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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부실 저축銀 칼댄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5.25 17:24

수정 2010.05.25 17:24

그리스에 이어 스페인의 재정위기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다.

스페인 중앙은행의 저축은행 국유화 소식과 4개 저축은행의 합병 발표 등 금융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면서 스페인의 재정위기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깊어지고 있다.

2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페인 중앙은행인 스페인은행(BOS)은 지난 22일(현지시간) 가톨릭계 지역 저축은행인 카하수르를 국유화하기로 결정했다.

카하수르는 지난해 5억9600만유로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유니카하 등 다른 지역 저축은행들과 합병 협상을 벌여왔지만 합병에 실패하면서 결국 국유화됐다.

BOS는 이날 카하수르에 5억유로를 투입하고 이 은행의 이사회 구성원들을 전원 교체하기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지는 스페인 최대 저축은행인 카하수르의 국유화는 스페인 금융 부문에 대한 일종의 ‘경고 사격’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스페인 정부가 스페인의 금융부문 회복을 위해 더 이상 저축은행들의 지지부진한 합병과정을 지켜보지 않을 것임을 선언했다는 것이다.

자산 규모상 스페인 금융부문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스페인 저축은행들은 지난 2007년 미국 주택시장 거품이 붕괴된 이후 지속적으로 구조조정 논의 대상이 돼왔다.

지난 10년간 이어져온 부동산 호황기에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대출과 모기지 대출을 5배 이상 늘렸는데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이것이 부실자산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스페인 당국은 지난해 3월 저축은행 카스티야 라 만차를 국유화한 이후 은행간 합병을 지원하기 위해 ‘은행구조조정기금(FROB)’을 설립했지만 저축은행들의 구조조정 과정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유럽발 재정위기가 깊어지면서 저축은행들의 부실 우려가 커지자 금융 당국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4일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거품 붕괴는 여전히 스페인 은행들을 위협하고 있다”며 파산 위기에 처해있는 스페인 은행들에 더 투명한 회계원칙 채택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BOS는 990억유로 규모의 FROB를 활용해 오는 6월 30일로 예정된 구조조정 완료시점까지 저축은행들의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의 엘레나 살가도 재무장관은 24일 “더 많은 저축은행이 향후 몇주 안에 합병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인저축은행협회에 따르면 현재 최소 16개 은행이 합병 협상을 진행하고 있거나 이미 합병에 합의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중반까지 저축은행 숫자가 현재의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스페인 당국의 저축은행 구조조정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구조조정을 통해 근본적인 금융부문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가뜩이나 어려운 스페인 재정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학의 알바로 쿠에르보 교수는 카하수르의 국유화에 대해 “중앙은행이 저축은행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크레디트스위스의 산티아고 로페스 애널리스트는 “카하수르가 국유화되면서 금융시스템과 국가부도 위험,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의 마리아 호세 모리 애널리스트도 “스페인의 저축은행 구제 비용은 분명히 추가 압력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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