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 스타작가 투크랄(왼쪽)과 타그라가 20일 서울 소격동 아라리오갤러리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같은 포즈를 취하며 쌍둥이 같이 닮은 이들은 신세대작가답게 트렌드한 패션감각을 자랑했다. |
현대미술에서 인도는 중국과 버금가는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3∼4년전 부터 국내에도 불기시작한 인도미술 바람은 지난해 '세번째 눈을 떠라'는 제목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인도작가 27명의 110여점의 대규모 전시를 하면서 절정을 이뤘다. 빈부격차,도시화등에 따른 인도 현실문제를 미학적으로 풀어내 세계미술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아시아적 감성으로 친근하게 무장한 인도미술은 이제 한국갤러리에도 상륙, 컬렉터를 공략하고 있다.
지난 19일 인도 스타작가 '듀오 아티스트' 투크랄과 타그라가 서울에 왔다. 현재 싱가폴 타일러 프린트 인스티튜트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이들이 한국 나들이에 나선 것은 한국에서 첫 선을 보이는 개인전 때문. 스키니한 몸매의 투크랄(35)은 한눈에 봐도 인도 (간디)인 같은 모습. 악동같은 표정이 어린 타그라(32)는 보라색 셔츠와 회색조끼를 매치한 의상과 최신 부츠를 신고 트렌드한 패션감각을 자랑했다.
디자인분야에서 일하다 10년전부터 한몸처럼 일하고 있는 이들에게 남다른 시선이 쏠린다. 하지만 둘은 "각자 여자와 결혼했고 서로 아이가 있다"며 웃어넘겼다.
3살차이, 서로의 이름 앞자를 따 이른바 '티앤티'로 불리는 이들은 인도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부상하고 있다. 광고 에이전시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로 출발, 회화 조각가 패션 제품디자인, 인테리어 디자인, 그래픽디자인 등을 종횡무진하며 세계미술시장을 넘나들고 있다. 70년대 태생의 인도작가들중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인다.
2005년 뉴델리전을 시작으로 2007년 뉴욕에서 개인전을 선보였고 2007년 아트바젤 아트 스테이트먼트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특히 2009년 영국 프리즈, 호주 아시아 퍼시픽 트리엔날레에 참여하며 인도의 새로운 2인조 작가로 떠올랐다. 국내에도 소개된 바 있다. 지난해 도쿄 모리미술관, 베니스 에슬 미술관 투어전시로 이어진 국립현대미술관의 대규모 인도 현대미술기획전 '찰로 인디아'의 주요작가로 참여했다.
이들의 작업은 순수미술과 디자인의 영역을 넘나들고 있다. 과연 둘의 작업은 어떻게 정해질까.
"특별하게 나눠진 분야는 없다"는 타그라는 "둘이 앉아 명확하게 공동작업으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일단 아이디어 스케치작업을 거쳐 컴퓨터를 켜놓고 페인팅 이미지들을 컴퓨터 안에서 다 만든다. 물론 둘이 함께한다. 의견충돌도 있지만 완성본이 나오면 캔버스에 그대로 그린다. 붓질의 흔적도 없는 정교하고 매끈함에 스프레이 작업같지만 아크릴로 그린 완전 페인팅' 작품이다. 심지어 조각에 있는 것도 페인팅이다.
▲ 투크랄-타그라/dominus aeris,facies-1/캔버스에 아크릴/2010. |
■아라리오갤러리서 한국 첫 개인전
21일부터 서울 소격동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여는 '투크랄앤타그라' 전시는 분홍빛 아이가 담긴 포스터가 눈길을 끈다. 'dreams'라는 커다란 문구뒤에 이제 막 나는 연습을 시작한 듯한 반바지를 입은 아기천사다. 마치 아시아미술시장에서 비상하는 이들의 모습같기도 하다. 한국에서 첫선을 보이는 이번 개인전은 제목은 '중산층의 꿈'.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중산층 인도인의 삶을 담아냈다. 전시작들은 크게 두개의 테마로 나뉜다. 전시장 1층의 '일탈! 가정의 환경'시리즈는 작가 특유의 키치적인 성향을 발휘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천장에 매달린 깅엄 체크무늬 옷을 입은 아기천사가 관람객을 빨아들인다. 부웅 떠가는 집, 꽃과 나무숲위에 올려진 집들이 날아가는 배경은 핑크빛 꿈이 서렸다. 유럽풍 대저택의 군더더기 없는 럭셔리한 집들은 사람 모습으로,로보트 얼굴 형상같기도 해보인다. 푸른색 깅엄 체크무늬 커텐으로 둘러쌓인 전시장 1층엔 바로크풍 가구들이 함께 설치됐다.
이들의 작품은 인도인의 삶을 다큐멘팅한 느낌이 든다. 이번 전시에 대해 타그라는"펀자비(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 걸친 펀자브지역의 문화)계층의 이주, 탈출을 꿈꾸는 초상화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펀자브 중산층은 교육을 덜 받은 부모세대가 아이들만큼은 교육을 시키겠다고 열성인 '인도 맹모삼천지교' 부모들이 많은 인도경제성장을 대변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회화 작품 제목중 하나인 '도미누스 아에리스'는 '하늘의 주인'이라는 뜻으로 도시로 집결한 중산층들의 삶의 질에 대한 열망을 보여준다. 주택은 어느 나라에서건 현재 삶의 질을 드러내는 구체적인 대상. 더 높이 더 아름답게 가꾸어진 편안한 삶에 대한 열망이 작가들이 만든 '펀자비 바로크'의 주택의 구조와 디자인을 통해 드러난다. 유럽풍 대저택과 바로크풍의 가구에 대해 투크랄은"펀자브지역의 현재 주거환경 모습"이라며 "인도인이 외국에 이주해 살다가 들어오면 삶의 질이 변했다는 것을 보여주기위해 가구와 집의 건축형태를 바로크풍으로 장식한 집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 인도 스타작가 2인조 아티스트 투크랄과 타그라. 광고디자인분야에서 만난 10년전부터 한몸같이 작업하는 이들에게 게이냐는 질문이 늘 쏟아진다고 한다. |
■인도 '중산층의 꿈'은 이민?
이들 작품의 중심의 포인트는 바로 아이들. 티앤티에게 어린이는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끈이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에서 자주 등장하는 '푸티'를 연상시키는 아기천사 조각이나 전체 벽을 둘러싼 깅엄체크등은 이들 중산층의 삶에서 아이에 대한 양육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드러낸다.
그림에서 보이는 '날아가는 집들'처럼 펀자브 지역은 캐나다 미국 유럽등 서구지역으로 대규모 이민이 이루어지는곳으로도 유명하다. 많은 이들이 더 나은 양육과 교육의 환경을 자신의 아이들에게 마련해주기 위하여 이민을 택한다. 주택이 중산층의 오늘을 의미한다면 자식에 대한 양육과 교육은 그들의 미래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들의 작품은 비판적 시선보다는 터질듯한 풍선위에 놓은 테이블처럼, 가볍고 유니크하게 접근한다. 생기넘치는 화려한 색과 깜끌하고 정교한 이미지, 패턴의 반복, 대중문화의 반영등으로 친근하게 시선을 잡아끈다.
2층 전시장은 디자인 감각이 돋보인다. 벽지같은 작품이 도배한 벽면에뱋쇼핑몰 지역을 담은 비디오와 바코드안에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우리는 어디로 향해서 가는가'라는 제목의 작품이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명동의 상권을 찍은 비디오에는 덤블링에서 팡팡 뛰는 사람의 모습과 27개의 쇼핑몰을 담았다. 과도한 소비주의와 도시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선도 보이지만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인도의 경제적 변화의 역동성과 사회적 번영에 대한 라이프스타일을 엿볼수 있다.
'Life is a beautiful',꽃과 새등 가볍고 날아갈 듯한 작품속엔 "작업할때마다 입는다"는 츄리닝 입은 티앤티 캐릭터가 마주본채 사인처럼 숨어있다.183×183cm 크기 작품값은 3∼4만유로(한화 6천만원)선이다.
투크랄앤 타그라 전시를 기획한 아라리오갤러리 곽준영 디렉터는 "티앤티는 중국미술시장으로 치면 팡리준 이후 다음세대 작가들로 아시아지역 큐레터이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작가"라며 "싱가폴 서울전시에 이어 티앤티는 오는 11월 베이징 따산즈에 있는 율렌스 미술관(UCCA)에서 아라리오 갤러리와의 협업을 통한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전시는 11월 21일까지.(02)723-6191
/hyun@fnnews.com 박현주 미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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