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정신과 전문의들이 질환분류 기준으로 삼는 미국정신과학회의 ‘정신장애 분류체계(DSM)’는 폭식증을 하나의 독립적인 정신과 질환으로 분류키로 했다.
미국정신과학회는 폭식증에 대한 세분화된 진단기준을 마련, 2013년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동안은 폭식증을 그리 심각한 문제로 보지 않고 ‘달리 분류되지 않는 섭식장애(EDNOS)’로 규정했다.
하지만 이 항목은 정상적으로 음식을 먹은 뒤 구토나 배설을 통해 장을 비우는 ‘장비우기 장애’, 잠자리 들기 전에 과식하는 ‘야간식이증후군’, 일부 거식증 등 분류하기 힘든 섭식장애를 모두 몰아넣은 ‘기타 등등’ 식으로 분류된 것이다 보니 집중적인 진단이나 치료가 힘들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의견이다.
따라서 2013년부터는 기존 폭식증으로 고통을 겪던 환자들의 치료가 보다 체계화될 전망이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김경란 교수는 3일 “이전에는 폭식을 질환으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존재했다”며 “이번 DSM 개정은 의료계가 폭식증을 임상적 의미가 큰 질환으로 인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정신과 질환 중 우울증 등으로 인한 자살 다음으로 사망률이 높은 것이 거식증이 연관된 폭식증”이라면서 “폭식증은 호르몬 불균형, 전반적인 내과적 합병증, 영양부족, 스트레스를 초래해 이로 인한 사망률이 높다”고 말했다.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신경정신과 최준호 교수는 “2013년부터 새로운 분류가 적용되기 시작하면 폭식증에 대한 조기 진단이 늘어날 것”이라며 “보다 집중적인 환자교육을 통해 환자 스스로가 자신이 폭식증의 어느 단계, 어느 시기에 속하는지 파악하기가 쉬워져 빠르고 정확한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재는 △정상보다 과식한다 △불편함을 느낄 때까지 먹는다 △육체적으로 허기를 느끼지 않아도 과식한다 △자신의 과식이 창피해 혼자 먹는다 △과식 후 스스로에 대해 경멸감이나 우울함이나 죄책감을 느낀다의 5개 항목 중 적어도 3개에 해당하는 환자의 경우 폭식증과 연관성을 의심하게 된다.
한편 이번 개정안에서 비만은 정신과 질환으로 분류하지 않을 전망이다. DSM 섭식장애위원회장인 B 티머시 월시 박사는 “비만을 정신과 질환이라 부르는 것은 ‘노숙자’ 상태를 정신과 질환이라 부르는 것과 같다”며 “정서적·행태적 원인으로도 노숙자가 될 수 있지만 환경 등의 기타 외부적 원인으로도 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비만은 정신적 원인보다는 육체적 원인이 더 큰 질환으로 분류된다.
/kueigo@fnnews.com 김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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