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꽉 막힌 한국 ‘소통’으로 뚫자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7.19 14:58

수정 2010.07.20 14:58

최근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화두는 '소통'이다.

주요 국책사업을 비롯해 세대간, 계층간 소통 단절로 막대한 사회·경제적인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소통을 위한 해결책을 찾는 것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모두가 소통의 중요성을 얘기하지만 지난 9개월간 격렬한 반목과 갈등을 야기한 채 다시 원안으로 돌아간 세종시 문제, 여전히 대립과 갈등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 등 우리에게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소통 단절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 비용이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1063조590억원)의 27%(287조259억원)로 약 3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갈등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31개국) 국가 중 네번째로 높은 0.71로 OECD 평균(0.44)보다도 1.6배 정도 높다.

사회적 갈등지수가 높다는 것은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신뢰하지 못한다는 의미며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소통이 안 되고 갈등이 유발되는 것이다. 2005∼2008년 세계가치관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신뢰수준은 30.5%로 OECD 평균(34.5%)에도 미치지 못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정보기술(IT) 강국답게 트위터, 미투데이(한국판 트위터) 등 다양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가 발달돼 있음에도 소통은 그다지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서울 안국동에 사는 문옥진씨(67·여)는 지난 6개월간 구립 문화센터에서 컴퓨터 사용법을 배웠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보는 초등학생 손자와 온라인 메신저, e메일 등으로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다. 그러나 문씨의 e메일을 신기해하던 손자는 처음 몇 번 답장을 보낸 이후 더 이상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문씨는 "일부러 컴퓨터 사용법을 배웠는데도 소통의 정도는 예전과 똑같다"고 하소연한다.

소통이 잘 되지 않는 이유는 서로의 입장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까운 예로 인천국제공항의 경우 착공 당시 '갯벌을 매립한 공항은 비행기 착륙 시 활주로가 주저앉을 수 있다'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지만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공항분야 노벨상'이라 불리는 세계공항서비스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발돋움했다. 또 올해로 개통 40주년을 맞은 경부고속도로는 '달릴 차가 없는데 무슨 고속도로냐'며 극심한 반대에 부딪쳤으나 준공 당시 1만대에 불과했던 자동차 통행량은 지난해 103만여대로 104배 증가했다.

이에 따라 서로의 입장 차이를 인정하고 적극적인 소통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기업들이 '아이폰' 등 창조적인 상품이 소통에서 비롯됐다는 점에 주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등 대기업 총수들은 스마트폰, 트위터 등을 이용해 임직원들과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한편 소비자들의 불만을 직접 듣고 답글을 올리는 등 경영 활동에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용하 원장은 "우리 사회가 사회 통합이란 관점에서 다양한 갈등에 주목하고 그 극복을 위해 지혜를 모아가고 있는 모습은 더욱 깊은 통찰력과 설득력 있는 대안을 만들어 내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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