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신사다운 검찰 수사는../이두영 사회부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12.30 17:43

수정 2010.12.30 17:43

올해는 유독 검찰을 둘러싼 논란이 컸던 것 같다.

논란의 쟁점은 크게 나눠 김준규 검찰총장 취임 이후 사실상 본격화된 것으로 평가받은 이른바 전방위 사정수사와 스폰서·그랜저 검사 등으로 대변되는 검찰 개혁이라 해도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잇단 사정수사, 결과는?

검찰은 C&, 한화, 태광 등 대기업의 불법 비자금 및 정관계 로비 의혹과 함께 청원경찰 단체의 입법로비 등 잇달아 굵직한 수사에 착수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정치적 시비에 굴하지 않고 현역 국회의원 사무실을 헤집는가 하면 압력을 이겨내며 의원 소환에 나서는 등 "갈 길을 가겠다"는 결기를 보여줬다. 일부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대기업 수사의 경우 대검 중앙수사부 재가동, 특수통 검사 전면 배치 등 출발할 때의 의욕만큼이나 성과가 따랐는지는 의문이다. 검찰 내부 판단이나 평가는 다를지 몰라도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그렇다.

김 총장은 2009년 8월 취임사를 통해 검찰의 변모를 강조했다. 변모의 골자는 검찰의 검찰다움으로, 수사 패러다임 변화, 정정당당하고 세련된 수사, 신사다운 수사 및 페어플레이 정신 그리고 명예와 배려를 소중히 해야 한다는 것 등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대기업 수사에서 김 총장의 이 같은 수사 패러다임 변화가 그대로 녹아들었다고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것은 왜일까. 무엇보다 특수수사에서 보여주는 전광석화, 쾌도난마와 같은 날카로움보다는 반복소환, 도대체 끝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의 계열사 압수수색 등으로 수사가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니 "죄가 있으면 벌을 받을테니 수사를 빨리 끝내 달라"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게 아니겠는가.

더구나 한화 비자금 의혹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지검장이 공소장이나 수사결과 발표가 아니라 내부 통신망을 통해 사건 성격을 규정한 점 역시 김 총장의 신사다운 수사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런 점에서 특수수사의 대부로 평가받는 심재륜 전 고검장이 제시한 바 있는 '수사십결'이 와닿는다. 그는 '외통수 수사는 금물'이라고 했다. 한 사건에만 매달려 허송세월하는 바람에 결국 성공도 못하고 당사자와 주변에 회복할 수 없는 피해만 주고 끝나는 수사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계했다. 시간을 끌면 상대방도 준비를 해 집단적 저항을 하게 되고 그것이 외압으로 세력화할 수 있는 만큼 단시간에 사건을 끝장낼 수 있는 수사 능력과 예측력 역시 수사 검사가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또 그는 '수사의 곁가지를 치지 말라'고 강조했다. 수사를 시작한 뒤 비슷한 사건을 손대는 이른바 '곁가지 수사'를 하면 수사의 본질이 변질된다는 것이다. 수사 방법 면에서는 불필요한 반복 소환, 인격 모독, 압박용 계좌추적, 회사 신용 실추용 압수수색 등 찔러야 할 칼을 '비트는' 행위를 삼가야 한다고 했다. 이제나 저제나 검찰이 염두에 둬야 할 덕목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신뢰 찾는 새해 되길

검찰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순기능으로 작용할 경우 건강한 사회, 공정한 사회 구현에 비할 수 없는 역할을 하겠지만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손에 쥔 검찰 칼날을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잘못 사용했을 경우 초래되는 부작용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검찰 입장에서 뻔한 범죄 혐의를 부인하는 기업인을, 왜 장기 수사로 국가경제 활성화에 매진해야 할 기업의 발목을 잡느냐는 시비를 탓할 필요는 없다. 그것 역시 검찰이 온전히 감내해야 할 몫이자 혐의를 규명한 피의자를 법정에 세워 유죄 판결을 받도록 할 책임은 오로지 검찰에 있기 때문이다. 명료한 수사를 통한 증거에 의해서 말이다.


'칼에는 눈이 없다'고 했다. 자신은 물론 애꿎은 상대방까지 베지 않기 위해서는 환부만 도려내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답일 것 같다.
새해에는 논란과 시비를 부르는 검찰이 아니라 국민이 신뢰의 눈으로 따뜻하게 바라보는 명실상부한 공익의 대변자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doo@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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