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비 비싼 이유 있었다"..10억대 먹이사슬 적발>

손호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8.05 13:49

수정 2010.08.05 14:45

먹이사슬처럼 엮여 10억원이 넘는 뒷돈을 주고 받은 아파트 관리업체와 청소업체, 아파트 주민대표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 수사 결과 주민들이 내는 아파트 관리비가 엉뚱한 주머니로 들어간 것으로 드러나 다른 아파트에도 여파가 미칠 전망이다.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는 5일 아파트 위탁관리와 용역업체 선정, 관리소장 채용을 놓고 금품을 주고받은 업체 임직원과 아파트 관리소장, 입주자 대표 등 79명을 적발, 위탁관리업체 대표 박모씨(60) 등 3명에 대해 배임수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나머지는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 등 위탁관리업체 임직원 11명은 아파트 위탁관리 계약을 따내기 위해 강원 속초시 모 아파트 입주자 대표 임모씨(44)에게 1400만원을 건네는 등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전국 10여개 아파트 입주자 대표에게 모두 2억48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다.

이들은 2004년부터 최근까지 경비와 청소ㆍ소독ㆍ소방방재ㆍ전산 등 자신들이 위탁받아 관리하는 아파트의 각종 업무를 맡기는 조건으로 용역업체 9곳에서 7억8600만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조사 결과 박씨 등은 자사가 맡은 아파트의 관리소장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김모씨(45)에게서 500만원을 받는 등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가진 49명으로부터 모두 1억4700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아파트 위탁관리업체는 일반적으로 동대표 과반의 동의를 얻어 선정하며 이 과정에서 입주자 대표의 영향력이 막강해 위탁업체들이 계약을 위해 아파트 발전기금, 상품권, 명절선물 등의 명목으로 입주자 대표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것이다.

입주자 대표의 이 같은 이권 때문에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대표 선정을 놓고 경쟁이 과열돼 법정다툼으로 번지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500가구 이상 아파트의 관리소장으로 채용되려면 공동주택관리사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며 “주택관리사가 과잉배출되면서 업체에 뒷돈을 줘야 취업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업체와 입주자 대표, 관리소장 사이에 먹이사슬처럼 엮인 비리관행으로 발생한 모든 비용은 고스란히 아파트 관리비에 포함돼 주민들이 부담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아파트 관리에 관련된 각종 비리는 경찰이 운영하는 아파트 관리비리 신고센터(02-723-0330)에 신고하면 된다./art_dawn@fnnews.com 손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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