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fn 아트 페스티벌] 학술세미나/고충환 “소리·그림자 등 소재 주목”

박현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5.31 18:46

수정 2010.05.31 18:46

흔히 일반적인 용법으로 미디어는 대략 다음의 3가지 정도를 의미한다. 우선 미디어는 신문, 잡지, TV, 인터넷과 같은 각종 대중매체(매스미디어)를 의미하며, 이때 그 논의는 대개 이미지를 생산하고, 분배하고, 소비하는 유형무형의 메커니즘과 관련한 소위 이미지 정치학의 개념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그리고 미디어는 비디오, 인터넷, 홀로그램, LED, 레이저, 광섬유와 같은 각종 첨단의 매체를 작업에 수용한 소위 미디어아트로 나타나며, 이때 그 논의는 주로 형식적이고 기술적이고 장르적인 특수성 개념을, 이를테면 이를 기술적으로 구현해주는 각종 하이테크놀로지와 로테크놀로지의 개념을 광범위하게 수용하며, 그리고 내용적인 면에서 특히 상호작용성과 소통미학의 개념을 아우른다.

마지막으로 미디어는 작가들이 사용하는 재료와 소재 같은 미디어를 의미하며, 그 용법이 가장 일반적인 만큼 그 범주 역시 다른 경우들에 비해 더 포괄적이고 유연하고 복합적인 점이 특징이다. 미디어의 이 3가지 용법은 표면적으로 서로 구분되면서도, 정작 그 이면에서 서로 긴밀하게 상호 작용하는 것으로, 그리고 일정 정도 상호내포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미디어의 세번째 항목과 관련해서는 작가들이 사용하는 소재의 폭이 전에 없이 확장된 것과 관련이 깊다. 시대가 바뀌면 환경도 바뀌고 시대정신도 변화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렇게 변화한 시대정신을 더욱 적절하게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게 해주는 미디어, 곧 매체 또한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매체가 새롭다거나 흥미롭기만 해서는 안 되고, 새로운 매체가 새로운 형식 내지는 서사와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시키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경우에 미디어의 의미는 앞서 논의된 미디어의 다른 의미들을 일정 정도 포괄하며, 기왕의 장르 구분으로 치자면 대략 조각, 설치, 사진, 미디어, 행위예술을 아우른다.


현대미술에 관한한 소재의 특정성을 거론하는 것이 무의미할 만큼 사실상의 거의 모든 것이 소재로서 가능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소리(사운드아트 혹은 소리조각으로 알려진), 그림자(실물과 허상의 관계가 전복되는), 식물(생태담론과 맞물린), 여행(길과 함께 삶의 메타포로 알려진), 중력(조각의 본질을 건드리는), 집(존재의, 정체성의 메타포로 알려진), 페르소나(가면과 익명성과 자기분신), 그리고 사진(진실을 말하는 사진과 거짓말하는 사진)과 같은 유형무형의 미디어가 주목된다. 이 가운데에는 기왕의 구분법을 따른 전형적인 미디어도 있고, 다소간 주제에 가까운 개념적 미디어도 있다.
이런 소재의 특정성을 살피게 될, 이번 세미나가 미디어 혹은 미디어아트에 대한 더욱 유연한 이해와 해석을 위한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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