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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AS는 여전히 ‘불량’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11.25 05:50

수정 2010.11.24 22:35

#사례 1. 지난 19일 저녁 7시께 아이폰4를 대리점에서 받은 직장인 임모씨(30)는 뛸듯이 기뻤다. 여러 날을 기다렸던 휴대폰을 드디어 받게 된 것.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애플의 독특한 사후서비스(AS) 정책 때문에 받은 지 하루된 아이폰4 대신 리퍼폰(재생폰)을 사용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기 때문이다.

#사례 2. 지난 9월 아이폰4를 개통한 장기명씨(가명)는 통화불량 문제로 개통을 철회하려다 결국 실패했다. KT는 "애플에 가서 불량확인서를 받아오라"고 하고, 애플은 "아이폰4 불량이 아니라 기지국의 문제니 KT에 알아보라"는 전형적인 책임 떠넘기기에 두 손 들게 된 것이다.
장씨는 KT 고위 관계자에게 통화불량 문제를 개선해달라고 트윗을 날렸으나 아무런 답도 듣지 못했다.

아이폰의 AS 문제가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 아이폰4는 제품에 심각한 결함이 발견되더라도 제품 수령 당일 현장에서 발견된 불량품에 대해서만 신품으로 교환해주고 있다. 임씨 같은 직장인이 퇴근 후 제품을 수령하는 시간과 대리점이 문을 닫는 시간을 고려하면 사실상 제품 하자를 발견하기 어렵다. 게다가 임씨가 발견한 문제는 아이폰4의 '무한 재부팅' 증상이었다. 한참을 사용해보지 않고서 발견하기 어려운 기기 불량인 것이다.

여기에 임씨는 문제를 발견한 직후인 지난 20일(토요일) 오전 10시에 AS센터를 찾았으나 어찌 된 영문인지 AS센터 직원은 "전산이 모두 마감됐다. 월요일에 오면 개통철회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임씨가 월요일에 찾아간 AS센터는 돌연 "아이폰4는 신품 교환 및 개통철회가 불가능하다"고 말을 바꿨다. 불과 하루 사이 가능하다던 '개통철회'가 '철회불가'로 바뀐 것이다.

AS센터는 "직원 실수"라고 짧게 해명했지만 임씨는 '직원 실수' 때문에 새 아이폰4 대신 리퍼 제품을 사용하게 됐다. 임씨가 만난 직원은 계약직 근로자로 이미 퇴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KT는 "워낙 많은 대리점이 있다보니 일일이 직원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알기 어렵다"며 "이번 건의 경우에도 직원의 실수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 소비자원에 접수된 아이폰 관련 상담건수는 올해 1·4분기 299건, 2·4분기 491건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상담건수 가운데 절반 이상은 품질 AS 문제 때문으로 집계되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아이폰4 개통 철회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것. 아이폰4의 개통 철회 사유는 '통화품질 불량인 경우'만 해당된다. 개통철회 절차는 아이폰 사용자가 통화품질이 나쁘다고 호소하면 AS 기사가 아이폰4 사용자를 만나, 실제로 통화 품질이 나쁜지 여부를 확인한 다음 '불량확인서'를 발급해 준다. 사용자는 '불량확인서'를 들고 AS센터를 방문해야 개통철회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과정을 제품 수령 후 14일 이내에 모두 마쳐야 한다는 점이다. 앞선 장씨의 사례처럼 KT와 애플의 책임 떠넘기기 행태도 고객들의 불만을 높이는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 '기기 오작동' 등 다른 이유로 개통철회를 요구한 고객은 아예 개통철회가 되지 않는다.
'통화 품질 불만인 경우'로만 개통 철회 사유가 묶여 있기 때문이다. 앞선 사례인 임씨 같은 경우는 개통 철회 사유에 해당되지 않아 개통철회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일부 AS센터는 아예 불만 고객들에게 '통화품질 불만이라고 얘기를 하라'는 안내까지 암암리에 해주고 있다.

/hong@fnnews.com홍석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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