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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세계의 공장(중국)’이 비싸졌다?/최필수 베이징 특파원

박지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6.17 18:10

수정 2010.06.17 18:10

1914년 1월 5일 헨리 포드는 노동자의 하루 일당을 5달러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일반 임금의 2배가 넘는 액수였다. 근로시간도 하루 8시간으로 대폭 축소했다. 그야말로 혁명적인 조치였다. 포드 공장은 몰려드는 구직자들을 막느라 경찰을 동원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약 백년이 흐른 오늘날 임금을 단숨에 2배로 올렸다는 비슷한 이야기가 태평양 건너편 중국에서 나왔다. 중국의 폭스콘 공장에서다.

배경은 비슷하다.

선진국을 제치고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제조업 기지 선전과 디트로이트. 최첨단 조립라인에서 생산되는 최첨단 제품. 당시 포드의 모델T는 저렴하고 우수한 궁극의 자동차로 인식되고 있었고 오늘날 아이폰도 그러하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다. 포드가 직면했던 문제가 연 800%를 웃도는 이직률이었던 반면에 폭스콘의 궈타이밍이 직면한 문제는 5개월여 동안 13명이 연속으로 자살을 기도했다는 사실이다.

포드가 어디까지나 자국 기업가였던 반면에 궈타이밍은 외국 자본가라는 점도 다르다. 포드가 자기 브랜드로 자기 국민을 위한 제품을 생산했던 반면, 폭스콘은 남의 브랜드로 남의 땅에서 팔릴 물건을 만든다. 포드가 대폭적인 임금 인상으로 노동자를 소비자로 전환시키는 혁명을 일으켰던 반면에 폭스콘 직원이 세 달치 월급을 꼬박 모아 아이폰을 구입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사실 중국식 경제개발 모형의 한계는 명확하다. 저렴한 노동으로 수출 위주의 성장을 한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축적된 부가 자산가격의 앙등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면 저렴한 노동의 주체인 인민들은 갈 곳이 없다. 중국 정부도 이러한 점을 모르지 않아서 경제성장 모형의 전환을 부르짖어 왔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미적거렸다. 조화로운 사회를 슬로건으로 하는 현 정권이 제시한 노동정책은 최저임금제(2004년)와 노동계약법(2007년)의 도입이다. 최저임금 규정은 당연히 필요한 것이고 노동계약법은 비정규직을 양산할 수 있는 양날의 칼이긴 하지만 어쨌든 고용보호에 필요한 조치라고 해두자.

그러나 중국 정부가 취했어야 할 좀 더 근본적인 조치는 바로 민주적인 노조의 설립이다. 노동자를 대변할 조직이 없으니 어르신들 하룻밤 술값도 안 되는 월급을 주면서 "최저 임금보다는 높은 급여를 제공했다"는 궤변이 나온다.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이란 개념이 없으니 "45만명 중 (당시까지) 11명에 문제가 있었으나 나머지 44만9989명은 문제가 없다"는 망언을 한다. 5월 26일 공식 사과를 한다는 궈타이밍이 한 말이다.

물론 중국에도 공회(工會)라는 노조가 있긴 하지만 이사장 동생이 회장을 맡고 당서기 동창이 부회장을 맡고 있는 사조직에 다름 아니다. 6월 4일 중국 총공회는 '기업 노조 설립과 노조의 역할을 강화할 것에 대한 긴급 통지'를 발표했다.

외국기업 등 노조가 없는 곳에 노조를 설립하고 임금 제고에 노력하며 안전사고를 방지하고 문화체육 활동을 보급하라는 등의 내용이다. 다 좋은 이야기이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남방주말지는 지난 10일 사설을 통해 노조 간부를 직선으로 선출하고 월급의 2%를 노조 활동비로 적립하며 노조 전임자를 위한 기금을 마련해야 한다며 직접적인 요구를 하고 나섰다. 중앙 정부도 인민일보 사설 등을 통해 은근히 노동자 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외국계 기업인들은 벌써부터 원가 부담을 걱정한다. 폭스콘의 임금 인상이 던진 파장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현재 14개 성시의 지방정부들이 평균 20%씩 오른 최저임금을 7월부터 시행한다고 선언했다. 민주적인 노조가 설립된다면 더 큰 파장이 일 것이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비싸졌다.

세계가 적응을 해야 한다. 중국을 대체할만한 규모의 대안이 있는가. 높아진 생산비를 다같이 주어진 조건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백년 전 세계의 공장이었던 미국은 1975년까지 거의 한 세기에 걸쳐 대규모 무역흑자와 함께 경제적 전성기를 구가했으나 지금은 옛 영화일뿐이다.

1990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한 중국에도 그렇게 여유 있는 미래는 없어 보인다.

/cps@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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