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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위기 극복 현장을 가다] (중) 아픔 딛고 일어서는 美 월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7.11 15:57

수정 2010.07.12 15:57

【뉴욕(미국)=노현섭기자】 글로벌 금융 중심지에서 이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로 더 기억되는 월가에는 이름처럼 벽이 많았다.

월가 곳곳에는 차단벽과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어 허가받은 차량 이외에는 들어올 수가 없었다. 또 중화기로 무장을 한 경찰관들이 경찰견과 함께 경비를 서고 있어 분위기를 더 경직되게 만들었다. 미국 독립전쟁 당시 영국군을 막기 위해 세운 방벽에서 이름이 유래된 월가는 9·11 테러 사건 이후 테러방지 목적으로 또 다시 곳곳에 차단벽이 세워진 것이다. 지난달 중순 찾은 월가에서 “월 스트리트(Wall Street)에는 월(Wall)이 참 많네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뉴욕거래소(NYSE) 앞에서 경비를 서던 경찰관은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이곳은 중요하니까요”라고 웃으며 답해줬다.

경찰관의 말처럼 월가에는 아직 금융위기가 휩쓸고 간 상처가 아물지 않았지만 여전히 세계 금융 중심지로 우뚝 서 있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회복되고 있는 월가

브로드스트리트와 월스트리트의 교차로에 위치한 뉴욕거래소는 초대형 성조기로 건물의 전면이 거의 덮여 있었다. 이날 장 마감 후 휴식을 즐기고 있는 거래소 직원들은 하나같이 “분명한 건 지난해보다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는 것”이라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인근의 뉴욕상품거래소(NYMEX) 로버트 라빈 상품 개발 매니저도 “트레이딩 규모가 지난해부터 증가하고 있다”면서 “주식이나 선물 등 개인이 많이 거래하는 상품거래가 아직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 못 미치지만 고용 속도와 경기지표들을 감안했을 때 12∼18개월 후에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희망적인 분위기를 반영하듯 월가 곳곳에 긍정적 소식들이 들리고 있다.

실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지에 따르면 월가 금융회사들의 3개월 신규 채용이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금융위기 당시 굴지의 금융사들이 무너지며 월가에서 쫓겨나야 했던 금융 인력들이 다시 월가로 모이고 있는 것.

금융위기 이전 47만명까지 증가했던 월가 금융회사 임직원 수는 5월 말 현재 42만9000명을 기록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서 아직도 4만명이 부족한 숫자지만 최근 3개월 동안 6800명이 증가해 월가의 빠른 회복 속도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는 미국의 금융사들이 최근 실적이 증가하고 사업이 확대되면서 우수한 인재 확보가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월가의 금융인들을 ‘살찐 고양이’라고 비판하며 규제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였던 미국 정부의 금융개혁법안도 당초 원안보다 규제가 약해지고 있는 점도 월가 금융사들의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월가의 상징을 넘어 미국 자본시장의 상징이기도 한 황소상의 위치를 묻는 질문에 “얼마 전까지 젖소였지만 이제 다시 황소로 돌아왔다”는 뉴욕거래소 직원의 뼈 있는 농담에 최근 월가의 분위기가 그대로 묻어났다.

■아물지 않은 금융위기 상처

월가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었지만 아직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었다.

뉴욕거래소 바로 옆 건물 2층에는 사무실을 임대한다는 대형 광고판이 붙어 있었다. 1층부터 3층까지 통째로 비어 있는 건물의 주인을 찾고 있었다. 이외에도 인근에 많은 상가와 오피스의 주인을 찾는 광고판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광고판에 나와 있는 부동산 업체에 문의해보니 “가격은 직접 협상이 가능하다”며 기존 가격보다 할인된 가격에 구매 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겨 구매자들이 많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월가 근처 고급 빌라단지에도 아직 많은 곳이 비어 있다고 한다. 금융위기 이전 천문학적인 고액 연봉자들이 각종 호사를 부리며 살았던 이곳은 금융위기 이후 높은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늘어나면서 하나둘씩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금융위기의 상처는 월가뿐 아니라 뉴욕의 중심에서도 찾아 볼 수 있었다.

신한은행 뉴욕지점 정재현 차장은 “2년 전 금융위기 당시 비어 있던 5번가 중심에 있는 상가들이 아직도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당시 리모델링을 위해 공사를 벌였던 건물들도 상당수가 자금 사정으로 인해 공사가 지연되거나 멈춰져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5번가(5th Avenue)는 한국의 서울 명동과 같이 뉴욕에서 가장 비싼 임대료를 자랑하는 곳으로 다양한 명품점과 백화점 등이 몰려 있는 뉴욕의 중심가다.

최근 월가의 신규 채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뉴스와 함께 미국 4대 은행 중 하나인 웰즈파고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는 소식도 함께 나왔다.


이번 구조조정에서 3800여명의 직원들이 웰즈파고에서 나와야 한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월가는 아직 위기의 상처가 완벽히 치유되지 않고 있었다.


/hit8129@fnnews.com

■사진설명=브로드스트리트와 월스트리트의 교차로에 위치한 NYSE 앞에 차단벽이 설치돼 있고 경찰이 순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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