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회장은 정부, 국회 등과의 소통창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건설업계의 상황을 충실히 전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업계 내부에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준용 명예회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과 함께 전경련 회장 후보로 거론 중이다. 전경련은 조석래 회장이 건강상 이유로 이달 초 사의를 밝힌 이후 차기 회장 선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 회장과 정 회장은 회장직 고사 입장을 밝힌 상태다.
대한주택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정부나 국회 등에 건설업계가 처한 상황 등을 정확히 알리려면 건설사 오너가 전경련 회장직을 맡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정부가 집값 잡기와 부동산거래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어려운 상황을 풀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업계 출신의 오너가 전경련 회장직을 맡을 경우 업계의 현실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주택시장 안정과 4대강 사업 등 각종 부동산 정책을 1순위로 삼고 있는 청와대로서도 건설사 출신 전경련 회장을 통해 업계 의견을 상세히 수렴할 수 있기 때문에 나쁠 것이 없다는 게 건설사들의 의견이다. 정부는 서민형 보금자리주택사업 등의 속도 조절과 대출 규제 완화 등을 두고 최근 주택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중이다.
올해 경제계의 핫이슈인 현대건설·대우건설·쌍용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의 인수합병(M&A)도 몰린 만큼 정부도 경제계 대표에게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건설업계가 경쟁력 약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정부 쪽과 협의해야 할 일들이 많다”면서 “건설업계 오너 중 ‘맏형’격인 이 명예회장이 전경련 회장에 선출돼 정부에 업계 애로사항을 전달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당사자인 이 명예회장의 의중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그동안 전경련 회장직은 (자신처럼) 나이 많은 사람이 맡으면 안된다고 이 명예회장이 자주 말해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말을 바꿀 수 없는 입장”이라고 고충을 설명했다.
하지만 전경련의 경우 정상적으로 회장을 뽑지 못할 경우 관례상 회장단 중 최연장자가 회장을 맡아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명예회장의 차기 전경련 회장직 수행에 문제될 것은 없다. 올해 72세인 이 명예회장은 정몽구 회장과 함께 전경련 회장단 중 가장 연장자다. 이 명예회장보다 정 회장의 생일이 넉달 앞선다. 더구나 이 명예회장은 조석래 회장 임기 동안 열린 16회의 회장단 모임에 모두 참석한 유일한 인물로 전경련에 깊은 애정을 보여왔다.
/rainman@fnnews.com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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