 않는 한 6%대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팀은 얼음 내 수소저장 기술의 실용화를 위해 저장 비율을 현재보다 4% 이상 높이기 위한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10년 혹은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지만 최고의 연구진과 함께 수소저장기술 실용화를 위한 연구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talk@fnnews.com 조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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