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에 성공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명제 중 하나가 장기분산투자다. 하지만 이를 지키는 투자자들은 많지 않다. 눈앞의 단기수익에만 집착하기 때문이다. 장기분산투자에 대한 의미와 실천방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점도 크다.
20년 동안 펀드매니저의 외길을 걷고 있는 한국투자신탁운용 강신우 부사장(사진)을 만나 한국 투자문화의 현주소를 짚고 장기투자문화 정착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봤다.
강 부사장은 9일 "선진투자문화와 비교하면 아직까지 갈길이 멀지만 최근 10년 동안 장기투자문화에 있어 놀라울 정도의 진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투자자뿐만 아니라 기관투자가들의 매매 회전율이 현저히 낮아지고 있다"며 "공모펀드의 증권거래세 면제가 지난해 말로 종료돼 기관들도 비용측면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투자를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닥시장에서 개인들의 단기매매는 여전하지만 우량 대형주를 중심으로 한 장기투자가 정착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지적했다.
장기분산투자문화가 확산되기 위해서 가장 시급한 일은 역시 세제지원이 꼽혔다.
펀드의 경우 일정기간 이상 장기보유할 경우 세금을 감면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강 부사장은 "세금혜택은 장기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사항으로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장기투자에 세금혜택을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배당에 대한 세금혜택은 기관투자가들에게도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그는 "직접 주식을 갖고 있거나 펀드를 통해 갖고 있어도 배당에 대해 세금을 낮추거나 감면해야 한다"며 "실제 배당수익률이 4∼5% 되는 상황에서 세금혜택까지 더해지면 기관투자가들도 수익률 경쟁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져 장기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펀드 대량환매는 투자자들에게 좋은 경험이 됐다는 설명이다.
강 부사장은 "지난 2007∼2008년 제대로 투자나 펀드에 대한 교육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주식 및 펀드에 많은 자금을 쏟아부었다"며 "반토막의 쓰라린 경험을 하고 다시 원금을 회복하고 또다시 수익을 내는 과정에서 투자에 대한 좋은 훈련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바른 분산투자를 위해서는 자신의 나이, 위험선호도, 자산의 크기 등 3요소를 바탕으로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위험자산의 비중을 줄이는 것이 교과서적인 원리로, 자산이 크면 일반적으로 위험자산 비중을 낮추고 반대로 자산이 적으면 위험자산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40세를 기준으로 바람직한 포트폴리오는 부동산 50%, 주식 30%, 채권 20%를 기준으로 하라고 권했다.
강 부사장은 "전세계적으로 국내 기업은 굉장히 살찌고 있다"며 "국내 기업의 성장에 참여하는 방법은 바로 주주가 되는 방법밖에 없는데 한국 사람들은 여전히 부동산 비중이 높지만 정부정책, 금리, 인구구조 등을 봤을 때 어느 것 하나 부동산시장에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에 주식자산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에 있어 중요한 개념은 꾸준한 수익률의 장기화, 즉 복리개념에 있다"며 "한 종목에 '몰빵'해서 일주일만에 30%의 수익률을 낼 수 있지만 10년, 20년 꾸준히 지속될 수 없기 때문에 분산 장기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h21@fnnews.com 이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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