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광역시 북구 문화동에 조성된 '천·지·인 문화 소통길'은 도시외곽 변두리 지역의 새로운 공간 활용 방안을 제시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쓰레기 더미와 회색빛 콘크리트 방음벽 등을 걷어내고 5개 테마의 녹색공간을 조성함으로써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녹색 가로로 변모한 천·지·인 문화소통길. |
광주 북구청은 무등산 3개의 봉우리인 천왕봉, 지왕봉, 인왕봉 명칭을 빗대 '천·지·인 문화 소통길'이라는 조성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특히 지난 8월과 9월에는 주민들이 56일간에 걸쳐 '시화 환경 예술제'를 열고 도시공간과 주민들의 생활 동선을 뒤바꾼 사례가 화제가 되고 있다.
지금껏 방치돼왔던 변두리 지역의 완충녹지에 쌓였던 쓰레기를 걷어내고 개발시대에 설치됐던 획일화된 콘크리트 방음벽을 헐어내 향토수목을 심고 실개천을 만드는 등 녹지공간을 구성한 결과 도심에서도 개구리와 소금쟁이를 만날 수 있게 됐다.
북구청은 2009년부터 변두리 지역 주택가의 버려진 녹지공간에 주민들의 산책로와 휴식공간을 조성하고, 쾌적한 환경 도시 조성을 통해 여타 지역의 주민들뿐만 아니라 광주광역시 관계공무원들의 현장 답사 코스로 인기가 높다.
■문화·예술공간 탈바꿈
문화동 변두리 지역의 개발이 지연되고 소외 지역인 점을 감안해 자투리 공유토지 6500㎡에 향토 수종인 상수리나무, 벚나무와 조팝나무, 졸가시나무, 화살나무, 자산홍, 영산홍, 황매화, 남천, 좀작살나무, 수수꽃다리, 명자, 치자, 억새, 수크렁 등 조경수 3만여 그루를 심었다. 또 어린이들을 배려해 4개 지역에 타고 놀 수 있는 옛 문화놀이 조형물을 새로운 신소재로 설치했다. 1987년 인근의 농산물 도매시장 건설 당시 6세기 초 마한시대로 추정되는 고분묘와 내부에서 출토된 토기조각, 유리제 소옥, 병구연부 조각 등의 출토물이 발견돼 이를 재현하기 위해 석실분 봉분과 석실을 조성하고 내부에 전시함으로써 지역의 역사성 보존과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가족과 함께 둘러볼 수 있는 데크 산책로를 만들어 학습의 장과 꽃동산을 조성하고, 문화대교라는 콘크리트 교량 주변에는 예술품 전시장을 연상할 정도로 다양한 예술작품을 설치하는 등 예술을 접목하는 데 힘썼다.
■자연·인간 공존하는 생태공간
각화주공 아파트 뒤편의 대로변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칙칙한 높이 8m의 콘크리트 방음벽과 주변의 가로수만이 있을 뿐 사람들의 흔적이 오래돼 접근이 쉽지 않았다. 구석구석에는 온갖 생활쓰레기와 함께 악취로 방치됐지만 지금은 연장 300m 구간에 터널 같은 숲속 산책로를 만들었고 그 옆에는 실개천을 만들어 무등산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연결했다. 또 느티나무 가로수와 함께 새로 심은 조경수 1만6000그루와 지피식물 1만5000여 그루가 어울려 자연과 사람이 함께 공존하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중앙부에는 기존 노후된 버스승강장이 주변과 어울리지 않고 흉물로 유지되고 있었다. 이를 시화마을 주민(이재길 작가)이 새로운 형태의 모델로 디자인해 제안함에 따라 민간기업인 광주은행에서 사업비를 부담하고 시설이 설치된 뒤 구청에 관련 시설을 기부함으로써 새로운 공공시설물의 모델로 유지되고 있다.
■체계적 도시계획,새 명소 우뚝
문흥동 청소년 수련관 앞에 동서 방향으로 도심을 관통하는 고속도로변 완충녹지에는 독지가로부터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기증받아 심었다. 버려져 칙칙한 공간은 사유 토지 소유자를 설득하고 죽은 나뭇가지를 자르고 배수를 위해 도랑을 치고 바닥을 정리하면서 약 2㎞ 구간의 산책로를 만들었다. 또 주민들이 쉴 수 있는 6개의 소광장 설치와 다양한 체육시설 운동기구를 설치하고 음악이 흐르는 화장실도 신축했다. 도로변과 나무 사이에는 맥문동, 매미꽃, 비비추, 노루오줌, 옥잠화, 꽃무릇, 자란 등 다년생 야생화와 코스모스, 해바라기, 맨드라미, 봉숭아, 사루비아 등 일년생 화초류가 4계절 꽃을 피우도록 관리해 새로운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jjack3@fnnews.com조창원기자
■수상 소감/송광운 광주광역시 북구청장
명실공히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2010 대한민국 국토도시 디자인 대상에서 광주 북구가 추진한 '천·지·인 문화 소통길'이 도시/단지부문(도시재생)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특히 '천·지·인 문화 소통길'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광주 북구 주민들이 있기에 오늘의 영광이 있었다. 북구 주민들께 진심으로 감사 말씀 드린다.
처음 구상하는 단계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천·지·인 문화 소통길'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까 하는 의구심도 한편에 있었지만 지방자치를 실현하면서 주민참여가 반드시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많은 지역주민들의 의견도 듣고, 대화도 나눴다.
'천·지·인 문화 소통길' 만들기에 앞서 지역주민과 함께 사업계획을 토의하고, 이해와 요구 속에서 최종적으로 지역주민과 함께 만들어 낸 결과물로 상을 받으니 마음이 뿌듯하다.
살고 싶은 도시만들기 일환으로 광주 북구가 추진한 '천·지·인 문화 소통길' 만들기는 문화적 공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변두리 지역에서 소외계층의 느낌이 강한 영구임대 주공 아파트 주변을 시작으로 연장 4200m를 녹색공간으로 도시 재생을 추진하는 사업이다. 광주 북구의 재정 자립도가 15.8%임에도 북구 행정의 균형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연차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천·지·인 문화 소통길' 만들기 성과에는 무엇보다도 지역 주민들의 참여가 가장 컸다. 지금껏 방치된 도로변 완충녹지 공간이 지역주민들이 자주 이용할 수 있도록 쾌적한 생활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은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의 결과다.
광주 북구는 현재 '천·지·인 문화 소통길' 만들기 전체 구간 가운데 문화동과 문흥동 일원을 완공했지만 당초 계획된 4200m 전 구간을 완성해 무등산 자락과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연결하는 거대한 녹지축이 조성되면 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이웃! 다 함께 잘사는 북구' 만들기의 초석이 될 전망이다.
광주 북구는 이처럼 주민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기까지 방음벽 철거를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아파트로 퍼져오는 자동차 소음을 차단하도록 하는 대안 제시와 묵혀 놓은 사유지로 통과하는 산책로를 단절하겠다는 주민들을 수십 차례 설득하는 과정을 반복해 주민들에게 신뢰를 쌓아가며 견해차를 좁히고 직접 참여를 유도해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 모범적인 주민참여 자치행정을 보여 주었다.
산책로 중간에 담소를 즐길 수 있는 벤치가 설치된 공간과 건강을 다지는 운동시설이 있고 자연을 탐색하는 녹지와 실개천을 만드는 사업들이 주민자치시대에 주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엮어 도시를 가꾸고 행정의 걸림돌을 풀어나가는 사업으로 매개 역할이 되었으면 한다.
끝으로 쾌적한 환경과 풍요로운 문화로 우리의 삶의 질 향상 차원에서 우수한 국토도시 디자인의 발굴과 발전을 위해 수고하시는 파이낸셜뉴스와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관계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심사평/이제선 연세대 교수
우리는 삶의 대부분을 도시에서 보낸다. 인공구조물인 아파트, 도로, 담 등으로 둘러싸인 도시공간에서 인간들은 소통하지 못한 채 익명성과 서로에게 낯선 타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마을이라는 공간 속에서 서로 소통하고 소속감을 갖게 되면서 마을주민간 협동을 통한 삶의 질 높이기에 힘썼다. 그러나 현대문명을 누리고 있는 우리는 주어진 공간을 나만을 위한 공간으로만 사용할 뿐 협동과 공유를 기반 삼아 방치된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삶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에는 인색하다.
2010 대한민국 국토도시디자인 대상 도시/단지부문(도시재생)의 최우수상 수상작품인 광주광역시 북구의 '천·지·인 문화소통길'은 버려진 도시내 공간을 자연, 역사, 문화, 소통, 참여 등 5색의 녹색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소통과 공동체의식을 고양시킨 응모작이다. 사람들의 무관심과 행정의 손길이 닿지 않은 버려진 공간을 주민참여와 녹색공간 창조를 통해 되살려 지역주민에게 되돌려준 사업이다. 이를 통해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도모하고, 도시 고유의 특성과 자원을 활용해 '천·지·인' 3개 주제의 도시녹색공간을 녹색문화벨트화하고자 한 것이다.
사업 추진과정에서 지역주민과 주민자치위원회가 사업의 중심에 서고 전문가와 행정의 도움을 얻어서 계획단계, 사업추진단계 그리고 유지관리 단계에 이르기까지 주민 주도형으로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주민 주도의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공간 창조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이 사업은 2000년부터 시작한 참여 공동체 형태의 문화동 주민자치사업이다. 문화동의 주민과 주민자치위원회 그리고 광주 북구청이 문화동을 시화문화마을로 만들어가는 꾸준한 사업과정에서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주민참여를 통해 주민자치위원회, 북구청 및 광주시가 보다 전략적이고 발전적인 도시만들기의 모델사업으로 추진한 것이다.
본 수상작은 버려진 도시공간을 지역 주민의 추진의지와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반영한 것을 비롯해 지역의 역사성과 연계해 주민들의 전문 인력을 활용한 것이 돋보였다. 또 새로운 주민 참여 형태를 시도해 결국 성공적인 사업성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다.
특히 도시의 낙후되고 버려진 공간을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친환경·녹색공간으로 탈바꿈시켰을 뿐만 아니라 도심지 내 개발지와 버려진 유휴지의 토지이용 상충성을 해소시켜 살고 싶은 도시만들기로 일군 이번 사업이 앞으로 다른 지역을 위한 선도적인 모델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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