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브로드웨이산책] 브로드웨이 수출하기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8.02 16:17

수정 2010.08.02 16:17

“브로드웨이가 뮤지컬을 수출하여 해외 제작사들이 브로드웨이 뮤지컬 작품 공연하도록 허가해주는 라이센싱 혹은 투어 비즈니스가 사상 최대에 달했다고 최근 월 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일례로, 디즈니는 ‘라이온 킹’ 하나만으로 20억 달러 이상을 벌었다. 하지만 세계 무대를 떠돌며 작품을 수출한다는 것은 사실상 매우 변수도 많고 이변도 많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해외 무대에서 빛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디즈니 영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타잔'이 2006년 브로드웨이에서 오픈했을 당시, 평단은 무자비한 혹평을 쏟아냈으며 쇼는 그로부터 약 1년 후 막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후 '타잔'은 유럽으로 수출되었는데, 놀랍게도 상황은 대반전이었다. 디즈니社에 따르면 네덜란드 인구의 10%(1백6십만명)가 2년간의 공연기간 동안 '타잔'을 관람했으며, 현재 함부르그에서는 그 무뚝뚝하다던 독일 관객들이 매일 밤 야성미 넘치는 무대에 열광하고 있다. 디즈니社 임원진들은 이제 브로드웨이에서의 흥패여부는 아무 의미가 없다며 농담을 던지곤 한다.

일본의 경우, 라이온 킹과 위키드를 포함하여 13편 정도의 브로드웨이 또는 웨스트엔드 작품들이 일본 전역에서 공연중이며 그중 '라이온 킹' 이미 12년째 장기 공연 중이다.

(반면 과거 '라이온 킹'은 우리나라 관객을 대상으로 저조한 성적을 보이긴 했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를 거친 '라이온 킹' 팀은 싱가폴에서 성황리 공연 중이다.) '넥스트 투 노멀(Next to Normal)'은 올 9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오픈할 예정이며 마닐라에서는 필리핀 주연 여성 배우가 매일 밤 금발의 가발을 쓰고 등장하여 '금발이 너무해'의 오프닝 넘버를 부른다.

수많은 해외 수출 공연작들의 성적 또한 매우 우수하다. '라이온 킹'의 해외 프로덕션은 거의 22억달러의 수입을 올린 바 있다며 디즈니社는 전했다. 이는 거의 '라이온 킹' 브로드웨이가 벌어들이는 수입의 세 배격일 뿐 아니라 디즈니社 보유 해외 프로덕션 중 수입면에서 단연 최고이다. "우리가 해외 수출로부터 이끌어내는 수입에 대해 말하자면, 이는 그야말로 놀라울 뿐입니다"라며 디즈니 공연 제작사 회장 또한 놀라운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디즈니社 마케팅 총 책임자인 앤드류 플랫에 따르면 뮤지컬 라이센스작 수출은 현재 디즈니 공연 제작사 수입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뮤지컬 해외수출 형태

뮤지컬 수출 작품들은 대개 세가지 형태 중 하나다. 로얄티가 가장 비싼 형태는 바로 "replica" 또는 "first class" 프로덕션으로 대개 원작의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 팀이 초청되지만 자국의 배우들이 고용되어 그 나라 국가의 언어로 공연하는 것이다. 뮤지컬 산업계가 발달한 독일, 네덜란드, 일본 등과 같은 나라에서 공연되고 있는 대부분의 주요 블록버스터급 라이센스 작들이 이 경우에 속한다. "Non-replicas"의 경우 원작과 동일한 대본(번역본)과 음악을 사용하지만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 팀의 오리지널 세트, 의상, 안무들을 복사하는 것을 금지한다. 대신 조금 저렴한 수준의 로얄티를 지불한다. 마지막 경우는 미국 작품들이 직접 해외투어를 가서 영어로 공연하고 자막을 쓰는 경우이다. 한국이 아직 뮤지컬 강국의 대열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도 레플리카작들이 속속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올 8월 시작하는 '빌리 엘리엇' 한국 공연의 경우는 이 경우에 속한다.

뮤지컬의 해외 수출 산업은 영국 기획자인 카메런 매킨토시와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영국산 뮤지컬 '캣츠', '레 미제라블' 등을 노르웨이, 헝가리, 러시아 등으로 내보내던 1980년대에 시작됐다. 이에 질세라 미국 뮤지컬들도 주요 레플리카 프로덕션들을 해외에 내보내기 시작했으며 그 첫 시작은 디즈니社의 '미녀와 야수'로 1995년을 시작으로 18개국에 보내졌다.

■해외 수출이 갖고 있는 변수

사실 브로드웨이 작품들을 수출하는 것은 까다롭고 곤란한 일일 뿐 아니라 예상치 못한 변수들을 담고 있기도 하다. 이는 단지 그 나라 언어로 대사를 번역하고 가사를 개사하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관객의 웃음과 눈물을 유발하는 유머와 감동 포인트가 원작국과 공연국 사이의 사회 문화적 차이를 반영하지 못해 배우와 관객들 사이에 어색한 상황이 연출되는 데서 오는 어쩌면 '까칠'할 수 있는 문제들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를 대비하여 한국에서 곧 시작되는 '빌리 엘리엇'의 경우도, 벌써 6번째 번역 수정을 마쳤다고 한다.

미국 프로듀서들이 브로드웨이에서 히트를 칠 수 있을 지 없을 지를 예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세계 시장 상황 또한 변덕스러울 수 있다. 사실상 타일랜드 역사와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왕과 나' 같은 경우도 아시아국 5개월 투어기간 동안 힘겨운 시간을 보낸 바 있다. '위키드'는 아시아 뮤지컬 강국 일본에서 3년간 '무사히' 공연되어 왔다고 해도 사실상 일본 관객들은 미국에서는 남녀노소 누구나 알고 있는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 스토리와 친숙하지 않기 때문에 그를 한번 더 비틀어 만든 뮤지컬 '위키드'를 100% 이해하고 즐기기에는 한계가 있다.

여전히 세계 경제 불황이 영향을 미치고 있고, 몇몇 작품들은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한 프로듀서는 '스프링 어웨이크닝' 단 한 작품을 위해 약 22만5000달러를 라이센싱료로 지불했지만, 호평에도 불구하고 고작 3달만에 막을 내려야 했다.

장기 공연 중인 뮤지컬들에게는 힘겨운 시장들도 있다. 파리에서 공연 중인 '라이온 킹'은 3년간의 공연 후 이달 말 막을 내린다. 파리 공연 관계자에 따르면 그들은 예상보다 더 많은 관객들이 공연을 관람하긴 했지만, 사실상 파리는 그렇게 미국 뮤지컬들에 관심이 있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이 같은 소식을 전했다.

■해외 수출의 기회와 미래

작품의 해외 수출은 프로듀서들이 브로드웨이에서 저질렀던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안겨주기도 한다. 뉴욕에서 '타잔'이 오픈하기 전, Stage Entertainment의 임원들은 이른 리허설에 참석했고 오프닝 전 저작권을 구매했다. 그러나 작품은 실패로 끝났다. 이 작품이 네덜란드로 옮겨갔을 때, 디즈니와 Stage Entertainment는 몇가지 주요 변화를 만들었다. '타잔'은 가족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로맨틱한 데이트를 하는 연인들을 겨냥했다. 디즈니는 새로운 안무를 첨가했고, 배우들이 무대 위를 날아다니는 횟수를 늘였다. Stage Entertainment는 지역 텔레비전 관객들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독일에서는 타잔과 제인이 리얼리티 텔레비전 쇼를 통해서 주연을 거머쥔 바 있으며, 현재 타잔 역으로도 독일 버전의 '아메리칸 아이돌'의 수상자가 출연 중이다. 디즈니社에 따르면 '타잔'은 현재까지 1억82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고 한다. 브로드웨이 리그에 따르면, 타잔의 브로드웨이 총수입은 약 4270만 달러밖에 미치지 못했다.

이렇듯 뮤지컬 제작자들이 해외 라이센스작 수출을 통해 엄청난 소득을 벌어들일 수 있음을 발견하고 심지어 때로는 브로드웨이에서 실패했던 작품들마저도 해외에서는 대성공을 거두기도 한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더욱 많은 미국산 작품들은 해외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고, 또 프리미엄 가격에 해외 공연을 허가하고 있다. 해외 수입제작사들은 이제 미국산 대작을 자국내에서 상연하기 위해 2십만불을 미리 지불할 용의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한 산업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사실 그들이 10년 전에 지불하던 금액의 적어도 2배 이상에 웃도는 금액이다. 프로듀서들 또한 10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수익을 그들이 지금 올리고 있다고 말한다.

유럽, 아시아, 호주 지역을 상대로 대부분의 non-replica 작품들을 위해 공연권을 허락하는 단체인 Music Theatre International의 회장인 드류 코헨도 지난 2년간 10% 이상 해외 라이센싱 수입이 올랐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제 이 현상은 오로지 메가톤급 사이즈만이 아니라 중소규모의 작품들에게도 해당되면서, 그리고 더욱 다양한 영토로 진출하면서 더욱 확대되었다. 프로듀서들은 이제 아시아, 남아메리카, 그리고 남아프리카 등으로도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현재 아시아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새로운 해외시장으로 급부상했다. 중국은 해외 엔터테인먼트 투자와 관련한 제약들을 최근들어 약화시켰고, 홍콩은 마카오와 상하이가 문화도시로서 급부상하는 것을 경계하며 시어터 디스트릭트(대규모 공연장 구획)를 건설 중에 있다.
한국에서는 1995년 당시 약 40개의 오프 브로드웨이 사이즈의 공연장들이 이제는 400개로 늘어났다고 뮤지컬들을 아시아 국가들로 수출하는 단체인 브로드웨이 아시아의 공동창립자 사이먼 제낫은 말했다.

/JESH.Projec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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