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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칼레도니아,그곳에선 욕심마저 쉬어갑니다

이지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10.21 18:09

수정 2010.10.21 18:09

【뉴칼레도니아=이지연기자】 "이거 한 번 먹어봐요."

한눈에도 인상 좋아 보이는 아주머니가 우리 일행을 향해 큼지막한 멜론을 건넨다.

한두 번 거절하다가 못 이기는 척하고 덥석 받아든 멜론. 아주머니의 인정만큼 달콤한 맛과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뉴칼레도니아 수도 누메아를 알기 위해 처음 들른다는 아침시장에서 조우한 한 아주머니로부터 뉴칼레도니아에 대한 첫 인상은 '따뜻함'으로 시작됐다.

■순박함을 그대로 간직한 뉴칼레도니아 사람들

태평양 남서부, 뉴질랜드와 호주 사이 북서 방향으로 길게 누워 있는 섬나라 뉴칼레도니아는 프랑스령 자치주로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하고 있는 나라다. 1774년 J 쿡이라는 선장이 발견해 그의 고향인 스코틀랜드의 옛 이름을 본떠 '칼레도니아'로 명명되었지만 1853년 프랑스가 강제로 이 섬을 점령한 뒤 죄수를 유배하는 장소로 사용했던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 뉴칼레도니아는 물론 주민들에게서 식민 지배란 아픈 역사의 흔적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굳이 흔적을 찾는다면 유럽풍의 도시 경관이 남아 있는 수도 누메아의 거리 정도.

아침시장에서 느낀 훈훈함을 뒤로 하고 발길을 돌린 코코티에 광장. 누메아 시내의 중심에 위치한 이곳은 수많은 사람이 쏟아져 나와 휴식과 여유를 즐기는 명소다. 한쪽에서 브레이크댄스를 추고 있는 한 무리의 젊은이들을 발견하고 카메라를 들고 다가서자 카메라를 향해 흔쾌히 포즈를 취해준다.
"한 번 더" "한 번 더"라는 요구에 몸을 사리지 않고 동작을 취해준 이들은 멜라네시아계 칼레도니안. 관광객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주기까지 하는 모습은 순박하기 이를 데 없었다.

▲ 꼬꼬띠에 광장에서 춤 삼매경에 빠진 젊은이들.

뉴칼레도니아는 인구가 25만명에 불과한 작은 섬나라다. 이곳에 까무잡잡한 피부의 멜라네시아계를 포함해 흰 피부의 폴리네시아계 그리고 프랑스인들이 조화를 이루며 살고 있다. 우리에겐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통해 남태평양의 파라다이스로 널리 알려졌지만 그보다는 전 국토에 니켈, 크롬과 같은 광물자원이 어마어마하게 묻힌 '세계 3대 광물 산지'로 주민 대부분은 광물 산업에 종사하며 살고 있다.

이튿날 우리 일행을 블루리버 파크로 인도한 폴리네시아계 칼레도니안인 프랑수아도 뉴칼레도니아의 천혜 자연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이름 아침 누메아에서 동쪽으로 45㎞ 떨어진 블루리버 파크로 향하는 버스 안.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서 뉴칼레도니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한 열정적인 그의 설명이 이어졌다.

"뉴칼레도니아는 니켈과 크롬뿐만 아니라 철, 망간, 코발트 같은 광물 자원도 풍부하게 묻혀 있죠. 자, 저쪽 산을 보세요. 뭔가 다르지 않아요? 산에 붉은 빛이 돌죠. 그건 철 성분이 많이 함유됐기 때문이에요."

▲ 블루리버 파크의 가이드로 일하는 프랑수아

프랑수아의 강의는 끝도 없이 진행됐다. 뭔가 한 가지라도 더 일행에게 알려주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처럼. 프랑수아의 강의를 듣는 사이 어느새 블루리버 파크가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다.

블루리버 파크는 무려 9045ha에 이르는 우림으로 둘러싸인 자연 보호지로 1980년 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체계적인 사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수백 종의 나무와 새가 살고 있는 생명력 넘치는 자연의 보고.

그 숲 사이에 서식하는 날지 못하는 새 카구는 뉴칼레도니아를 상징하는 새로 사람에게 먼저 다가와 어울리는 특성으로 인해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라는 설명을 들었다. 마치 관광객에게 먼저 다가와 반기는 뉴칼레도니아 사람처럼.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 일행이 블루리버 파크를 찾은 날에 카구와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빈부, 직업의 귀천도 의미 없어

여행의 피로를 싹 씻어주는 것은 새로운 경험과 여행지에서 만나게 되는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이 아닐까.

사흘째 되는 날 도착한 마레섬에선 이제까지 눈에 비쳐졌던 뉴칼레도니아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화산 폭발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는 마레섬은 전혀 가공되지 않은 자연 환경 속에 2000여명의 원주민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는 작은 마을.

누메아에서 본 고급 호텔이나 레스토랑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지만 원주민의 전통 생활 양식과 섬 구석구석에 펼쳐지는 비경만으로도 볼거리와 즐길거리는 충분했다.

그곳에서 만난 멜라네시아계 칼레도니안인 포레스트는 마레섬의 때묻지 않은 자연 환경만큼이나 맑은 미소로 우리 일행을 반겨주었다.

누메아에서 대학까지 나왔지만 결혼을 하면서 마레섬에서 살게 됐다는 포레스트는 마레섬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24세의 여성이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의 시아버지는 마레섬에 위치한 로열티 관광청의 회장. 그런 대단한 가문의 며느리치고는 옷차림이나 행동, 말투까지 수수하기만 한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러나 포레스트의 안내로 마레섬을 돌며 원주민들과 어울려 하루를 보내는 사이 그런 생각은 이내 희미해졌다. 풍족하진 않지만 자연 환경 속에 어울려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원주민들. 그 앞에서 빈부의 격차는 큰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 마레섬 공무원인 포레스트


직업과 빈부의 격차가 없는 평화로운 뉴칼레도니아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 일행을 태운 버스 운전기사에게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누메아에서 빠뜨릴 수 없는 관광 명소로 뉴칼레도니아의 부족 통합과 통일을 위해 뛰다 살해당한 장 마리 치바우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치바우 문화센터를 찾은 그날 밤, 우리 일행을 목적지까지 안내했던 운전기사가 바로 장 마리 치바우의 조카였던 것. '치바우의 조카가 운전기사라고? 무슨 이유로 운전을 할까'라는 수많은 생각이 교차하는 찰나 그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운전대를 잡게 됐다"며 우리 일행의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었다.

▲ 버스 운전기사로 일하는 장 마리 치바우의 조카 막시알 치바우

이런 인상은 마지막 날 여행지인 아메데섬에서 만난 여행 가이드에게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누메아에서 배로 40분 거리에 위치한 아메데섬은 무인도에 오롯이 선 등대로 유명세를 탄 유명 관광지. 이곳에서 여행 가이드로 일하는 테스는 관광객들을 위해 배에서 서핑을 하고, 섬에서 기념품도 팔고, 전통춤도 추는 열아홉살 소녀였다.

하루 종일 자리에 앉을 새도 없이 빠듯한 일과의 연속. 하지만 "사람이 좋고 춤 추는 게 좋아서 이 직업을 선택했다"고 자랑스럽게 자신을 소개하며 '살인 미소'를 날린 테스는 우리 일행에게 인기만점이었다.

▲ 아메데섬 가이드로 일하는 열아홉살 테스

뉴칼레도니아 사람들과 어울리며 보낸 나흘간의 일정이 화살처럼 지나간 뒤 돌아오는 비행기 안. 쫓기는 서울 생활로 다시 돌아갈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벌써부터 뉴칼레도니아 사람들의 순박한 마음과 미소가 그리워졌다. 협찬:뉴칼레도니아관광청(www.new-caledonia.co.kr)

■ 뉴칼레도니아의 명소

① 블루리버 파크: 야떼 호수를 중심으로 수백 여종의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자연의 보고. 날지 못하는 새 카고, 비둘기과인 노뚜 등을 비롯해 천년 묶은 카오리 나무 등이 보존돼 있고 물에 잠긴 고사목도 시선을 붙든다. 산책로와 하이킹 코스가 마련돼 있고 취사도 할 수 있어 미리 준비해 간 소세지 등을 구워먹으면 금상첨화.

② 치바우문화센터; 누메아 시내에서 10분 거리로 이탈리아의 유명한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소나무와 원주민의 전통 가옥 '까즈'를 모티브로 설계한 곳이다. 원주민의 예술성을 현대적인 감각에 맞춰 설계한 독특한 건축물은 세계 5대 건축물로 손꼽힌다. 원주민 카낙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카낙쇼가 매일 열리며 멜라네시안과 남태평양 문화를 보여주는 회화, 조각, 공예 등 다양한 소장품이 전시돼 있다. 뉴칼레도니아의 독립 운동가였던 장 마리 치바우의 생애를 볼 수 있는 추모관도 볼거리.

③ 마레섬: 누메아 국내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40분 거리. 때묻지 않은 자연이 보존된 곳이다. 전사의 절벽과 종유 동굴 등 관광지는 원시의 느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호텔도 있지만 원주민들이 만들어주는 음식을 먹고 원주민들의 전통 가옥에서 지내는 것도 색다른 경험.

④아메데섬: 섬 전체를 둘러싼 화이트 해안과 원시림이 훼손되지 않은 채 보존되어 있는 섬으로 가장 인기 있는 하루 투어 장소다. 바다 밑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글라스 바텀 보드를 타고 바다 속을 구경하거나 산호초 크루즈를 하는 등 다양한 옵션을 즐길 수 있다. 식사 시간 중간에 즐기는 원주민과의 신나는 댄스 파티와 원주민의 전통 복장인 파레오를 입어보는 체험, 코코넛 열매 까기 등의 이벤트도 흥미거리. 아메데섬에서는 특히 나폴레옹 3세 때 지은 등대가 유명하다. 정상까지 247계단이라 오르는 길이 만만치 않지만 정상에 서면 360도로 펼쳐진 풍경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 뉴칼레도니아 가는 길

인천 공항에서 누메아국제공항까지 직항 노선인 에어칼린이 운항 중이다. 주 2회(월, 토) 운항하며 소요 시간은 10시간. 화폐는 퍼시픽 프랑(XPF, CFP)을 사용한다.
100 퍼시픽 프랑은 약 1300원이며 유로나 달러도 쓰이지만 퍼시픽 프랑을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전압은 220V. 휴대폰 로밍은 SKT만 가능하다.


/easygolf@fnnews.com

■사진설명=아메데섬의 상징인 등대. 나폴레옹 3세 때 지은 것으로 정상까지 247계단이어서 오르는 길이 만만치 않지만 정상에 서면 360도로 펼쳐진 풍경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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