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야권 유력 인사에 대해 청와대가 직접 나서 비판한 것은 지난 10월 말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이명박 정부는 평화 훼방꾼’ 발언에 이은 것으로 이는 집권 후반기를 맞아 야당에 할 말은 하겠다는 청와대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국민들은 정치인이나 특히 지도부에 계신 분들에게는 품격 있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이 바람이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김 대변인은 그러면서 “눈도 두 개고 귀도 두 개인데 입은 하나라는 말이 있지 않으냐. 말은 신중하게 가려서 해야 한다”면서 “정치인은 좀 더 국민들의 바람에 맞게 품격 있게 얘기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앞서 천 최고위원은 지난 26일 경기도 수원역 앞에서 열린 ‘이명박 독재심판 경기지역 결의대회’에서 “이명박 정부를 소탕해야 하지 않겠나. 끌어내리자”, “헛소리 하며 국민을 실망시키는 이명박 정권을 어떻게 해야 하나. 확 죽여 버려야 하지 않겠나”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청와대 공식적 반응과 달리 내부 분위기는 ‘패륜아’, ‘정계 은퇴’ 등의 단어가 나올 정도로 격앙된 모습이다. 청와대 한 핵심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 명색이 법무장관까지 지낸 분이 설마 시정잡배처럼 그런 발언을 했겠는가 의심했었다”면서 “만약 그런 발언을 했다면 패륜아”라고 강력 비난했다.
그는 또 “발언을 한 당사자는 정계 은퇴를 해야 한다”면서 “그리고 당 공식 행사에서 이런 발언이 나오도록 한 손학규 대표도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그동안 잠잠하던 한나라당도 청와대의 이 같은 반응이 알려지자 뒤늦게 천 최고위원을 비난하고 나섰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상대를 ‘죽여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과연 정치를 할 수 있는가”라며 “이런 사람은 정계를 떠나야 하고, 국회 품격 유지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정옥임 원내대변인도 “천 의원에게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하지 않겠다. 왜냐하면 구제불능의 불치성 막말증후군은 결국 재발하기 때문”이라며 “무너진 정치신뢰를 복원하기 위해 여당부터 솔선수범해 삼사일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courage@fnnews.com전용기 김학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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