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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자원거래 허브를 가다] (끝·4) ICE 유럽선물거래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7.12 16:53

수정 2010.07.12 16:53

▲ ICE 유럽선물거래소 데이비드 페니켓 사장은 최근 "파생상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변화를 빨리 파악하고 고객들이 원하는 상품을 개발해 쉽게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ICE는 지난 2000년 유럽 3대 석유회사인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 로열더치셸, 토털이 대형 투자은행과 손잡고 설립했다. ICE는 IPE를 인수한 뒤 명칭을 현재의 ICE 유럽선물거래소로 바꿨다.

【런던(영국)=양재혁기자】 "ICE가 무엇인가요. 독일의 고속전철 명칭 아닌가요."

지난달 말 영국 런던의 ICE 유럽선물거래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기자는 장난기가 발동해 비서에게 이같이 물었다.

한국에서 온 기자의 짓궂은 질문에도 사장 비서는 친절하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국제석유거래소(IPE)와 헷갈려 한다"도 응수했다.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국제거래소(ICE)는 지난 2001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과 함께 전세계 국제 유가를 대표하는 북해산 브렌트유를 거래한다. 지난 2001년 IPE를 흡수 합병하며 전세계 주요 에너지 거래소로 자리잡았다.

ICE는 지난 2000년 유럽 3대 석유회사인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 로열더치셸, 토털이 대형 투자은행과 손잡고 설립한 거래소다.

위스콘신 공대 출신 제프리 스프레처가 거래용 플랫폼을 개발했고 다른 엔지니어 몇몇과 마케팅을 담당한 10명이 전자거래를 시작한 것이 ICE의 시작이다.

ICE는 IPE를 인수한 뒤 명칭을 현재의 ICE 유럽선물거래소로 바꿨고 2005년 4월 7일부터 공개호가방식(아웃크라이) 거래를 없앴다.

ICE 유럽선물거래소가 WTI가 주로 거래되는 200년 역사의 뉴욕상업거래소(NYMEX)와 대등한 지위를 구축한 것도 전자거래만 전문으로 한다는 특징 때문이다.

ICE는 대신 거래 속도를 최대 0.003초까지 낮췄고 잇단 인수합병을 통해 농산물, 기름유, 신용디폴트스와프(CDS)까지 거래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ICE가 전자거래 시대의 거래소가 나아갈 길을 잘 보여주는 '무서운 열살배기'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하루 22시간 100% 전자거래

런던의 ICE 유럽선물거래소는 구글처럼 공장 없는 '닷컴기업'과 유사한 분위기였다. 10년만에 지금의 위상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도 전자거래용 플랫폼과 마케팅, 상품개발 덕분인 점도 닷컴 기업의 성장 스토리와 유사했다.

ICE 유럽선물거래소 데이비드 패니켓 사장은 "전세계 원유 거래 시장에서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는 ICE가 NYMEX를 앞서고 있다"며 "특히 브렌트유가 WTI보다 전세계적으로 더 많이 통용되기 때문에 우리가 마켓 리더"라고 말했다.

ICE 유럽선물거래소의 전자거래시스템은 영국시간으로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 두 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에 22시간 거래를 멈추지 않는다.

패니켓 사장은 "휴식 시간은 아시아 국가들에 새벽시간으로 아시아 트레이더들에겐 좋다"고 말했다.

이곳 영국 런던의 ICE 유럽선물거래소 본사에서 인증받은 트레이더이기만 하면 전세계 어디서든 화면에 접속만 하면 거래를 할 수 있다.

기자가 방문한 시간인 오후 2시에는 본사 회의실 대형 스크린에서 초 단위로 숫자들이 눈깜짝할 사이에 오르락내리락거렸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북해산 브렌트유 7월 인도분 16만배럴어치는 1초도 되지 않아 거래가 성사되며 숫자가 빨갛게 바뀌었다.

패니켓 사장은 "전세계 55개국에서 동시접속해도 첫 주문을 넣고 거래가 성사되기까지 평균 0.003초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ICE 유럽선물거래소의 대표 상품인 브렌트유 거래량은 지난 2007년 5만9729계약에서 지난해에는 7만4138계약으로 늘어났다.

지난 2000년 총 25만 계약에 불과했던 총거래량은 지난해 130만 계약까지 치솟았고 글로벌 금융위기 속해서도 올 1·4분기 브렌트유 선물거래량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8% 증가했다.

■ICE그룹, 10년만에 메이저 거래소 등극

ICE 유럽선물거래소의 모회사는 ICE 그룹이다.

ICE 그룹은 유럽선물거래소 외에도 미국선물거래소, 캐나다선물거래소 등 3곳의 거래소, 5곳의 청산소, 2개의 장외파생상품(OTC) 시장 등 전세계에 파생상품 관련 기관을 소유했다. 미국선물거래소는 농산물을, 캐나다선물거래소는 기름유를 주로 거래하지만 거래 상품을 한정하지는 않는다. 최근에는 외환(FX)거래 등 신흥 상품에 대한 거래도 도입했다.

전자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전세계 파생상품 거래소들 간에도 치열한 '고객 뺏기'에 나서고 있다.

열살밖에 안된 ICE 그룹은 시카고상업거래소(CME), 뉴욕증권거래소(NYSE), 런던금속거래소(LME) 등 '전통 강호'와 투명성, 거래 편리성 등을 놓고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

ICE 그룹은 지난 5월 올 1·4분기 어닝스 콘퍼런스를 통해 ICE, CME, 유로넥스트(NYX), 나스닥OMX 등 다른 경쟁자들보다 실적에서 월등히 앞섰다고 발표했다. ICE 그룹에 따르면 1·4분기 ICE는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주당순이익(EPS)가 21% 증가했지만 CME는 2% 성장하는데 그쳤다. 유로넥스트는 같은 기간 15% 감소했다.

데이비드 패니켓 ICE 유럽선물거래소 사장은 "결국 글로벌 시장으로 바뀌면서 아시아 등 신흥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구축했기 때문"이라며 "세계 최고의 파생상품 거래시스템을 갖췄다고 자부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ICE 그룹이 주목하고 있는 시장이 바로 아시아다.

잇따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강화했고 아시아 기업들과 이용 계약을 맺고 있다. 아시아권 기업들에는 투자은행 등 브로커를 통하지 않고도 직접 시스템에 접속해 거래할 수 있는 혜택도 추진 중에 있다.

패니켓 사장은 "브렌트유, 석탄 등 수요가 아시아에서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을 눈앞에서 목격하는데 어떻게 이 시장을 놓칠 수 있느냐"며 "특히 한국, 인도, 일본, 중국 4개국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으며 이들을 위한 상품도 조만간 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yangja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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